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에 오늘, 6월/6월 24일

자수성가 택시회사 대표 김광자씨, 50억원 평생 모아 ‘언지장학회’ 설립

산풀내음 2017. 5. 15. 20:49

2015 6 24,

자수성가 택시회사 대표 김광자씨, 50억원 평생 모아 ‘언지장학회’ 설립

 

6월 초, 희끗희끗한 짧은 머리의 60대 여성이 서울시교육청을 찾았다. 지난달부터 “장학회를 설립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며 수차례 전화로 묻던 여성이다. 교육청에 온 그는 “평생 독신으로 살아, 재산을 물려줄 가족도 자식도 없다. 아이들을 위해 좋은 일을 하고 싶다”며 장학회 설립 신청서를 냈다. “택시 기사로 일하며 평생 모은 돈”이라며 내놓은 재산은 50억원에 달했다.

 

아름다운 얼굴 김광자 선생님

 

서울시 면목동에 있는 택시 회사 ‘평화교통’ 김광자(68) 대표가 개인 재산을 털어 일용직 근로자 등 저소득층 자녀들을 위한 장학재단 ‘언지장학회'를 설립했다. ‘언지’는 오래전에 서예 선생님이 지어준 그의 호다. 매년 8000만원의 장학금을 저소득층 자녀들에게 지급하기로 했다. 김 대표는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주변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일용직 근로자들을 많이 봤다. 사행성 오락에 빠져 가정이 파탄 나는 경우가 많았는데 가슴이 굉장히 아팠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의 자녀만이라도 희망을 가지고 열심히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에서 장학회를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경기도 용인에서 태어난 그는 형편이 어려워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했다1974년 운전 면허를 따자 주변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부모는 “여자가 무슨 운전이냐”고 했다. 여성 운전자가 드문 시절이었다. 20대의 젊은 여성이 운전대를 잡는 것은 더욱 그랬다. 하지만 운전이 너무 좋았다. 고향인 경기도 용인을 떠나 부모님 몰래 서울에서 택시 운전을 시작했다. 택시 기사로 밤낮 가리지 않고 일했다. 그러면서 주경야독으로 고졸 검정고시까지 마쳤다.

 

당시 택시 기사의 수입은 웬만한 대기업 직원 못지 않았다. 번 돈으로 서울에 땅을 샀는데 값이 크게 뛰었다. 1981년 한 택시 회사를 인수, 여성 CEO가 됐다. 몇 년 뒤 ‘평화교통’의 전신인 ‘평화택시’를 설립, 현재 기사 100여명, 택시 65대에 이르는 중견 회사로 성장시켰다.

 

김광자씨는 미혼이다. “돈을 모아 땅을 사고, 회사를 만들어 정신없이 일하다 보니 세월이 다 지나갔다”고 했다. 함께 살던 모친은 2013년 세상을 떠났다. 그는 고희(古稀)를 바라보는 나이지만 요즘도 직접 운전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