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에 오늘, 5월/5월 12일

우리나라 최초의 TV 방송

산풀내음 2017. 3. 25. 07:08

1956 5 12,

우리나라 최초의 TV 방송

 

한국인 앞에 최초로 TV가 모습을 드러낸 것은 1954년 초였다. 카메라가 잡은 시내 풍경을 TV 수상기를 통해 보여주었다곤 하지만, 당시엔진열대에 디스플레이된전시품수준에 그쳤을 뿐이었다. 그러던 것이 1956년 들어 경성방송국의 방송기술자였던 황태영이 주도하여 HLKZ-TV가 개국했다.

 


 

1956 5 12일 오후 7 30, 우리나라 최초의 TV 방송 전파가 발사됐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15번째, 아시아에서는 필리핀, 일본, 태국에 이어 4번째 TV방송국 보유국이 됐다. 방송국 이름은 코캐드(KORCAD). 미국 RCA사의 한국 대리점을 맡고 있던 황태영씨가 설립한 방송국이었다. 호출부호는 HLKZ였고 출력은 0.1㎾로 미약했고, 채널은 9번이었다. 가시청 거리는 반경 30km였다.

 

이날 서울 종각 건너편의 RCA 빌딩 3층 스튜디오에서 선보인 첫 시험방송은 궁중 연례악취타와 국악 합주곡수제천이었다. 민속무용단의 승무와 백설희현인 등 인기가수가 대거 출연한 쇼프로도 2시간 동안 방송됐다. 이날 첫 TV광고는 영창산업의 '깨지지 않는 유니버샬 레코드'였다. 화신백화점 앞과 서울역 등에 설치된 TV를 처음 본 시민들은 한결같이 신기하다는 반응이었다.

 

1956 6 1일부터 정규방송이 시작되었다. 격일 방송으로 저녁 8시부터 10시까지 2시간씩 방송되었다. 11 1일부터 금요일만 빼고 매일 2시간씩 방송을 내보내기 시작했다. 시청 시간대는 프라임 타임인 저녁 8시에서 10시까지였다. 하지만 TV 방송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쌀 한 가마니가 18000환이던 시절에 14인치 TV 수상기 한 대 값이 34만 환이나 됐으니 TV 수상기 보급도 기대에 못 미쳤다. 300대뿐이었다. 또한 서울을 가시청권으로 한 이 방송은 처음부터 경영난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HLKZ-TV는 민영방송으로 주 수입원이 광고가 되어야 했는데, 당시 한국 경제 사정은 매우 열악해 광고에 의존하는 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광고 수입에만 의존하는 순수 민간 상업방송인 HLKZ-TVOB맥주, 크라운맥주, 경성전기회사, 청도제약, 수도피아노 등 극히 소수의 광고주에게만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막대한 적자에 허덕이다가 1957 5 6일 자로 대한방송주식회사 기영(당시 한국일보 사장)에게 넘겨주게 되어 'DTV'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바뀌면서 KORCAD-TV는 사라지게 되었다.

 

대한방송문화협회에 TV 수상기 구매 신청자들이 줄서서 기다리는 모습(1962)

 

장기영 KORCAD DBC 대한방송으로 이름을 바꾸고 DBC의 광고를 늘리기 위하여 자매기관인 한국일보 광고국에서 광고를 지원함에 따라 스포츠 경기 중계나 3·1 혹은 광복절 중계, 시청자 참여 공개 방송 등도 하게 되어 방송국의 기틀이 잡히게 됐다. 개국 당시 편성은 매일 저녁 8시에서 10시까지 2시간 방송으로 출발했으며, 두 달 후인 7월부터는 평일 3~4시간, 주말 5시간으로 확장되었다.

 

TV 수상기 보급도 나름 늘어나고 광고도 많아지면서 경영에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이는가 싶었다. 그러나 1959 2 3일 오전 1시 방송국 건물 2층에서 난방기에서 불이 나서 2~3층 전체를 불태웠다. 원인은 합선. 다행히 방송국이 보험에 들었지만, 보험금을 당시 누적된 적자로 생긴 빚을 갚는데 쓰기로 하고, 3 1일부터 AFKN에서 7시부터 30분 동안 임시방송을 하다가 1961 10 15 DBC사장의 인사와 문화명화 '무궁화 새로이 피네'를 끝으로 방송을 중단했다.

 

1961 10 15일 한국 TV방송의 최초라는 명예만 지닌 채 방송을 중단하여 채널 9국영 서울텔레비전방송국(KBS-TV)으로 회수 조치되었다. HLKZ-TV 직원들은 그 대부분이 1961 12 31일에 개국한 국영 KBS-TV로 자리를 옮겨 본격적인 텔레비전 시대 개막의 발판을 마련했고, 일부는 한국방송공사를 거쳐 민간 텔레비전 방송국인 동양텔레비전(TBC-TV, 1964년 개국)이나 MBC-TV(1969년 개국된 문화방송 텔레비전)의 창설에 참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