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에 오늘, 12월/12월 29일

지리산 우리나라 최초로 국립공원으로 지정

산풀내음 2016. 11. 14. 21:27

1967 12 29,

지리산 우리나라 최초로 국립공원으로 지정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국립공원으로 조성된 곳은 어디일까? 바로 전라남북도와 경상남도에 걸쳐 있는 '민족의 명산' 지리산이다국립공원관리공단에 따르면 지난 1967년 자연공원법에 근거해 지리산이 우리나라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2호는 한려해상, 3호는 경주, 4호는 계롱산 국립공원이다. 국립공원의 대명사격으로 인식되고 있는 설악산과 한라산은 1970, 5호와 6호로 지정됐다


이후 속리산과 가야산 등 전국의 유수한 명산들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됐고, 태안해안과 변산반도 등이 해안 국립공원으로 잇따라 지정됐다. 가장 최근엔 지난 2013년 무등산이 국립공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현재 우리나라엔 모두 21개의 국립공원이 있다.

 



 

50년 전 1만명이 30원씩 모아지리산 지켰다

“1만 가구가 10원씩 내서 10만원을 모았어요. 1963년 당시엔 이 동네에서 괜찮은 집 한 채 살 수 있는 돈이었어요.”


지리산에서 나고 자란 우두성(65) 지리산자연환경생태보존회장은 50여 년 전의 상황을 회고하며 22일 이렇게 말했다. 지리산이 국내 첫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50년 전인 67 12월이었다.
 
국립공원이란 용어 자체가 생소하던 당시에 지리산 국립공원 지정을 처음 추진한 것은 정부가 아니었다. 우 회장의 선친 우종수(2014년 작고)씨 같은 지리산 토박이, 그중에서도 구례 주민들이었다. 지금 같으면 상상도 어렵지만 국립공원 지정 이전엔 지리산에서 나무를 몰래 베어내는 도벌(盜伐), 마구 베어내는 남벌(濫伐)이 성행했다고 한다.
 
“60년대 초 주민들이 길목에서 조사한 바로는 구례를 통해서만 하루에 트럭 250대 분량이 실려 나갔어요. 군용트럭 엔진에 회전 톱을 연결한 제재소가 골짜기 곳곳에 들어서 있었으니까요.”

누구보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것은 바로 지리산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 온 구례 주민들이었다. 그 중에서도 지리산을 산행하는 주민 모임인연하반(煙霞班)’ 회원들은 파헤쳐진 숲을 목격하며 도벌·남벌에 분개했다. 우 회장 선친이며 당시 구례중학교 교사였던 우종수씨가 연하반 총무였다. 우종수씨 등 연하반 회원들이 보기에 지리산 황폐화는 시간문제였다.
 
연하반은 지리산을 대한민국의 첫 국립공원으로 만들기로 하고국립공원 지정 추진위원회를 꾸렸다. 국립공원법도 없던 때라 정부를 설득해 법부터 만들어야 했다.
 
제일 먼저 필요한 것이 캠페인 자금이었다. 구례 주민들은 십시일반(十匙一飯)으로 모금에 참여했다. 당시 구례군 12000가구 중 1만 가구가 동참했다. 1만 가구가 63년에 10원씩 내서 10만원, 3년 뒤인 66년에 20원씩 내서 20만원을 모았다. 당시 10만원이면 구례에서 괜찮은 집 한 채는 살 수 있는 돈이었다고 한다.

추진위원회는 수차례 상경해 정부에 건의서를 냈다. 3년에 걸친 노력 끝에 국회와 정부도 관심을 보여 마침내 66 3월 국립공원법이 제정됐다. 법 제정 뒤 정부는 현지에 조사단을 파견했다. 국립공원 지정 추진위에서 조사부장을 맡던 우종수씨도 정부 조사단의 조사에 참여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이듬해 12월 지리산이 첫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안개와 노을, 혹은 고요한 산수의 경치를 일컫는 단어인연하는 지리산 봉우리 중 하나의 이름으로 정해졌다.
 
67년 지리산을 시작으로 지난해 8월 태백산국립공원에 이르기까지 국립공원은 전국에서 22곳으로 늘어났다. 지리산의 성과는 다른 공원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지리산국립공원사무소 신용석 소장은지리산에서 시작된 반달가슴곰 복원 사업의 경험과 기술이 다른 국립공원에서 진행되는 산양이나 여우 복원에도 적용된다고 말했다.
 
올해는 국립공원에 매우 각별한 해다. 국내 1호 국립공원이 지정된 지 50, 국립공원을 관리하는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출범한 지 30년 되는 해다. 지난달부터 전국 국립공원에선 이런 의미를 기념하는 ‘3050’ 행사가 펼쳐지고 있다. 다음달 2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기념식도 열린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50년 전 1만명이 30원씩 모아지리산 지켰다

http://news.joins.com/article/21597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