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에 오늘, 5월/5월 17일

김영삼 전 대통령 아들 김현철 구속

산풀내음 2017. 4. 4. 20:22

1997 5 17,

김영삼 전 대통령 아들 김현철 구속

 

김현철 비리 의혹을 수사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1997 5 17일 김현철이 고교동문 등 기업인 2명으로부터 이권청탁과 관련 46차례에 걸쳐 총 322천 만원을 받은 사실을 밝혀내고 특가법상 알선수재 및 특경가법상 조세포탈 혐의로 구속했다.

 

 

1997 1 23일 한보철강 부도로 시작된 한보 부도 후 검찰은 즉각 수사에 착수, 한보 정태수 총회장과 김종국 재정본부장, 신한국당 홍인길. 황병태. 정재철 의원, 국민회의 권노갑 의원, 신광식 제일은행장과 우찬목 조흥은행장 및 김우석 내무부장관 등 총 9명을 구속하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하려 했다.

 

그러나 여론은 이러한 검찰의 수사결과에 대해, 결코 수긍하지 않았다.

한보그룹 주변에선 정태수의 비자금이 수천억 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얘기가 공공연히 흘러나왔으며, 검찰도 1000억 원 정도의 비자금 조성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제 로비에 사용된 것으로 검찰이 밝혀낸 액수는 고작 30억 원 안팎뿐이었다특히 홍인길 의원이 "나는 '깃털'에 불과하다"며 울분을 토로, 의혹은 더욱 증폭됐다. 문민정부 초기 청와대 총무수석을 지냈던 상도동 가신그룹의 대표자 격인 그가 깃털이라면, 과연 '몸통'은 누구란 말인가? 또한 새정치국민회의의 박광태 의원은 당신 소통령이라고 불리던 김현철을 몸통으로 거론하며 검찰을 비난했다.

 

홍인길()와 한보 정태수()

 

검찰은 2 21일 고소인 자격으로 출두했던 김현철에 대해 26시간 수사 끝에 무혐의로 귀가시켰다. 그리고 김영삼 대통령은 2 25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한보사건에 대한 사과성명을 발표한다. 그렇게 흐지부지 끝날 것 같았는데, 갑자기 돌발변수가 생겼다. 1997 3 10일 박경식 G남성클리닉 원장에 의해 `현철씨의 YTN사장 인사개입 의혹` 녹음테이프가 공개된 것이다.

 

국민여론이 급속도로 악화됐다. 민심이 흉흉해지고 민란 조짐까지 나타났다. 서울대 교수들이 4월 혁명 때처럼 성명을 발표하고, 거리로 나온다는 정보까지 있었다. 국정 자체가 사실상 마비상태였다. 덮고 갔다간 정권 자체가 위험했다.

 

하는 수 없이 재수사가 결정되고, 3 21일 신망 받는 특수수사통 심재륜이 대검 중앙수사부장으로 발령 난다. 당시 정권은 심 중수부장이 적당히 수사하는 척 하면서, 비등하는 국민여론을 달래주기만을 기대했다. 그러나 심 부장은 이 기대를 저버리고 김현철을 구속, 끝내 몸통의 한 팔을 뽑아버렸다. 심재륜은 당시 '끝나는 자리'라는 인천지검장이 된지 두 달 만에, 갑자기 대검 중수부장으로 발령 나면서 화려하게 부활한다.

 

심재륜 중앙수사부장

 

검찰에 따르면 현철은 1995 4월 김덕영 두양그룹 회장으로부터 "신한종금 경영권 분쟁과 관련 장인인 양정모 전 국제그룹회장과의 소송에서 이길 수 있도록 도와달라" 3억 원을 받는 등 21차례에 걸쳐 15억 원을 받은 혐의를 받았다. 또 이성호 전 대호건설 부사장으로부터 "서초 케이블TV 사업자로 선정되도록 공보처 공무원에게 영향력을 행사해달라"는 부탁 등과 함께 26차례에 걸쳐 172천 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현철은 이 밖에도 1994 6월 김기섭 당시 안기부 운영차장을 통해 조동만 한솔그룹 부회장이 제공한 5천 만원을 받는 등 31차례에 걸쳐 155천 만원의 활동비를 받았으며 1995 6월에는 곽인환 대동주택회장으로부터 10억 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현철에 대해 알선 수재액 322천 만원과 증여세 포탈액 135천 만원을 전액 추징키로 했으며 증여세 포탈액의 25배가 벌금으로 부과했다. 1999년 6 징역 2, 벌금 10 5천 만원, 추징금 5 2420만원을 선고 받았으나, 같은 해 8월 12 잔여 형기가 면제되어 사면되었다.

 

1997 4 7일 구치소에서 한보 정태수 회장을 시작으로 한달 가까운 청문회가 진행되었다. 이 청문회에서 새정치국민회의 박광태 의원은 이렇게 추궁했다.

 

"단군이래 최대의 금융비리사건인 한보사건과 관련하여, 구속된 은행장은 제일은행장 신광식씨, 조흥은행장 우찬목씨 뿐이다. 한보대출 초기부터 핵심역할을 했다고 알려진 산업은행 전 총재 이형구씨, 그리고 자신이 은행장에 취임한 직후부터 한보 특혜대출이 이뤄진 외환은행장 장명선씨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검찰이 덮어버렸다.

그러나 이형구씨는 검찰에 불려가서 '내가 무슨 배짱이 있어 수천억 원 이상의 금액을 대출해 주었겠는가? 다 위에서 시킨 대로 한 것이다'라고 진술하면서 권력핵심의 이름을 거명하자, 검찰이 소스라치게 놀라서 바로 귀가시켜 버렸다고 알려지고 있다.

