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에 오늘, 6월/6월 23일

5만원권 지폐 유통

산풀내음 2017. 5. 14. 16:18

2009 6 23,

5만원권 지폐 유통

 

한국은행은 2009 623일 오전 6시부터 금융기관 본점과 결제모점(한은과 입출금 거래하는 지점) 5만원권을 공급했다. 이날 발행번호 21번부터 100만 번까지의 5만 원권이 시중은행, 특수은행, 지방은행 본점과 우정사업본부 등을 통해 유통되면서 이들 금융회사의 영업창구는 5만 원권을 찾는 고객들로 분주했다. 이처럼 교환 수요가 몰린 영업점에서는 고객이 길게 줄을 늘어서는가 하면 일부 지점은 아예 1인당 신권 교환 금액을 100만원으로 제한했다.

 

이내황 한국은행 발권국장이 5 25일 오전 서울 소공동 한국은행에서 금년 6월중 발행할 5만원권 도안을 공개하고 있다.

 

5만원권의 빠른 번호(AA*******A) 100만장 가운데 1100번은 한은 화폐금융박물관에 전시하고, 10120,000번까지 19,900장은 7 21일부터 G마켓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인터넷 경매를 실시했다. 한은 관계자는 “빠른 번호는 7자리 숫자앞에 AA, 숫자 끝에 A가 있는 지폐”라면서 “경매물량 19,900장은 2007 1천원권과 1만원권 발행당시(9900) 2배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그동안 소장가치가 있다고 평가받는 발행번호 앞자리의 신권을 창구에서 일반인에게 선착순으로 교환해줬으나 이번에는 창구 교환을 하지 않기로 했다. 이는 신권이 나올 때마다 많은 사람이 한은 앞에서 밤새도록 줄을 서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한은은 설명했다. 고액권이 나오는 것은 지난 1973 6월의 1만원권 이후 36년만에 처음이다.

 

신사임당 초상이 들어가는 5만 원권의 크기는 가로 154, 세로 68㎜다. 기존 1만원짜리보다 약간 길다. 대신 세로는 똑같다. 이로써 지난 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발행된 새 1000원짜리와 5000, 1만원짜리 등 지폐 모두 세로 크기는 같고, 가로 길이만 약간씩 차이가 나게 됐다.

 

이와함께 새 5만원짜리 돈의 경우 기존 지폐보다 위조방지기술이 대거 채택된 점이 눈길을 끌었다. 이내황 발권국장은 " 5만원권 지폐가 가장 고액권으로 시중에 유통됐을때 위조할 유인이 많을 것으로 본다"면서 "이를 방지하기 위해 새로운 방지기술을 크게 보강했다"고 말했다.

 

한은쪽이 밝힌 위조방지장치는 전문가용까지 합하면 16가지에 이른다. 우선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앞면 왼쪽 끝부분이다. 여기에 특수필름의 띠가 상당히 두껍게 들어가 있다. '띠형 홀로그램(hologram stripe)'이라 불리는 이 장치는 보는 각도에 따라 색상이 변한다. 그리고 태극 문양과 우리나라 지도, 4괘 등 3가지 무늬가 들어가 있고, 그 사이에 액면 숫자 50000이 새겨져 있다. 두번째는 앞면 중간 부분에 청회색 특수필름의 띠가 새겨져 있다. 여기에도 태극무늬가 들어가 있고, 지폐를 상하로 움직이거나 좌우로 움직일경우 서로 다른 움직임을 볼수 있다. 세번째는 앞면 왼쪽과 오른쪽 아래에 있는 지폐 고유번호의 숫자다. 지폐번호 10자의 문자와 숫자의 크기가 오른쪽으로 갈수록 크게 만들어져 있다. 기존 지폐들은 이들 고유번호의 크기가 같다.

 

이밖에 앞면 빈 공간에 숨은그림(watermark)으로 신사임당이 들어가 있고, 뒷면 오른쪽의 '50000'의 액면 숫자에는 특수잉크를 사용했다. 한은 관계자는 "이 지폐를 약간 기울여 보면, 뒷면 50000 숫자의 색깔이 녹색과 자홍색으로 변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또 앞면 곳곳에 오각형 무늬나 숫자 '5'를 특수 기법을 통해 숨겨놓거나, 신사임당 초상이나 월매도 등 문자와 숫자 등도 손으로 만져보면 오톨도톨한 감촉을 느낄수 있는 인쇄기법이 들어갔다. 시각 장애인을 위해서는 앞면 오른쪽과 왼쪽 끝부분에 손으로 만지면 느낄수 있도록 별도의 식별 장치도 있다.

 

한은에 따르면 2014 5월 말 기준 5년간 시중에 뿌려진 5만 원권 총액은 444767억 원(88953만여 장)이다. 화폐 발행 잔액을 기준으로 20세 이상 대한민국 성인 1명당 평균 22장씩 갖고 있는 셈이다. 발행 당시 5만 원권이 물가를 끌어올리고 지하경제를 키울 것이라는 논란이 컸다.

 

사실 5만 원권 발행은 조폐공사의 수익을 크게 악화시켰다. 1만 원권이라면 5장 찍을 것을 5만 원권 1장만 찍다 보니 생산되는 지폐의 장수가 줄어든 것이다. 시중은행이 발주해 조폐공사가 생산하는 자기앞수표마저 5만 원권 출시 이후 발행량이 격감했다.

 

김화동 조폐공사 사장은 “5만 원권 발행 전과 비교해 제품 생산량이 절반 정도로 줄었다”며 “그 대신 상품권, 신분증카드 등 다양한 상품 제조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5년 전까지만 해도 영국에 상품권 제작을 맡기던 국내 유명 백화점들은 이제 조폐공사에서 상품권을 찍는다. 5만 원권 제조에 적용한 첨단 위·변조 방지 기술이 상품권 생산을 수주하는 데 큰 힘이 됐다. 이래저래 5만 원권은 조폐공사를 울리고 달래는 제품이다.

 

5만 원권의 낮은 환수율도 문제다. 조폐공사에서 찍어 한은을 통해 나간 돈이 돌아오지 않고 시장 어딘가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한은에 따르면 2014 15 5만 원권의 환수율은 27.7%로 지난해 같은 기간(52.3%)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한은 금고에서 나간 5만 원권 100장 중 72장이 회수되지 않고 어디론가 숨었다는 뜻이다. 5만 원권 때문에 고액을 숨기거나 음성적으로 거래하는 일은 훨씬 쉬워졌다. 일반적인 ‘007 가방’에는 1만 원권 1억 원이 들어가지만 5만 원권으로는 5억 원이 담긴다. 사과상자에는 25억 원까지도 들어간다.

 


동아일보, 2014 6 21, 5만원권 발행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