역사속에 오늘, 7월/7월 12일

강원도 동해시 해안에서 북한 무장간첩 시신 1구와 침투용 수중추진기 발견

산풀내음 2017. 6. 6. 19:23

19987 12,

강원도 동해시 해안에서 북한 무장간첩 시신 1구와 침투용 수중추진기 발견

 

1998년은 유달리 북한 무장공작원의 침투가 빈번히 일어난 해였다. 속초 유고급 잠수정 사건, 동해안 무장간첩 사체 발견사건, 여수 반잠수정 격침사건이 그것이다. 이 사건이 발생한 1998 7 12, 이미 6 22일 북한 잠수함의 속초 인근 해상침투로 강원도를 넘어 전국이 떠들썩했던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 속에서 다시 발견된 북한 무장간첩의 사체는 전 국민에게 충격을 안겨주기 충분하였다.

 

1998 7 12일 아침 9 20.. 강원도 동해시. 인근 주민 이장수씨는 아침 바람을 맞으며 동해시 어달동 해안가를 걷고 있었다. 당시 이씨는 동양시멘트의 전산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업체 콤텍시스템 소속의 직원으로 현지에 파견을 나와 있었고, 아침마다 자주 바닷가를 거닐곤 했다. 그날도 아침바다를 걷고 있던 이씨는, 해안가에 이상한 쌍열 산소통이 놓여있는 것을 보고 가까이 다가갔다.

 

그런데, 산소통 근처에는 잠수복 차림에 두건을 쓰고, 오리발과 산소통을 맨 채 떠밀려온 사람 한 명이 엎드린 채로 발견되었고 사람의 배낭에서 기관총과 수류탄을 발견하고 경악한 이씨는, 잠수복과 산소통을 매고 체코제 기관총과 사각 수류탄으로 무장한 이 이상한 시체를 동해경찰서 묵호파출소에 신고한다. 시신에서 무기와 공작장비와 같은 이상한 물건들이 발견되자 경찰은 이를 간첩의 침투로 규정하고 상부에 보고하는 한편 인근 군부대에도 협조를 요구했다.

 

 

이날 발견된 시신은 신장 168㎝ 가량으로 잠수복 차림에 몸에 쌍열산소통, 수경, 빨대, 모래색 점퍼, 초콜릿 1, 미싯가루 1봉지 등을 소지하고 있었으며 체코제 기관단총 1정과 실탄이 든 탄창 2, 사각 수류탄 1, 단검1, 수중 송수신기 1개 등이 든 청색가방을 휴대하고 있었다. 군 당국은 발견 당시 시신의 입 속에 응고되지 않은 피가 묻어 있었으며 산소통에서 공기가 새어 나오고 있는 상태였던 점으로 미뤄 숨진 지 24-48시간이 지난 것으로 추정했다.

 

경찰의 지원 요청을 받고 출동한 육해군은 고속정, 경비정, 호위함, 소뢰함등 함정과 링스헬기와 P-3C대잠초계기 등 항공기를 동원하여 수색에 나섰고, 12시경 인근 해상에서 시체가 발견된 장소에서 70m쯤 떨어진 바다에서 해안침투용 수중추진기(모터) 한 대를 노획하였다. 길이 157cm, 33cm, 무게 66kg인 알루미늄 합금제의 추진체는 스크류가 달려 괴뢰군의 공작선이나 잠수정이 공작원을 해안에 침투시킬 때 사용하는 장비로 손잡이의 개수로 보아 4인승 내지 5인승으로 보였다. 이들 무장공비들은 산소호흡기를 착용한 상태에서 빨대를 수면위로 올린 스노클링 상태로 항해하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공비의 사체를 부검한 군은 피부가 흐물흐물하지 않고 탄력이 남아있으며 입 내부의 혈액이 응고되지 않았고, 또한 사체에서 외상의 흔적이 없으며 매고 있던 산소통에서 계속 공기가 뿜어져 나오는 데다 유사시 버려야 할 유류품들을 그대로 휴대하고 있다는 상황으로 보아 공비가 수중 20~30미터 지점에서 해안에 접근하다 상륙을 위해 급상승하던 도중 수압으로 인한 심장마비로 사망하였을 것으로 판단했다.

 

문제는, 남은 무장공비들의 수와 행방이었다. 노획한 추진기는 3인승 내지 5인승인 점에서 침투를 시도한 인원은 적어도 3명 이상이었고, 쌍열산소통에 3개의 호흡기가 부착되어있는 것으로 보아 무장공비의 수는 변사체 외에도 2명 정도가 더 침투했을 가능성이 컸다.

 

한편 경찰은 수상쩍은 신고 두 건을 접수했다. 사건발생 하루 전인 7 11일 오후 7 30. 동해시 전곡동 철길 부근에서 등산복 차림의 남자 2명이 나타났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진규 씨가 무장간첩의 사체를 신고하기 전인 새벽 6, 시커먼 복장의 남자 1명이 해안가에 쓰러져 있고 주변에 군복 차림의 남자 2명이 있었다는 주민의 신고 역시 접수되었다.

 

이에 군경은 동해안에 떠밀려온 변사체 외에 2명 내지 4명의 무장공비가 더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강원도 동해시와 강릉시 옥게면, 강동면 등 일대 해안과 내륙지역에 9시부터 새벽4시까지 야간통금을 실시하고, 대간첩 작전 1급인 진돗개 하나를 발령하였다.

 

군당국은 지역주민들이 생계에 지장을 받는 등 불편이 적지 않고, 군 또한 병력을 소모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해군 1함대 사령관과 육군 68사단장, 그리고 102여단장을 보직 해임하고 해군 작전사령관과 육군 8군단장도 지휘책임을 물어 엄중 경고 조치하는 것으로 7 18일자로 대규모 수색작전을 일단락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