 

또 장명선 외환은행장은 김영삼 대통령의 야당총재시절 LA지점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는데, 그 당시 미국에서 생활하던 김 총재의 장남 김은철씨를 극진하게 도와준 인연으로, 현재까지 김 대통령 가문과 각별한 인연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인연을 바탕으로 은행장까지 오르고, 급기야는 한보대출에 하수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작년 11월 국제밸브 사건으로 서울은행장 손홍균씨가 구속될 당시 손 행장과 같이 구속될 처지였으나, 청와대에서 민정수석실을 통해서 구제해 줬다고 알려지고 있다.

 

1996년 상업은행에도 한보에 대한 지급보증 1000억 원이 할당됐다. 그러나 '당시 은행사정이 매우 좋지 않아, 정지태 행장이 직접 정태수 회장을 찾아가서 통사정을 해, 500억 원만 지급보증해 주었다'고 상업은행의 고위 간부가 본 의원에게 확인해 준 사실이 있다. 세상에 어떻게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은행장이 채무자를 찾아가 통사정을 하는, 이러한 진풍경이 벌어질 수 있나?"

 

한편 자유민주연합 정우택 의원은 검찰이 당진제철소 건설에 실제로 들어간 자금규모를 36000억 원이라고 밝혔다면, 한보철강에 대한 특혜대출 금액과의 차액이 무려 15000억 원에 달하는데 그 차액이 1997년 대선에서 사용된 자금이라는 지적을 하였다.

 

 

당시 수사 검사 심재륜은 지난 2002년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한보수사 비화를 자세히 털어놓았다.

 

"한보가 5조원을 꿀꺽하고도 돈 더 달라고 큰소리치니까, 정부도 이래서는 안되겠다고 부도 처리한 거죠. 그리고 한보사태를 정부가 의도하는 선에서 마무리하기로 결정하고, 그것을 맡을 검찰팀을 미리 짠 거라고 볼 수 있지요. 야당에서는 권노갑, 여당에서는 홍인길씨, 그리고 장관 몇 명, 은행장 몇 명, 이렇게 잡아넣고는 다 끝났다고 발표를 하게 된 거죠"

 

당시 시중에는 정태수가 검찰과 야합했다는 설이 파다했다.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 심씨는 정태수의 전 재산 5000억 원 가량을 압수하고, 재기를 외치는 아들 정보근 회장을 중수부장 취임 사흘 만에 구속시켜 버렸다.

 

"그런데 윗사람들은 우리 의지와는 거꾸로, 적당히 하라는 겁니다. 제가 말을 안 들으면, 총장이 회의를 소집해놓고 검사들의 얘기를 들으면서 '다른 검사들은 다 이렇게 생각하는데, 당신만 왜 그러냐?'고 할 것이 예상돼서, 미리 검사들한테 주지. 주의. 설득을 시킨 거죠. '정치인도 33명 다 불러야 한다. 국회의장도 불러서 조사해야 한다' 검사들의 분위기가 이러니까, 정치권이나 검찰총장이 검사들을 움직일 생각을 못한 겁니다.

제가 좀 수를 썼습니다. 위 분들 찾아 다니며 '정태수하고 혹시 무슨 묵시적인 합의 같은 거 한 거 있습니까?'하고 물어봤어요. 야합했느냐 이거죠. 그랬더니 다들 펄펄 뛰지요. 그래 놓고 잡아들이고 압수하고 하니까, 아무도 말 못했지요"

 

"내가 재산을 몰수하고 아들까지 구속시켜 버리니까, 정태수씨가 화가 난 거죠. 도와줄 사람은 다 입다물고 있고, 새로 온 놈이 다시 뒤엎으니까 '에라' 하고 불기 시작한 거예요. 그때 연일 현철씨 얘기가 터져 나오면서, 사실상 국정이 마비될 지경에 이르렀지요. 당시 검찰총장이 나를 어쩔 수 없어서 '통제불능'이란 표현까지 썼는데, 사실이 그랬어요. 그러니까 총장이 오히려 '빨리 끝내자'고 한 겁니다.

 

당시 나는 청와대한테 일체 보고 안 했습니다. 사정수석하고 통화한 적도 없고요. 그러니까 청와대비서실에서 국사의 일정을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래서 안기부에서도 구속 불가피론을 들고 나오게 된 겁니다. 그렇게 되니까, 위에선 '조그만 걸로 빨리 넣어달라'고 주문이 왔어요. 그때 난 그랬지요. 아직 수사 덜 끝났다고. 그러다가 경복고 출신한테 66억 원을 받은 것이 확실하게 나와서, 구속하게 된 거죠. 증거가 확실하면, 대통령도 맘대로 못하는 겁니다"

 

수사과정에서 심씨는 개인적으로 테러위협도, 돈 유혹도 받은 적이 있다고 한다.

 

"밤늦게 집에 오면, 주변에 이상한 사람들이 여기저기 서 있었어요. 그래서 일부러 차를 타고 한 바퀴 돌고, 애들을 내려오라고 해서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니까요. 그게 안기부 같은 권력기관하고 싸운 거 아닙니까? 청와대, 안기부, 국세청 간부들이 수사대상자였으니까요. 그러니까 안기부에서 일거수일투족을 다 감시할 거 아닙니까?

돈도 받은 적이 있어요. 안기부에서 돈을 두툼하게 가져와서 수사비에 보태 쓰라고 합디다. 이 돈을 안 받으면 적의를 나타낼 것이고, 받았다간 물리는 거고…

'우리 검찰청에서는 이런 건 총장님께 드려야지, 우리가 개별적으로 받으면 안됩니다. 고맙긴 하지만 받을 수 없습니다' 그렇게 해서, 다시 가지고 가게 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