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문사태 발생

1989년 6월 4일,

천안문사태 발생

 

1989년 6월 4일, 중국정부가 천안문 광장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던 학생들과 시민들을 무력으로 진압하면서 일어난 유혈참극 ‘천안문 사태’로 전 세계가 큰 충격에 빠졌다. 이를 천안문 사건 또는 6.4사건이라고 한다. 영어로는 Tiananmen Square protests, June Fourth Incident, '89 Democracy Movement 또는 Tiananmen Square Massacre 등 다양하게 명명되고 있다.

 

 

1976년 마오쩌둥이 사망한 후, 화궈펑이 집권했으나 10년간 지속된 문화대혁명의 후유증을 수습하기에는 지도자적 역량이 부족했다. 그리하여 광범위한 당내외의 지지를 받아 덩샤오핑이 떠올랐고, 덩샤오핑은 화궈펑을 압박하여 당총서기에서 사임하게 함으로서 대권을 장악하였다.

 

덩샤오핑은 문화대혁명을 청산하고 개혁개방을 추진하였으나, 개혁개방 초기에 있었던 개혁 조치는 여러 불만을 야기하였다. 특히 자본주의 체제 도입에 따른 이권으로 관료들의 부패는 날이 갈수록 심해졌고, 또한 당시 인플레이션과 실업으로 인해 젊은이들의 불만은 커져만 갔다. 한편 소련 고르바초프의 자유 확대 조치에 고문된 학생과 시민들이 전면적인 민주화 조치와 대대적인 부정부패 척결을 요구하게 된다.

 

1989년 새해는 중국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기념할 만한 한 해가 될 것으로 기대되었다. 이 해는 프랑스혁명 200주년(1789년)이 되는 해이며, 5‧4 운동(1919년) 70주년이 되는 해이자 중화인민공화국의 40번째 생일이고(1949년), 미국과의 공식 외교관계가 재개된 지 10년이 되는 해였다. 중국의 수많은 저명한 과학자와 문인이 덩샤오핑과 다른 지도자에게 이 해를 중국 정치의 유연성과 개방성을 강화하는 도약의 발판으로 삼으라는 편지를 보냈다. 그들은 1978년 민주의 벽 운동으로 10년째 감옥생활을 하고 있는 웨이징성(魏京生, Wei Jingsheng, 1950- )과 오직 정치적 견해의 차이로 인해 수감되어 있는 사람들을 사면해 줄 것을 요청했다.

 

 

또한 진정한 과학적․경제적 진보에 필수적인 활발한 지적 교류를 위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국가 전체를 위해 교육에 더 많은 투자를 하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대표들은 ‘정치적․사회적․문화적 민주화’와 현재 논의 중인 경제개혁이 결합된 ‘사회주의적 민주주의’가 가장 좋은 해결책이라고 제안했다. 다른 지식인은 1979년 미국 방문 후 덩샤오핑이 한 유명한 표현 “흰 고양이건 검은 고양이건 상관없다. 쥐만 잡으면 좋은 고양이다 (黑猫白猫 抓老鼠 就是好猫, 흑묘백묘 주노서 취시호묘)”가 의미하는 종류의 실용주의로 복귀할 것을 주장했다.

 

이와 같은 불안한 분위기 속에서 1989년 4월 15일 후야오방(胡耀邦, Hu Yaobang, 1915-1989)이 심장마비로 급서했다. 대장정에 참가한 노병이자 공산주의청년단의 지도자인 후야오방은 덩샤오핑이 선택한 공산당의 총서기였지만, 1986~1987년 학생시위를 과열시켰다는 죄를 뒤집어썼다. 1987년에 후야오방이 당직에서 해임당할 때, 중앙위원회는 그에게 치욕적인 ‘자기비판’서를 제출하게 했다.

 

후야오방의 사망을 계기로 4월 17일에 학생들과 시민들이 인민영웅기념비로 추모를 위해 몰려들기 시작했으며, 수백 명의 대학생들로 구성된 시위대가 형성되었다. 그들의 목적은 후야오방의 서거를 애도하면서 정부 내의 부패와 연고주의의 종식을 요구하고 정책결정에서 더 많은 민주적 참여와 더 나은 대학 환경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많은 곳에1980년 이후 당에 의해 불법으로 간주된 대자보가 나붙었는데, 대부분이 공개적으로 후야오방 개인과 그의 자유주의나 정치․경제적 개혁에 대한 지지 성향을 찬양하는 내용이었다.

 

4월 18일에 학생들은 천안문 광장의 인민대회당 근처에서 연좌 농성에 들어갔다. 그날 밤 그들은 인민공화국 치하에서 전례 없는 과감성을 발휘하여 자금성 끝 중난하이 단지에 있는 당 본부와 당 최고위 지도자들의 거주지 앞에서 연좌농성을 벌였다. 정부는 4월 22일을 후야오방의 장례식 날로 공식 선포하고, 시위를 금하고 천안문 광장 전체의 교통을 통제하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베이징 학생들은 경찰이 배치되기 전에 광장으로 들어와 대규모 평화시위를 벌였다. 학생들이 대회당 계단에 무릎을 꿇고 리펑 (李鹏, 1928 - ) 주석과의 대화를 요청했다. 그러나 리펑은 나오지 않았다.

