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에 오늘, 6월/6월 11일

한진중공업, 한국 첫 쇄빙선 ‘아라온호’ 진수

산풀내음 2017. 5. 5. 06:42

2009 6 11,

한진중공업, 한국 첫 쇄빙선아라온호진수

 

2009 6 11일 한진중공업 부산 영도조선소에서 순수 국내 기술로 건조되는 우리나라 최초의 쇄빙연구선아라온호진수식이 열렸다. 지난 2003년부터 시작된 아라온호 제작 프로젝트는 삼성중공업 STX조선해양 한진중공업 등 국내 대표 조선업체들이 참여한 가운데 6년간의 시간을 거치며 탄생했다.

 

 

지난 2003년 남극에서 연구활동을 하던 중 불의의 사고로 전재규 대원이 순직한 사건을 계기로 본격화된 쇄빙연구선 개발은 최종 건조를 담당한 한진중공업뿐만 아니라 삼성중공업, STX조선해양도 참여했다. 일단 삼성중공업이 아라온의 밑그림인 기본설계 작업을 담당했다. 2003 9월부터 2004 12월까지 진행된 기본설계는 아라온이 운항할 항로 여건 등을 감안해 선박의 크기 및 철판 두께 등 쇄빙선의 아웃 라인을 그렸다. 삼성중공업은 세계 최초의 북극 극지 운항 쇄빙 유조선바실리 딘코프를 건조할 정도로 높은 쇄빙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기본설계를 바탕으로 STX조선해양은 2005 2월부터 1년간 실시설계를 진행했다. 이는 기본설계를 더욱 구체화해 쇄빙연구선 제작에 필요한 원자재 등을 결정하는 것으로 STX조선해양의 선박 건조 노하우가 녹아들며 완성됐다. 극지연구소는 이를 바탕으로 건조입찰을 실시했고, 우리나라 조선산업의 원조격인 한진중공업이 상세설계 및 건조를 담당할 최종 조선업체로 선정됐다. 한진중공업은 아라온이 한 번에 70일간 약 37000㎞를 운항할 수 있는 최적의 상세설계를 만들어 2년간의 건조기간을 거치며 완성했다.

 

아라온호는 남극 대륙 주변이나 북극해처럼 얼어있는 바다에서 단독으로 항해할 수 있는 쇄빙선(6950t)으로 길이 110m, 19m 규모다. 한번 보급을 받으면 70일간 약 2만 해리( 37,000km)를 항해할 수 있으며, 배 뒤편에는 25톤 크레인이 달려있어 자체 하역까지 가능하다. 대형컨테이너나 트럭 같은 물건도 배에 올리고 내릴 수 있어서 어지간한 물자는 모두 아라온호 만으로 보급이 가능하다.

 

국토해양부 산하 극지연구소의 발주로 1030억 원이 투입돼 제작된 아라온호는 마무리 작업을 거쳐 시험운항을 무사히 마치고 2009 11 6일 출항하였다. 쇄빙 능력을 확인하는 시험 항해를 거쳐 2010부터 본격적인 탐사와 연구활동에 투입될 예정이다. 한국은 그동안 쇄빙선이 없어 다른 나라 배를 빌려 사용했다. 아라온호는 60여종의 최첨단 장비를 갖춰 연구능력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렇다면 아라온호에는 어떤 특징이 있는 것일까? 먼저 살펴봐야 할 것은 남, 북극의 혹한 지역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탁월한 쇄빙능력이다. 아라온호는 두께 1m의 얼음을 깨며 3노트(시속 5.5km)로 운항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얼음이 없으면 16노트(시속 30km 정도)까지 속도를 낼 수 있다.

 

이런 성능의 비결은 아라온호만의 독특한 구조 덕분이다. 선저(배의 아랫부분)에는 얼음을 자르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아이스나이프가 달려 있다. 뱃머리 부분은 해군의 대형상륙함 독도함보다 2배나 두꺼운 4cm의 강철판으로 만들어졌으며 선체에 칠하는 도료도 돌덩이처럼 단단하다. 딱딱한 얼음에 배가 파손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갑판이 얼어붙는 걸 막기 위해 갑판 전체에 열선도 깔려 있다.

 

극도로 추운 날씨에선 배 주위에 있던 바닷물까지 얼어붙곤 한다. 쇄빙선이라도 이런 상황에선 얼음위로 점점 밀려 올라가기 때문에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기도 한다. 이럴 때를 대비해 아라온호는 배를 좌우로 흔들어 얼음을 깨는 기능도 갖추고 있다. 선체 앞머리를 최대 5m까지 들어 얼음을 짓눌러 깰 수도 있다. 아라온호의 바닥에는 300톤에 달하는 물을 싣고 있는데, 이 물을 옮겨 가며 배 자체의 무게중심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얼음을 깨기 위해서는 배 자체의 무게도 중요하기 때문에 다른 배보다 훨씬 무겁게 만들어졌다. 총 무게 6,950톤으로 2000~3000톤 정도인 일반 연구선보다 훨씬 무겁다.

 

다른 배의 3~4배에 달하는 압도적인 힘도 자랑거리다. 아라온호에는 6,800마력에 달하는 대형 엔진 2개가 장착돼 있어 보통 배의 3~4배가 넘는 힘을 낸다. 웬만한 얼음은 그대로 부수면서 전진할 수 있는 충분한 힘이 있는 것이다. 앞 쪽의 얼음이 너무 두꺼워 더 이상 전진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아예 피하는 기능도 갖췄다. 아라온호는 길이 막히면 그대로 후진하거나, 좌우로 수평 이동할 수 있다. 후미에 달린 2개의 프로펠러가 360도 회전하기 때문이다.

 

 

아라온호가 얼음을 부수며 보급업무만 하는 것은 아니다. 영하 30도에서 영상 50도까지 견딜 수 있어 극지와 적도를 전천후로 누빌 수 있다. 또 본격적인 연구 장비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든 해양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 말 그대로 움직이는 해양연구소이다.

 

아라온호는 진동을 최소화하기 위해 디젤엔진을 사용하지 않고, 전기엔진 2대를 이용한다. 떨림이 적고 조용해 바다 위에서 연구를 하기에 적합하며, 자동위치유지장치 덕분에 해류가 흐르거나 바람이 불어도 배가 정해진 위치에 그대로 떠 있을 수 있다. 바다 위에서 안정적으로 연구활동을 수행하기 위한 조치다.

 

총 탑승인원 85명 중 60여명이 과학자며, 첨단 연구장비만 해도 60가지가 넘는다. 입체 현미경 등 총 48개 실험장비를 갖췄으며, 바닷물 성분을 확인하는 CTD 등 해양, 생물용 연구장비가 다수 실려 있다. 대형 지질, 지구물리 연구장비와 함께 기후 연구를 위한 기상, 대기, 모니터링 장비까지 설치돼 있다. 이런 역량 덕분에 선진국들로부터 공동협력 제안도 이어지고 있다.

 

아라온이라는 이름은 순 우리말로 바다를 의미하는아라에다 전부나 모두라는 뜻이 있는 관형사을 붙여 지었다. ‘전 세계 모든 바다를 누비라는 의미와어떠한 상황에서도 역동적으로 활약하라는 기대를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