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에 오늘, 3월/3월 7일

이란, 루슈디의 소설 ‘악마의 시’ 문제로 영국과 단교

산풀내음 2017. 1. 1. 18:41

1989 3 7,

이란, 루슈디의 소설 악마의 시문제로 영국과 단교

 

1988 9월 영국에서 한 권의 책이 출간됐다.

인도 출신의 한 영국 소설가 루슈디(Salman Rushdie, 1947- )가 쓴 이 책은 즉각 이슬람 세계를 들끓게 만들었다. 이슬람교의 창시자인 마호메트를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마호메트의 열두 아내를 창녀에 비유하면서 코란의 일부를 ‘악마의 시’라고 했기 때문이었다.

 

 

봄베이발 여객기가 런던 상공에서 폭발하고 두 남자가 살아남는다. 두 주인공이 각각 천사와 악마의 모습으로 변해가면서 파란만장한 이야기가 진행된다. 『악마의 시』는 성서의 '욥기'와 괴테의 파우스트에서처럼 신의 묵인 아래 인간을 제물로 삼는 악마의 '실험'을 다루고 있다. 현재와 다른 상황에 처했을 때 인간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이야기하는 작품 속에서 작가는 선과 악, 남과 여, 식민자와 피식민자, 강자와 약자 등 인간세계의 현실 속에 존재하는 수많은 대립과 갈등의 문제를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악마의 시는 알라신에 대한 신성 모독으로 비취질 수도 있지만 이 작품 속에는 이슬람교에 대한 모독적 풍자보다는 영국과 영국인들에 대한 매몰찬 비판이 더욱 강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밀란 쿤데라는 악마의 시를 읽고 종교적 모독을 느끼는 사람들은 소설의 속성인 허구와 유머를 이해하지 못한 탓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파키스탄을 선두로 한 이슬람 여러 나라에서는 즉각 발간중지를 촉구했고, 많은 나라도 이 소설의 판매 및 번역금지 문제로 회오리에 휩쓸렸다. 이런 가운데 루슈디 지지 사설을 실었던 미국 뉴욕의 한 신문사는 폭탄 테러를 당했다. 일본인 번역자가 살해됐고, 터키, 이탈리아인 번역가와 노르웨이의 출판인이 부상을 당하였고, 파키스탄에서는 루시디를 옹호한 사람에 대해 사형이 언도되었다. ‘악마의 시(The Satanic Verses)’라는 제목의 이 소설을 쓴 살만 루슈디(Salman Rushdie)는 세계적인 유명 인사가 됐다.

 

Salman Rushdie having a discussion with Emory University students

 

책이 발간된 지 5개월이 지난 1989 2 14일 당시 이란의 이슬람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호메이니는 루슈디에게 사형선고에 해당하는 ‘파트와’를 선고했다. 호메이니는 루슈디를 암살하는 사람에게는 100만 달러의 현상금도 주겠다고 공표했다.

 

영국은 이란에 강력 항의하며 같은 날 이란주재 외교관을 모두 철수시켰다. 이란도 굽히지 않았다. 영국에 책의 출판을 금지해 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영국은 이란의 요구를 일축했다. 결국 1989 3 7일 이란은 영국과 국교를 단절한다고 발표했다. 루슈디는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기나긴 도주를 시작했다.

 

1998년 모하마드 하타미 이란 대통령은 영국과의 대사급 관계를 복원하기 위해 루슈디 사형선고를 철회했다. 하지만 루슈디에 대한 이슬람 보수파의 암살 위협은 끝나지 않았다. 루슈디는 2002년 영국에서 뉴욕으로 이주했고 2004년에는 세계작가단체인 국제 펜(PEN)클럽의 미국본부 회장에 지명됐다. 2008 6 25일에는 영국 왕실에서 기사 작위를 받았다.

 

루슈디는 2008년 ‘악마의 시’ 발간 20주년 기념으로 영국 ‘더 타임스’와 한 인터뷰에서 오랜 기간 강경 종교 세력으로부터 살해 위협을 받았지만 자신의 작품에 후회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인간이 자유의지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주체인지, 아니면 수동적인 희생자인지 묻고 싶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