 

Students put flowers and wreaths in front of a portrait of former Chinese Communist Party leader and liberal reformer Hu Yaobang on April 19, 1989.

 

4월 26일, 덩샤오핑(鄧小平)은 시위 커지자 북경 시위 통제를 지시하였고 인민일보는 이 날짜 사설을 통해 시위대와 근로자, 농민공 시위를 ‘반혁명 폭란'으로 규정하였다. 그러나 시위는 전국적으로 확산되었고 천안문에서는 지식인, 노동자, 일반시민 등 100만 여명이 연일 모여들어 민주화를 요구했다.

 

광장의 시위학생들이 미국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과 비슷한 ‘민주의 여신상’을 만들어 천안문 바로 앞 광장에 세우자 덩샤오핑을 비롯한 중국공산당 지도부의 인내는 한계를 넘고 말았다.

학생 지도자 왕단이 대중에게 호소하고 있다.

수많은 시민들이 거리 시위를 지원했다.

 

5월 18일 베이징 일부 지역에 한정해서 계엄령이 선포되었다. 오전 11시 인민대회당에서 중국 공산당 원로들은 우얼카이시, 왕따한 등 학생 측 대표와 전격적으로 면담을 가졌다. 신임 총리 리펑은 당내 강경파들을 대신해서 학생들을 강한 어조로 설복시키려 했으나, 학생 지도층들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고 협상은 결렬되었다. 그리고 당일 당내 회의에서 계엄령을 선포하기를 결정했고, 덩샤오핑은 출동명령서에 사인했다. 오직 쉬친셴(徐勤先, 당시 중장, 1935 - )만이 "인민해방군은 인민에게 총부리를 돌릴 수 없다. 시민과 학생들을 유혈진압해서 역사의 죄인이 되느니보다는 내가 목이 잘리는 것이 낫겠다"라며 출동을 거부했는데, 그는 명령불복종죄로 군사재판에 회부되었고, 4년간 복역했다.

 

5월 19일, 자오쯔양(趙紫陽, Zhao Ziyang, 1919-2005)은 천안문 광장을 방문하여 민주 개혁을 외치며 단식 농성 중인 학생들에게 눈물로 호소했다. 이제야 온 것에 대해 사과하고 시위대가 무엇을 주장하는지 잘 알고 있으며,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겠으니 이제 집으로 돌아가라고 설득했다. 정치적 힘겨루기에서 패한 자오쯔양은 민주화 운동에 동조했다는 이유로 실각 당했으며, 17년 동안 가택 연금당했다. 이후 몇 차례 덩샤오핑은 마음을 돌려보려 시도했지만, 그는 죽을 때까지 천안문 사건에 대한 입장을 선회하지 않았다.

 

자오쯔양이 5월 19일 시위대와 면담하고 있다. 자오쯔양은 1987년부터 1989년까지 중국공산당 총서기였으나, 1989년 천안문 사태로 실각되었으며, 그 후로 17년간 가택연금 중에 베이징에서 지병으로 사망하였다.

A view of the increasingly squalid conditions on the Square on May 25, as protests have thinned out. The tomb of Mao Zedong is in the background

 

5월 20일, 마침내 계엄령이 선포된다. 중국 당국은 계엄령을 내린 후 약 5만 명의 대군을 베이징에 투입했으나, 예상 외로 시민들과 학생들의 강한 저항으로 교외에 머물러야 했다. 중국 공산당은 바로 무력을 사용하지 않고 계속 군중들에게 천안문 광장을 비울 것을 종용했다. 하지만 군중들은 해산하지 않았고, 결국 당내에서는 강경파들이 득세하게 된다.

 

민주화 요구를 위해 모인 시민들과 대치한 군인들

 

그리고 운명의 6월 3일 밤 10시 베이징 동서에서 진입한 인민해방군 제38집단군과 제17집단군은 시위대의 저항을 장갑차로 밀어붙이며 광장 한복판으로 진입해 다음 날 새벽까지 이른바 ‘광장 청소 작업’을 마무리했고 광장은 다시 평소의 빈 광장으로 되돌아갔다.

 

 

애초 공식 발표로는 민간인 사망자 300여 명, 부상자 7천여 명이 발생한 사건이다. 국제적십자협회는 2,000 여명으로 사망자를 발표했다. 비공식 집계로는 5천여 명 사망, 3만여 명 부상이라는 주장도 있으나 확인되지는 않았다. 그 후 중화인민공화국 공안부가 1990년 7월 10일 제5차 국무원 보고에서 정식 발표한 것을 따르면, 민간인 사망자는 875명, 민간인 부상자는 약 14,550명이었으며, 군인과 전경은 56명이 사망, 7,525명이 부상당했다.

 

June 4, 1989, journalists covering the crackdown were caught in the line of fire. Photos: 1989 Tiananmen Square crackdown

 

이후 중국은 서방국가들과의 관계가 급속히 냉각되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상층부 권력구조를 대대적으로 개편, 조자양을 실각시키고, 강택민을 당 총서기로 선출, 새 실권자로 등장시켰다. 실권자 등소평은 가을 4중전운에서 당중앙군사위 주석직 등 모든 공직에서의 사퇴를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