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에 오늘, 10월/10월 27일

`10.27 법난` 발생

산풀내음 2016. 10. 9. 23:11

198010 27,

`10.27 법난` 발생

 

계엄사 합동수사단의 지시를 받은 무장 계엄군들이 1980 10 27일 새벽 4시 전국 5,731개 사찰 및 암자에 들어가 월주 조계종 총무원장, 송원 전 총무원장 등 153명의 승려 및 신도들을 강제 연행, 18명을 형사 입건하는 이른바 `10.27 법난`이 발생했다.

 

당시 김충우 합동수사단장은 '45계획' 작성과정에서 불교계를 담당해온 문공부에 '불교계 정화 추진 방안' 작성을 지시했고 동시에 불교신도인 군 장교 2(전 모 중령, 양모 소령)을 선발해 정화 방안 등을 구체적으로 작성토록 했다.

 

특히 합수단은 1027일 새벽 월주 총무원장 등을 체포, 총무원장직과 종회의원직, 주지 등의 사퇴서를 강제로 받았다. 보안사 서빙고분실로 연행된 월주 스님은 담당 수사관이 혐의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는데도 합수단은 총무원장 사퇴서를 받아냈으며, 연행된 스님들은 승복을 벗고 수의 또는 군복으로 갈아입은 채 몽둥이로 구타당하고 허벅지에 각목 넣고 밟기, 전기고문 등의 가혹행위를 당했다.

 

『참으로 참담하였다. 이미 많은 스님들이 도착해 있었다. 옷을 늦게 갈아입는 스님에게 그들은 발길질과 쇠몽둥이 질을 서슴지 않았다. 여기저기서 퍽퍽 내려치는 소리와 고통의 비명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어떤 스님은 벌써 얼굴에 피멍이 들었고 어떤 스님은 고통스럽게 가슴을 부여잡고 울부짖었다. 인정사정 볼 것 없이 발길질과 쇠몽둥이로 닥치는 대로 내려치니 시멘트 바닥에 피와 울부짖음이 낭자했다.


그들은 나를 의자에 거꾸로 세워 콧구멍에 수건을 씌우고 고춧가루를 퍼 넣고 거기다 양동이의 물을 들어부었다. 이름 하여 고춧가루 물고문. 다짜고짜 고문을 강행하면서 나에게 몇 차례나 허위 진술을 강요했다. 계속 잠을 재우지 않고 눈에 서치라이트를 비추면서 고문을 가하면 정신이 몽롱해져 사뭇 헛소리를 했다. 혼몽 중에 나는 최면에 걸린 듯 까마득하게 잊었던 어린 시절의 어느 날로 돌아가 있기도 하고, 돌아가신 할머니가 생생하게 앞에 다가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그러다가 기절하여 시멘트 바닥에 쓰러져 버리면, 양동이 물을 냅다 끼얹는 바람에 정신이 들곤 했다. 정신이 드는가 싶으면 다시 일으켜 책상 앞에 앉히고 내게 볼펜과 메모지를 밀쳐놓으면서 다그쳤다.

 

계엄사령부는 같은 해 1114일 발표한 수사결과에서 스님 10명과 재가자 8명을 구속시키고, 32명의 처리를불교정화중흥회의에 맡겨 승적 박탈 또는 종무직을 사퇴하도록 위임했다고 밝혔다. 또 계엄사령부는 몇몇 스님들을 삼청교육대에 보내고, 강제로 남양주 흥국사에서 40여 일간 참선하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 조사결과 조계종은 1980 3월 분규 종식을 위해 합의를 도출하고 426일 중앙종회선거에서 월주 스님을 총무원장으로 선출했으나 당시 문공부가 총무원장 등록을 장관의 지시로 지연시켰던 사실도 최초로 확인됐다.

특히 월주 총무원장은 신군부측이 요구한 전두환 장군 지지 표명과 문공부의 자율정화 지침을 거부했고, 불교재산관리법 등의 개정을 요구하는 등 국보위를 중심으로 한 신군부 측과 갈등관계가 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합수단은 이에 따라 공권력을 동원해 1027일 수사 개시 때 예상되는 불교계 내의 종무 마비 사태를 대비해 실무대책반을 구성하고, 실무대책반은 몇몇 스님을 접촉해 동조를 획득하는 활동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합수본부는 1980 1114일 불교계 중간수사 결과 몇몇 스님의 부정축재 액이 2백억6천만 원이나 된다고 발표했으나, 위원회 조사결과 신군부가 사실을 왜곡 과장하거나 허위사실을 공표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는 "당시 수사당국이 불교계 수사착수 직후와 수사가 완전히 종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수사결과를 발표한 것은 국민 및 다수의 신도들에게 불교계를 비리의 온상으로 각인시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군화발로 법당을 침범하고 원로스님 등 전체 스님들을 집합시켜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는 등 종교적 특성을 무시한 작전수행으로 불교계에 커다란 상처를 준 만큼 정부당국은 명예회복과 피해회복 방안에 대해 조계종 측과 협의하라"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