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에 오늘, 12월/12월 5일

국민교육헌장 선포

산풀내음 2016. 10. 25. 23:22

1968 12 5,

국민교육헌장 선포

 

우리 나라의 교육이 지향해야 할 이념과 근본 목표를 세우고, 민족중흥의 새 역사를 창조할 것을 밝힌 교육지표이다. 1968 6월에 대통령 박정희는 당시 문교부장관 권오병에게 ‘국민교육의 장기적이고 건전한 방향의 정립과 시민생활의 건전한 윤리 및 가치관의 확립’을 위해서 각계각층의 의견을 총망라하여 교육장전(敎育章典)을 제정할 것을 지시하였다.

 

문교부에서는 헌장 제정을 위하여 26명의 기초위원과 48명의 심의위원을 선정하였고, 개혁위원 가운데 박준규, 이만갑, 김성근, 정범모, 이규호, 박희범 등이 제출한 논문을 토대로 하여 대학교수 20명을 초청, 3회에 걸친 초안작성준비회가 마련되었다.

그 해 7월에는 청와대에서 대통령의 주재로 제1차 심의위원회를 개최하였으며, 박종홍, 이인기, 유형진 등이 헌장 초안을 다듬었다. 이 헌장을 국회에 제출하기 전까지 대통령이 주관한 전체회의 4, 국무총리가 주관한 소위원회의 4회가 개최되었다. 같은 해 11 26일에 정기국회 본회의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되고, 12 5일에 대통령이 선포하였다.

당대의교육 지표가 담긴 전문 393(이 글자수는 시험에 출제되기도 했다.)의 헌장은 이후 각급학교 교과서 첫머리에 인쇄되는 등 새마을운동과 함께 20여 년간 지속적으로 보급되었다.

 


국민교육헌장 선포후 시가행진.

 

이 헌장의 제정 소식을 들은 자유중국의 총통 장제스(蔣介石)는 “기선을 빼앗겼다.”고 부러워하면서 자유중국 주재 한국대사 김신(金信)에게 자료수집을 당부하였으며, 서독의 볼노브(Bollnow)도 독일 청년의 정신적인 교량역할을 하여 줄 수 있는 헌장 제정에 고심하고 있던 차라고 하면서 찬사를 보내 왔다.

 

국민교육헌장이 선포된 뒤 각급 학교 학생과 공직자들은 그것을 암기하도록 강요 받았고, 각종 입시와 입사시험에 의무적으로 출제되는 등 전국민의 의식에 강제로 주입됐다. 모든 의식행사, 교과서 속표지, 그리고 영어 교과서의 경우에는 영어로 된 국민교육헌장을 실을 정도였다.

 


당시 문교부는 국민교육헌장독본 265만부를 발간하여 각 학교와 기관에 배부했다.

 

그러다가 10년 뒤 1978우리교육지표 사건이 발생했다. 연세대 성내운 교수와 전남대 송기숙 교수 등이 주축이 되어 유신 말기 국가주의적 교육이념으로서의 국민교육헌장이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교수들의 서명을 받으려고 하다가 적발돼, 교단에서 쫓겨나고 긴급조치 9호 위반혐의로 구속되어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 후 전남대 학생들의 격렬한 시위와 농성이 이어지자 당국은 학내에 경찰을 투입했고 휴교령으로 대응했다.

 

자율성은 물론이거니와 민주적 교육풍토마저 사라져 버린 당시 대학사회에서 교육지표 사건은 유신독재의 반민주적인 교육실상을 세상에 알린 것이었다. 청년 학생들의 반독재 민주화 운동이 격렬해질수록 학원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는 강화되었고, 이는 학생들과 경찰의 충돌로 인한 유혈시위로 이어졌다. 학생들의 구속과 제적 등 대량 학사징계가 뒤따르고 학원에 대한 감시와 탄압도 노골화되었다.

 

그러나 물리적 폭압만으로는 민주화에 대한 우리 사회의 열망을 억누를 수는 없었다. 유신독재는 1년 후인 1979 10 26일에 절대 권력자 박정희가 시해됨으로써 종언을 고하고 말았던 것이다. 유신의 종말은한국적 민주주의라 포장된 유례없는 폭압체제의 붕괴였고, 국가주의적 가치의 쇠퇴를 의미했다.

 

그 뒤 1988년 국회에서 공식적으로 교육헌장개정이나 폐기문제가 대두 되기 시작됐으나 곧 흐지부지됐다. 그러다가 1993년 들어 다시 거론됐고 결국 헌장 제정 기념식, 각종 기념식에서의 낭독, 각급학교 교과서 수록이 차례로 중단됐다. 우리나라 국민교육의 지표가 될만한 교육의 이상이 담겨있어야 할 국민교육헌장이 정치권력의 도구화를 위해 순수하지 못한 의도로 무작정 암송되던 시대가 막을 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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