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에 오늘, 7월/7월 15일

패션디자이너 지아니 베르사체 피살

산풀내음 2017. 6. 8. 21:33

1997 7 15,

패션디자이너 지아니 베르사체 피살

 

이탈리아의 패션 디자이너 지아니 베르사체(Gianni Versace, 1946. 12. 2. – 1997. 7. 15.) 1997 7 15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사우스 비치의 자택 앞에서 총격을 받고 인근 잭슨 메모리얼 병원으로 옮겼으나 사망했다. 조르지오 아르마니와 함께 이탈리아 최고의 기성복 디자이너로 꼽혀온 베르사체는 이날 아침 인근의 뉴스 카페에서 아침 식사를 마친 후 귀가하던 길에 현관 계단에서 20대의 백인 청년으로부터 머리에 2발의 총격을 받고 숨졌다.

 


 

이탈리아 남부 칼라브리아 출신 촌뜨기가 이탈리아 패션 1번지 밀라노에 등장한 것은 스물여섯살 되던 1972. 제니, 발렌티노 등 유명 패션회사 디자이너로 일하던 그는 6년 만인 1978 `지아니 베르사체` 상표를 내걸고 독립했다. 1회용 반창고 스커트, 팝 가수들을 사로잡은 검정 가죽 점퍼로 센세이션을 일으킨 그는 첨단 소재를 사용한 섹시하고 여성적인 옷들로 몇 년 지나지 않아 파리 뉴욕을 비롯한 세계 패션 수도를 정복했다. 로마 신화 태양신의 얼굴을 따온 베르사체 상표는 소비자들에게는 `고급품`의 상징이 됐고 세계 곳곳에 유사품 시장이 번창했다.

 

 

베르사체 살해자는 샌디에고에서 출생한 필리핀계 미국인인 앤드루 커너넌(27)이었다. 사건 발생 9일이 지난 뒤 커너넌은 마이애미 해안의 한 보트에서 머리에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자살로 결론 내렸다. 커너넌은 연쇄 살인범이었는데, 베르사체는 다섯번째 희생자였다.

 

피살 이후 여러 소문과 추측이 나돌았다. 베르사체는 커밍아웃한 동성애자였다. 피살 당시 남자친구 안토니오 다미코와 마이애미 자택에서 휴가를 함께 보내던 중이었다. 커너넌도 동성애자였는데, 고급 남창으로 일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동성애를 연결 고리로 베르사체가 커너넌의 고객이었다는 소문이 퍼졌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고객인지 여부와 살해 동기는 확인되지 않았다.

 

베르사체를 비롯해 커너넌의 희생자들은 모두 동성애자였는데, 에이즈에 걸린 커너넌이 무차별적으로 복수극을 벌인 것이란 말도 나왔다. 하지만 부검 결과 커너넌은 HIV 바이러스 음성으로 판정됐다. 피살 이후 한 현지 언론은 마피아의 살인청부업자의 소행 가능성도 보도했다. 베르사체가 마피아 소유의 트럭 물류 회사를 이용하지 않아 보복했다는 설이다.

 

커너넌이 자살하면서 진실을 밝힐 기회도 함께 사라졌다. 피살 소식이 전해지자 전 세계 베르사체 매장은 문을 닫고 그를 애도했다. 베르사체의 유해는 화장된 뒤 이탈리아로 옮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