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베트남, 20년 만에 외교관계 공식수립

1995년 8월 5일,

미국-베트남, 20년 만에 외교관계 공식수립

 

1975년 4월 15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베트남전 종결로부터 20년 만인 1995년 8월 5일 미국과 베트남이 국교정상화에 조인했다. 베트남과 미국간의 국교회복은 하노이에서 구엔 만 캄 외무장관과 미국의 크리스토퍼 국무장관 간에 조인됐다. 미국 내에서는 퇴역군인 등이 국교회복을 반대했지만 베트남 진출을 원하는 경제계에서는 이를 환영했다. 양국간의 현안과제인 2200명에 달하는 미군 행방불명자는 베트남측이 협력해 조사하기로 합의했다.

 

US Secretary of State Warren Christopher(L) and his Vietnamese counterpart Nguyen Manh Cam

워런 크리스토퍼(1925-2011) 미국 국무장관이 1995년 8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미 대사관 개소식에 참석

 

베트남은 1986년에 ‘도미모이(개혁과 개방, Doi Moi)’ 정책을 채용한 이래 경제가 순조롭게 발전해왔다. 1986년의 베트남 공산당 제6차 대회에서 제기된 슬로건이며, 주로 경제(가격 안정, 국제분업형 산업구조, 생산성의 향상), 금융 면에서 새로운 방향 전환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도이 머이라는 용어는 응우옌 쑤언 오아인(Nguyen Xuan Oanh) 박사가 1982년 새로 만든 베트남어이다. 1990년대에는 매년 8%이상의 경제성장을 이룩했고 보트 피플의 귀국도 진행해 왔다. 외국으로부터의 투자도 활발해 1995년에는 자동차, 화학 등의 대형 프로젝트가 발표되기도 했다.

 

Doi Moi in Vietnam

 

1989년 캄보디아로부터 철수 이후, 베트남은 아세안, 유럽, 동아시아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을 적극적으로 모색하였다. 1991년 중국과 수교한 후, 1992년 중국과 남사군도 영유권을 놓고 분쟁도 있었으나, 1999년에는 대륙국경 협정을, 2000년 12월에는 통킹만 국경협정을 체결하였다.

미국과는 1975년 공산통일 이후 2년 후인 1977년부터 시작되었지만, 1978년 베트남의 캄보디아 침공으로 결렬됐고, 1986년 도이 모이 채택 이후 재개됐다. 1993년 외교관계 수복을 위한 본격적인 노력을 시작해 1994년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베트남과의 교역을 금지한 제재조치를 해제했으며, 이듬해 관계 정상화를 선언하고 각기 대사관 문을 열었다. 1995년 11월에는 전쟁 당시 미국의 국방장관이었던 로버트 맥나마라의 상징적인 베트남 방문이 이뤄졌다. 클린턴은 5년 뒤인 2000년 전후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베트남을 찾았다.

 

2000년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이 베트남을 방문했다. 1969년 이래 미국 대통령의 방문은 처음이었다.

 

옛 적들 간 화해가 이뤄진 데에는 경제적·군사적 필요성이 크게 작용했다. ‘도이모이(개혁)’ 정책을 펼치며 경제성장에 박차를 가하던 베트남 정부로서는 미국 시장의 문을 여는 게 가장 중요했고, 미국 입장에서는 아시아의 패권 국가로 떠오르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베트남이라는 파트너가 필요했다. 미국은 관계 정상화 뒤 양자교역법(BTA)을 체결해 베트남산 직물과 기계류, 농산물, 공산품들을 수입했으며 원조개발청(USAID)을 통한 원조도 크게 늘렸다. 미 국무부가 웹사이트에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1995년 4억5100만 달러였던 양국 간 교역 규모는 2014년에는 350억 달러로 늘었다.

 

대한민국과 베트남의 관계는 1956년 대한민국과 베트남 공화국의 수교로 시작되었으며, 1975년 사이공 함락으로 단교하였으나, 1992년 대한민국과 베트남 사회주의 공화국은 재수교하였다.

 

1992년 12월 22일 이상옥 당시 외무부장관이 하노이를 방문해 베트남의 외교부장관과 함께 양국의 수교를 위한 협정서에 서명했다. (사진=외교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