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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더 잘 보이는 시구 이야기

산풀내음 2020. 6. 17. 14:55

야구를 보는 또다른 재미라고 하면 시구일 것입니다. 엉성한 아리랑볼에 헛스윙으로 상징되지만, 화려함과 감동의 이야기도 전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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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lbrNLgoIaaU

 

 

1. 시구의 역사

야구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나라는 미국이지만, 의외로 시구의 전통은 일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일본의 총리 출신이며 와세다대학 설립자인 오쿠마 시게노부 (重信, 1838 ~ 1922) 1908 11 22일 효고(兵庫) 현의 고시엔(甲子園) 야구장에서 열린 이 학교 야구부와 메이저리그 선발팀의 친선 경기에서 시구를 한 것이 최초입니다. 그리고 시구 시 헛스윙의 전통도 여기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일본의 총리 출신이며 와세다대학 설립자인 오쿠마 시게노부 (大 隈 重信 , 1838 년 ~ 1922년)

미국에서는 이날부터 508일 뒤인 1910 4 14일 워싱턴의 홈 개막전에서 제 27대 대통령인 윌리엄 태프트(William Taft, 1857-1930)가 시구한 것이 처음입니다

그런데 두나라의 시구하는 방식은 달랐습니다. 일본은 지금과 같이 시구자가 마운드에 나와서 하는 형식이었지만, 미국은 관중석에서 하는 형식이였습니다. 미국도 1980년대 들면서 일본과 같이 마운드에서 하는 형태로 바꾸었습니다. 마운드에서 시구를 한 최초의 미국 대통령은 1984 4월 볼티모어 홈 개막전에서의 로널드 레이건(Ronald Reagan, 1911-2004)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1958년 동대문 야구장에서 미국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팀과 한국 대표팀과의 친선경기에서 첫 시구를 하였는데, 이때 미국식으로 관중석에서 시구를 하였습니다. 우리나라 대통령 중 처음으로 마운드에서 시구를 한 것은 윤보선 전 대통령입니다. 윤 전 대통령은 1961년 청룡기 고교야구 개막식에서 마운드에 올라 시구를 했습니다

2. 연예인 시구의 개막

1982 전두환 전 대통령의 시구로 시작된 프로야구는 한동안 대통령국회의원지방자치 단체장  정치인의 권력 과시용 무대로 이용되었습니다. 그랬던 시구가 1986년 광주에서 열린 해태와 빙그레의 개막전에서 전 체육부장관 김집과 함께 영화배우 강수연이 그라운드에 올라 최초의 연예인 시구를 선보였습니다.

이후 1996 4 13 OB와 삼성 개막전에서 채시라가 그리고 1998 4 11 LG와 현대의 개막전에서 한석규가 그 뒤를 이으면서 서서히 연예인 시구의 시대가 열리게 됩니다.

3. 연예인 시구의 전성기, 개념시구​

이렇게 시작된 연예인 시구가 2005 전까지는 연예인이 특히 여자 연예인이 야구장을 찾는다는 사실, 그 자체에 관중들은 열광했습니다. 하지만 2005년 두산 베어스 시구자로 나선 배우 홍수아 씨가 웬만한 젊은 남자들의 시구를 능가하는 빠른 공을 선보이며 새로운 시구의 역사가 시작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시구의 역사를 홍수아 시구 전과 후로 나누기도 한다고 합니다.

'개념시구'라는 말을 만들어 낼 정도로 유명세를 탔고‘홍드로’(홍수아+페드로 마르티네스)라는 별명을 얻게 됩니다. 2008 한국시리즈에서는 '홍드로'라고 마킹된 유니폼을 입고 시구를 해서 많은 사람들의 찬사를 받았습니다.

개념시구라고 하면 일본 시구여신 '이나무라 아미( )'를 떠올리는 분들도 많으실 것입니다. 1996년생인 그녀는 2012년 그라비아 모델로 데뷔를 했지만,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방금 보신 2015 '도요타' 광고에 출연해 보여준 그녀의 '풀스윙' 자세가 엄청난 인기를 끌며 한방에 스타덤에 오르게 됩니다. 이후 수많은 시구행사에 초대를 받았고 그곳에서 보여준 시구로 '시구여신'으로 자리매김합니다. 알고 보니 그녀는 사실 중학교 때 야구선수 생활을 했다고 하네요

