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브렌티 베리야 전 소련 부수상 총살

1953년 12월 23일,

라브렌티 베리야 전 소련 부수상 총살

 

라브렌티 베리야(Lavrenty Beria, 1899-1953) 前소련 부수상과 보좌관 6명이 1953년 12월 23일 총살됐다. 그는 1953년 7월 공산당 반역공모 및 소련에 자본주의를 심으려는 혐의로 부수상의 자리에서 해임됐고 그의 지지자들과 함께 기소된 바 있다. 비밀경찰을 장악한 내무장관직을 지낸 그는 말렌코프 서기장 휘하의 2인자였다. 소련의 공식보고에 따르면 베리야는 반역혐의를 자백함으로써 극형인 총살형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재판은 비밀재판으로 6일간 지속됐는데 소련 언론은 베리야와 그의 보좌관 6명의 사형이 집행된 후에야 재판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베리야의 젊은 시절(좌)와 아들과 함께(우)

 

베리야는 1899년 그루지야에서 태어나, 학생시절부터 마르크스주의 운동에 가담, 1917년 볼셰비키당에 입당했고 1920년에는 러시아 비밀경찰 체카에 들어갔다. 이때,멘셰비키가 지배하던 조지아에서 볼셰비키의 반란이 일어나자, 볼셰비키 군대인 붉은 군대는 이를 지원하기 위해 조지아를 침공하였다. 체카는 이 작전에 크게 관여하였고, 멘셰비키 정부를 축출하였다. 베리야는 이후 체카가 이름을 바꾼 합동국가정치부(OGPU)의 조지아 책임자로 임명되었다.

 

그리고 베리아는 1924년 조지아의 독립을 위한 봉기를 진압했고 이때 10,000명을 처형시키면서 상부의 눈에 띄기 시작했고 1926년에는 조지아 합동국가정치부의 수장이 되었고, 당시 소련 공산당의 서기장이었던 조지아 출신 스탈린에게 소개되었다. 베리야는 이후 스탈린과 정치적 입장을 같이하는 동맹자 혹은 심복으로서 활동하게 되었다.

그리고 1934년 소련공산당 중앙위원회 위원을 시작으로 스탈린의 최고의 심복으로 인정받으면서 승승장구해 공안-정보 기관인 내무인민위원회의 수장까지 맡았다. 스탈린의 심복으로 1953년 스탈린 사망 후, 총리 말렌코프 밑의 각료회의 의장 제1대리로서, 말렌코프에 버금가는 실력자로 간주됐다.

 

Beria with Stalin (in background), Stalin's daughter Svetlana, and Nestor Lakoba

The Stalin-Beria Terror in Abkhazia, 1936-1953,

 

베리야의 실책은 정보기관을 이용해 유력 지휘관을 사찰하고, 스탈린에게 고자질 하는 등의 짓거리를 하여 군부의 전반적인 원한을 샀다는 점이다. 사실상 2차대전 이후 많은 소련 유력지휘관의 좌천이나 체포에는 그가 맡고 있던 정보기관이 개입했다는 이야기가 많다. 주코프의 비리혐의라는 것도 베리야가 스탈린에게 일러바친 것이라고. 그래서 주코프가 그를 직접 체포한 것이나, 주코프와는 매우 사이가 안좋았던 코네프 조차 이점에서는 한뜻으로 군사재판에서 베리야에게 사형을 언도했을 정도였다.

 

일설에 따르면 베리야는 실각당하는 순간 재판이고 뭐고 없이 그 자리에서 끔살당했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베리야가 이끄는 NKVD나 KGB, 경찰세력의 조직적인 반항을 다들 두려워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어디서 죽었는지도 의문점인데, 가설 중 하나는 공산당 전당대회같이 베리야의 세력이 공식적으로 참석하거나 제어할 수 없는 곳에서 공식석상이라 무장하지않고 참석한 베리야를 역시 공식석상이라 무장할 수 없던 공산당 대의원들이 떼로 몰려가서 패죽였다는 것이다. 비밀회의 석상에서 주코프가 직접 목졸라 죽였다는 설도 유명하다.

 

물론 위의 이야기는 그저 설일 뿐이고, 실제로는 정식재판을 했다. 베리야는 무고한 사람을 많이 죽였고, 테러 활동을 통하여 미제와 서방에 협력하였다는 죄목으로 재판에 회부되었다. 여기에 또 재밌는 일화가 있다. 재판을 할 때 증인으로 참석한 사람은 베리야에 의하여 굴라그로 끌려간 사람 중 하나였다. 그 사람이 증인으로 나와서 베리야의 악행을 술술 불자 재판장에서 베리야가 깜짝 놀라서 "당신이 어떻게 아직까지 살아있는 거지"라고 외치자 그 증인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당신네 기관이 일을 잘 처리하지 못 했었지." 결국 유죄가 확정되어 사형 선고를 받고 처형되었다. 다만 매국행위. 서방 스파이 혐의는 날조된 것이었다. 대서방 유화책에 대한 지도부의 반발이 반영된 혐의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