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에 오늘, 8월/8월 20일

체신부, 제2이동통신 사업자로 대한텔레콤 선정

산풀내음 2017. 7. 15. 06:05

19928 20,

체신부, 2이동통신 사업자로 대한텔레콤 선정

 

6공 최대의 이권사업으로 갖가지 시비와 논란 속에 관심을 끌었던 제2이동통신 이동전화 사업권이 선경그룹의 대한텔레콤에 돌아갔다. 선경을 비롯한 포항제철, 코오롱, 동양, 쌍용, 동부그룹 등 6개 그룹이 사업자 선정 경쟁에 뛰어들었다. 당시 제2 이통 사업권 획득은 재계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최대 경제이슈로 부각된 가운데 이들 6개 그룹은 440개사에 달하는 국내 업체 및 외국 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1992 6 26일 체신부는 제2 이통 사업신청서 접수를 마감, 6개 그룹 컨소시엄이 제출한 서류를 정밀 심사했다. 7 29일 체신부는 1차로 선경과 포항제철, 코오롱 3개 그룹 컨소시엄을 제2 이통 사업자 후보로 선정한다고 발표했다. 평가항목별 집계에 따르면 선경의 대한텔레콤은 총점 8127점을 얻어 1위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 코오롱의 제2 이동통신은 7783, 포항제철의 신세기이동통신은 7711점을 얻었다.

 

선경은 1차 심사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함에 따라 최종 선정될 것이라는 자신감에 충만해 있었다. 선경은 이에 앞서 1980년대 중반 정보통신사업 진출을 위한 준비를 한 만큼 경쟁 기업에 비해 강한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 철저한 준비와 자신감을 바탕으로 제2 이동통신 사업신청서를 제출하기 이전인 1992 1, 최종현 선경그룹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1992년을 정보통신사업 진출의 원년으로 선언하는 등 정보통신산업 진출에 대한 의지를 공식적으로 천명했다.

 

1988년에 최태원과 노소영의 결혼으로 노태우의 사돈 기업인 된 선경이며 그리고 지난 1980년에도 당시 최대 이권인 유공의 인수에 노태우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경험으로 제2 이동통신사업자 선정에 국민 누구도 공정한 경쟁으로 사업자가 선정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 이런 가운데 선경이 1등을 차지하자 야당에서는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체신부가 “심사 과정이 공정했다”며 의혹을 일축했으나 소용이 없었고 이런 체신부의 발표는 그 누구도 예견 가능한 수준의 답변이었다.

 

이미 예견된 결과였지만 그래도 국민의 관심은 대선을 얼마 남겨둔 상황에서 과연 또 한번의 권력형 비리를 노태우가 감행하느냐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정부는 `정당한 이유 없이 국가적인 사업 추진을 중단하는 것은 공신력을 잃은 처사`라며 2차 심사발표를 강행했다.

 

1992 8 20일 발표된 2차 심사 결과는 예상했던 대로였다. 선경이 압도적인 차이로 최고 점수를 획득함으로써 제2 이통사업 최종 허가법인으로 선정됐다. 2 이통 2차 평가항목별 종합점수는 대한텔레콤(선경) 8388, 신세기이동통신(포항제철) 7496, 2이동통신(코오롱) 7099점 순이었다. 체신부는 세부평가 항목과 항목별 가중치 및 가중치 부여 원칙, 각 업체의 항목별 점수와 신청서 사본, 심사평가위원 명단까지 공개하는 등 심사의 공정성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 또한 예견된 수순이었다.

 

그러나 제2 이통사업자 선정 발표는 대통령 선거를 앞둔 미묘한 사회적 분위기와 맞물려 커다란 물의를 불러일으켰다. 현직 대통령 인척기업에 허가한 불공정한 처사라는 국민적 여론과 제6 공화국 말기 정치권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던 것이다. 여당 내부에서도 분란이 일었다. 차기 대통령 후보인 김영삼 대표는 특혜 의혹이 대선에 영향을 미칠까 봐 전전긍긍했다. 하지만 노태우 대통령과 청와대는 완강했다. 하지만 선경이 `대통령 사돈 기업`이라는 이유로 특혜 의혹은 지속됐고, 여론의 향배도 심상치 않았다.

 

결국, 1992 8 27일 선경그룹은 손길승 대한텔레콤 사장의 기자회견을 통해 “합법적인 절차와 공정한 평가를 거쳐 사업자로 선정되었으나 물의가 커 국민 총화합에 기여한다는 취지에서 사업을 포기하기로 했다”며 제2 이통사업 포기를 공식 선언했다. 이어 “오해 받을 우려가 없는 다음 정권에서 실력을 객관적으로 인정받아 제2 이통사업을 재추진 하겠다”는 의지도 표명했다.

 

다음 날인 8 28일 체신부도 제2 이통사업자 선정 문제를 차기 정권으로 이양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2 이통사업자 선정이 불과 1주일 만에 백지화됐다. 그 뒤 정부는 제2 이통사업자 선정을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넘겨 1994 2월 신세기이동통신을 새 사업자로 선정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