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에 오늘, 1월/1월 10일

한국남극점탐험대 1,400여km를 걸어서 44일 만에 남극점 정복에 성공

산풀내음 2016. 11. 20. 20:48

19941 10,

한국남극점탐험대 1,400km를 걸어서 44일 만에 남극점 정복에 성공

 

남극대륙 탐사를 위한 전초기지인 패트리엇힐을 떠난 지 43일째다. 탐험대원들의 몸은 이제 천근만근. 짙은 구름과 안개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다. ‘화이트아웃’(눈 표면에 가스가 덮여 원근감이 없어지는 상태) 현상이다. 발을 내딛는 곳이 오르막인지 내리막인지….

기온은 영하 30도를 오르내린다. 바람이 초속 2030m로 대원들의 차가운 뺨을 할퀸다. 허영호 대장을 비롯하여 김승환 유재춘 홍성택 대원들 모두 말이 없다. 세찬 바람과 자외선에 얼굴이 부어 누가 누군지 모르겠다. 얼굴에서 진물이 흐른다. 덥수룩한 수염에 고드름이 붙었다.

 

그래도 행군은 계속되었고 오후 7. 텐트를 쳤다. 이제야 화이트아웃 현상이 사라졌다. 앞이 보인다. 망원경으로 주변을 살핀다. 한참 망원경을 돌릴 무렵, 불쑥 시야에 까만 점이 나타났다. 미국 스콧-아문센기지의 은색 돔이다. 남위 90도 지점. 극점이다.

 

다음 날인 1994 1 10일 오후 6 30(현지시간)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남위 90도 남극점에 태극기를 꽂았다. 탐험대는 44일 동안 초강풍과 눈보라를 뚫고 1,400km 걸어서 남극점에 도달했다. 퉁퉁 부은 얼굴로 얼싸안고 울고 또 울었다. 울다가 눈마저 퉁퉁 부어 올랐다.

 

 

1993 11 20일 서울을 출발한 탐험대는 11 24일 극점탐험의 출발점인 남극대륙 서북쪽 해안 패트리엇 힐에 도착했다. 탐험대원 중 고인경 대장과 정길순 대원은 베이스캠프에 잔류하고 허영호 공격대장을 비롯한 김승환, 유재춘, 홍성택 대원 등 4명의 공격조는 11 29일 대장정에 돌입했다.

 

이들은 1인당 120kg의 장비와 식량을 썰매에 싣고 도보로 영하 30도 이하의 혹한, 강풍과 눈보라를 이겨내고 44일간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으로 남극점에 도달했다. 1993 1월 같은 거리를 탐험한 일본원정대는 67일 만에 극점에 도착했었다.

 

남극은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8848m), 북극과 함께 지구 3극점으로 불린다. 남극점은 1911 12월 노르웨이의 아문센에 의해 최초로 정복되었고, 도보로 남극점을 정복한 것은 영국, 이탈리아, 일본에 이어 한국이 세계 4번째 국가가 되었다. 특히 한국탐험대는 개썰매나 스노모빌 등의 도움을 받지 않고 오로지 도보로 갔으며 단 한 번의 중간보급도 받지 않는 무보급·무휴식이라는 신기록까지 이룩했다.

 

그리고 한국은 이날 남극점 정복으로 1977년 에베레스트 정복, 1991년 북극점 정복에 이어 3극점을 모두 밟았다. 1995년 허 대장은 남극 대륙 최고봉인 빈슨매시프(4897m)에 올라 3대 극점 7대륙 최고봉을 모두 밟은 세계 최초의 산악인이 됐다.

 

1911년 인류 최초로 남극점에 도달한 로알드 아문센

 

'역사속에 오늘, 1월 > 1월 10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계 최초의 런던지하철 개통  (0) 2016.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