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에 오늘, 4월/4월 17일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저항운동단체인 하마스 최고 지도자 란티시 암살

산풀내음 2017. 3. 1. 20:31

20044 17,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저항운동단체인 하마스 최고 지도자 란티시 암살

 

 

2004 4 15일 미국 대통령 조지 W 부시는 이스라엘 총리 아리엘 샤론을 만나 요르단강 서안의 유대인 정착촌을 유지하려는 샤론의 계획을 승인했다.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스라엘군이 점령지― 요르단 강 서안지방, 가자지구, 골란고원 ― 에서 철수해야 한다고 규정한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따라서 이번에 부시는 이스라엘의 유엔결의안 위반을 공공연히 승인한 셈이다. 유엔결의안 위반은 2003년 부시가 이라크를 침략한 구실 중 하나였는데도 말이다.

 

두 테러리스트의 만남. “무고한 이슬람교도들 싹다 죽여도 되지? 어린 아이와 여자들도 포함해서 ..” “당근이지”

 

미국의 지원을 확인한 샤론은 야신에 이어 4 17일 저항 단체 하마스의 최고 지도자 압델 아지즈 알 란티시(Abdel Azis Ali Abdul Maiid Al-Rantisi, 1947-2004)를 암살했다. 란티시는 이날 경호원들과 승용차를 타고 가자지구 셰이크 라드완 마을 인근을 달리다가 이스라엘 헬기의 공격을 받았다. 란티시는 피격 후 중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5분 만에 숨졌다.

 

란티시는 지난 3 22일 하마스의 창설자인 셰이크 아메드 야신이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암살당한 뒤 최고 지도자로 선출됐으며, 이스라엘에 대한 강경 투쟁을 선언했었다.

 

누가 하마스의 투쟁을 테러리스트라고 비난할 수 있을까?

 

야신에 이은 란티시 암살 사실이 알려지면서 수만명의 분노한 팔레스타인인들은 가자 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에서 이스라엘에 대한보복을 외치며 가두 시위를 벌였다.

 

이스라엘 정부는 란티시 표적 암살 공격이 성공한 뒤야신을 살해했던 것처럼 앞으로도 테러리스트들을 제거하기 위한 공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나빌 샤스 팔레스타인 외무장관은이스라엘이 국제사회 앞에서 저지른 냉혈 범죄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면서 미국이 이스라엘의 대()팔레스타인 강경정책을 묵인해준 것이 란티시 암살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하마스 고위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는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을 공언했다.

 

이번에도 세계 각국은 이스라엘의 만행을 비난했다. 중국은 란티시 암살을 강력 규탄하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을 크게 우려했다. 일본의 가와구치 요리코 외상도 성명을 통해 “이번 살해는 그 결과를 고려하지 않은 분별없고 정당치 못한 행위”라며 이스라엘의 암살 공격을 비난했다. 일본 언론들도 19일 이번 표적살해에 대해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미국 강경정책에 편승한 폭거”라고 비난했다.

 

이러한 비난 여론은 러시아와 프랑스 등지에서도 이어졌고 스웨덴 총리는 “이스라엘이 하마스와 하마스의 공격을 비난하는 것을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이러한 암살을 용납할 수는 없다”며 “이는 불법이고 정말 메스꺼운 일”이라고 비난했다. 영국의 잭 스트러 외무장관도 “이번 살해는 불법적이고 정당하지 않은 것”이라고 이스라엘 비난행렬에 동참했다.

 

세계 자본가들의 신문 <파이낸셜 타임스>조차 우려를 표명했다.

“이스라엘의 해결책은 앞으로 더 폭력적인 충돌의 씨앗을 뿌릴 가능성이 크다. … 미국의 새로운 태도는 더 광범한 무슬림 · 아랍 세계에서 반미 감정에 불을 지필 것이다. … 그 때문에 중동의 친미 국가들은 미국의 이라크 점령을 지원하기가 더 힘들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미국이 란티시 표적살해공격을 사전 인지했다는 주장을 부인하며 이스라엘 공격을 재차 두둔하고 나섰다.

부시는 이라크와 팔레스타인 둘 다 미국이 벌이는 “테러와의 전쟁”의 전선(戰線)들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콘돌리자 라이스 미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이날 ABC 방송에 출연해 이같이 부인하는 한편 “이스라엘은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고려해야 한다”면서도 “이스라엘은 자신을 보호할 권리가 있다”며 이번 표적암살 공격을 인정했다.

부시와의 정상회담에서 샤론은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전면 철수 방침을 재확인했다. 부시는 이를 “역사적이며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추켜세웠다.

 

그러나 가자지구의 하늘, 해안선, 경계는 여전히 이스라엘이 통제하기로 돼 있다. 그리고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내의 “표적”에 대한 군사적 공격권도 계속 보유한다. 샤론은 가자지구에서 철수하는 대신 요르단강 서안지방의 정착촌을 유지하고 서안지방의 영토 절반 이상을 이스라엘 영토로 합병하려 한다. 그리 되면 팔레스타인 국가가 건설되더라도 그 영토는 팔레스타인 땅의 10분의 1도 채 안 될 것이다.

 

 

란티시는 1970년대 이집트에서 소아과 의사 수련을 받다 저항운동에 눈뜬 그는 1987년 야신 등과 함께 하마스를 창설한 이후 이스라엘과 온건노선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양쪽 모두를 상대로 비타협적 투쟁을 벌여온 하마스 내 대표적 강경파다.

 


누가 이들을 무장투쟁하게 만들었는지를 한번 돌이켜 볼 때다.

 

지난해 6월말 가자시티에서 승용차를 타고 가다 이스라엘군 아파치 헬기의 미사일 공격으로 팔과 다리, 가슴에 부상을 입고 극적으로 목숨을 건졌지만 이번 공격에선 무사하지 못했다. 그는 팔레스타인인의 자폭테러를이스라엘의 테러에 대한 저항수단으로 간주하며 이스라엘과의 어떠한 협상이나 타협도 거부해 왔다. 그는 하마스의 새 지도자로 선출된 직후 야신 암살에 대한 수십, 수백배의 보복 공격을 천명했으나 결국 뜻을 이루지 못하게 됐다.

 

하마스 지도부는 란티시 암살 다음날인 18일 새 최고지도자를 선출했으나 표적 살해를 우려, 그의 신원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이스라엘군 라디오방송은 란티시 다음 서열인 마흐무드 자하르가 하마스의 최고지도자로 선출됐다고 보도했으나 하마스 관계자들은 이 보도의 확인을 거부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지도부 제거 작전을 계속 진행할 것이며 하마스의 시리아 본부 책임자인 칼리드 마샬 정치국장이 다음 표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