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사진/전남

불갑사 상사화(꽃무릇) 축제

산풀내음 2018. 9. 17. 20:41

전남 장성 육군부대에서 전차병 위탁교육 중인 아들녀석이 면회를 와 달라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9월 14일부터 진행되는 화엄사 산사음악제에 갈지 아니면 불갑사의 상사화 축제에 갈지 고민 중이었는데 아들녀석의 성화에 그냥 아들 면회로 급선회하였다. 그런데 아직 한번도 본적이 없는 상사화를 그리고 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시 1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에 면회 시간인 9시 이전에 불갑사에 잠깐 들리기로 했다. 

새벽 2시 30분에 잠이 깨어 3시에 전남 영광에 있는 불갑사로 출발. 생각보다는 많은 양의 비가 내려 나름 서두른다고 하였지만 6시 30분에 겨우 불갑사에 도착하였다. 그런데 예상과는 달리 이른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많은 사람들이 카메라를 들고 불갑사 상사화 군락지로 향하고 있었다. 여기저기에서 '찰칵 찰칵'하는 셔트소리와 함께 지천인 상사화 속에서 중년의 아줌마들은 경쟁하듯 자신들만의 추억을 남기고 있었다. 

넓은 의미로서 상사화에는 7종이 있는데, 협의의 상사화와 석산(꽃무릇), 백양꽃, 붉노랑상사화, 진노랑상사화, 위도상사화, 제주상사화가 그것이다. 불갑산에는 8월초에 진노랑 상사화가, 8월 중하순에는 상사화와 붉노랑상사화가 피며, 9월 중순에는 석산(꽃무릇)이 핀다고 한다. 엄밀하게 말하면 불갑사에서 열리고 있는 축제는 꽃무릇 축제이지만 통상적으로 그냥 상사화 축제라고 한다. 

제주상사화


꽃무릇 군락지는 영광 불갑사와 함평 용천사, 고창 선운사가 대표적이다. 모두 우리나라 서남해안이고, 또 절집이라는 게 공통점이다. 너무도 유혹적이어서 그다지 절과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유독 절집에 꽃무릇이 많다. 꽃무릇은 잎이 있을 때는 꽃이 없고, 꽃이 필 때는 잎이 없어 꽃과 잎이 영원히 만날 수 없다. 그래서 잎은 꽃을, 꽃은 잎을 서로 그리워한다는 애절한 사연을 담고 있다. 그래서 상사화(相思花)라고도 한다. 


사실 불갑사와 용천사는 따로 떼놓고 얘기할 수 없는 곳이라고 한다. 행정구역상 영광과 함평으로 나뉘어져 있을 뿐, 불갑사와 용천사는 하나의 능선으로 이어지 산의 이곳과 저곳에 있는 사찰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하여 용천사에도 꽃무릇 군락이 잘 형성되어 있어 등산로를 따라 두 사찰을 오고가면서 꽃무릇을 즐기는 것이 최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들 면회로 시간이 제한되어 이런 호사는 내년으로 넘길 수 밖에 없었다.

불갑사 일주문을 지나 상사화 군락을 만나기 전에 만난 꽃들


불갑사는 인도 간다라지방의 고승 마라난타께서 중국 동진을 거쳐 384년(백제 침류왕 원년)에 백제 법성포로 들어와 당시 모악산(불갑산)에 세운 사찰이다. '백제에 불교가 전해진 뒤 처음 세워진 사찰로 모든 사찰의 으뜸이 된다'라는 의미에서 불갑사(佛甲寺)라고 지어졌다고 한다. 천왕문 안에는 신라 진흥왕 때 연기조사가 목각하고 고종 1년에 설두선사가 불갑사를 중수하면서 폐사된, 전북 무장 연기사에서 옮겨왔다고 전해지는 사천왕상이 모셔져 있다.



불갑사가 다른 사찰과 다른 점이 있다면 대웅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불갑사의 대웅전은 마곡사의 대광보전과 마찬가지로 불단이 건물 정면을 향하지 않고 측면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불단을 측면으로 배치하는 것은 남방불교의 양식이 전래된 것이란다. 일반적으로 대웅전에는 석가모니 부처님을 중심으로 협시보살로 문수보살(文殊菩薩)과 보현보살(普賢菩薩)이 모셔져 있지만 불갑사의 대웅전에는 석가모니불을 중심으로 약사여래불과 아미타불을 모시고 있는 것도 다른 사찰들과 다른 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같은 듯하면서도 다른 매력이 가득한 불갑사. 불갑사에서 대웅전과 일광당은 빼놓지 말고 꼼꼼하게 봐야 한다라고들 하지만 시간이 허락하지 않았다. 대웅전에서 부처님께 3배를 올리고 사진기 속에 몇장의 추억을 담고서는 다음을 기약하면서 돌아설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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