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에 오늘, 12월/12월 8일

그리스 국민투표로 142년간의 왕정 폐지

산풀내음 2016. 10. 30. 16:08

1974 12 8,

그리스 국민투표로 142년간의 왕정 폐지

 

1974 128일 그리스가 국민투표를 통해 142년간의 왕정을 종식시키고 공화정을 출범시켰다. 이날 투표에서는 군주제를 반대하는 도시유권자들의 압도적 투표에 의해 공화제 찬성이 군주제 찬성투표를 전국에서 51의 비율로 누르고 압승을 거두었으며 공화제 찬성은 73%를 기록했다.

 

 

이 같은 투표결과로 그리스정부는 12 23일 각의를 열고 과거에 국왕이 행사했던 대권과 다른 일부 권한을 대통령에 부가하는 공화국 헌법초안을 승인했다. 새 헌법은 대통령에게 수상과 각료를 임명 또는 해임하는 권한과, 내각의 건의에 따라 국가의 중대문제에 관해 국민투표를 실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이날 투표로 왕정의 폐지를 결정한 그리스는 터키로부터 독립을 쟁취한 뒤 1832년 런던협약에 의해 탄생한 후 지난 142년간 왕정을 실시해 왔었다. 왕정이 폐지될 때까지 7명의 왕이 그리스를 다스렸다.

 

그리스는 바이에른 출신의 오토1세가 왕위에 오르며 독립을 얻은 1832년 이래 단속적인 공화정 선포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으로 왕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 시절 배태된 공화파와 왕당파 사이의 갈등은 공화정 출범 뒤에도 완전히 잦아들지 않았다. 그리스 공화정은 민주주의 회복과 비슷한 시기에 출발했다. 그리스는 1967년 쿠데타로 군사정권이 들어선 뒤 국왕 콘스탄티노스2세가 정권 탈환을 꾀하다 실패해 국외로 망명해 있던 터였는데, 1974년 민간정부 출범과 함께 아예 왕정을 폐지한 것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그리스는 비록 왕정이라고는 하나 유럽의 다른 여러 나라들처럼 입헌군주제였으므로, 왕정 폐지 자체가 그 나라 민주주의의 큰 진전을 의미했다고 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군부통치 종식과 왕정 폐지가 맞물림으로써 민주주의와 공화정이 동시에 출발했다는 것은 상징적이다. 그리스에서 왕정 폐지를 처음 발의한 세력이 군사정권이라는 것이 얄궂다. 민주공화정의 두 적이 서로 싸우면서 그리스 정치의 발전에 본의 아니게 이바지한 셈이다. 공화정은 소극적으로 세습군주의 부재를 뜻하지만, 적극적으로는 그 라틴어 어원인 Res publica(公事)가 상징하는 여러 가치들을 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