'홍드로'의 개념시구를 이어받은 대표적인 인물로는 배우 박신혜와 가수 윤보미입니다박신혜는 왼손잡이이다 보니 전설의 좌완투수 랜디 존슨의 이름을 따서 '랜디 신혜'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시구에 대한 관심이 조금 시들어져  때쯤다시 불을 지핀 인물이 윤보미었습니다. 2015 8 16 LG와 기아 경기에서 선보인 윤보미의 시구를 보고 야구 해설자인 허구연은 여자 연예인이 마운드 위에서 던지는 걸 처음 봤다며, 자신이 본 여자 연예인 시구 중 1위라고 했습니다. 이 시구의 모습은 시구 다음날  9 30분쯤에 시구 영상의 조회수가 100만을 돌파했고 21 오후 4 30분쯤에는 200만을 돌파하면서 오랜만의 개념시구라면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4. 인생역전 이야기

시구 하나로 인생역전에 성공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래깅스 시구의 원조, 클라라의 이야기입니다

클라라는 2013 5 3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베어스와 LG트윈스의 경기에서 밀착 스프라이트 무늬 레깅스와 배꼽티 스타일의 상의를 입고 시구를 펼쳤습니다클라라 시구 이전에도 여자 연예인의 시구 패션과 자세는 관중들의 관심의 대상이었는데, 이날 선보인 클라라의 레깅스 패션은 과히 충격적이었고, 대중의 관심을 한꺼번에 받게 됩니다.

이후 클라라는 MBC every1 '비디오스타'에 출연해 레깅스 시구에 대해 "시구가 제 인생을 바꿔 놨다. 대타여서 회사에선 반대했지만 무명 생활이 7년이었던 저는 무어라도 잡고 싶었다"고 밝혀 놀라움을 자아냈습니다이어 시구하는 시간이 짧기 때문에 비주얼적으로 강조하기 위해 의상을 고민했고, 시구 이후 인지도가 생기면서 무명의 설움도 씻겼다고 했습니다. 또한 비록 바빠서 3시간 밖에 자질 못하지만, 광고도 들어와 수입이 3배 이상 늘었다면서 즐거워했습니다.

 

5. 전공을 살려 나만의 시구를 만든 묘기 시구

자신만의 장점을 잘 살려 성공한 경우도 많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체조의 신수지와 태권도의 태미일 것입니다. 두 경우와 조금 다르지만 양궁의 기보배도 이와 비슷합니다.

리듬체조 국가대표 출신 신수지는 2013 7 5일 두삼-삼성전에서 두산 시구자로 나와 자신의 주특기 동작이었던 일루전 동작을 선보였습니다오른발로 몸을 지탱한 채 순식간에 상체를 360도로 돌린 뒤, 다시 앞을 보고 공을 뿌린 것입니다

전직 체조선수다운 신수지의 시구에 인터넷은 난리가 났습니다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적 이슈가 됐습니다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는 '당신이 평생   있는 가장 인상적인 시구  하나'라며 신수지의 시구를 소개했습니다.

일루전 시구 며칠 뒤인 2013 7 17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SK의 프로야구에서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또다는 시구가 탄생합니다. 바로 태권소년 태미의 시구입니다.

공중으로 튀어 오른 태미는, 한 바퀴 돌려차기를 한 뒤 공을 던졌습니다태미의 시구는 유럽 매체들을 통해서도 전해졌습니다. 유럽 스포츠 전문 매체 '유로 스포츠' 19일 이색 스포츠 영상으로 태미의 공중회전 시구를 선보였고, 하루 전 야후 스포츠에서도 태미의 시구를 선보였습니다

이보다 앞선 2011 5 26일에는 당시 양궁 아시안 게임 우승자인 기보배가 넥센과 KIA의 경기가 열린 목동야구장에서 이색 시구를 선보였습니다. 야구공을 손으로 던진 것이 아니라 화살에 야구공을 달아서 시구를 한 것입니다. 관중들의 관심과 사랑을 한 몸에 받아서인지, 다음 해인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기보배 선수는 금메달 2관왕에 올랐습니다.

6. 시구보다는 이벤트에 집중

다음으로 소개할 내용은 시구보다는 이벤트를 더 중요시한 경우입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시구가 정태우의 말을 타고 등장하는 시구입니다.

2007 10 17,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3차전 한화-두산전이 열린 대전구장에서는 깜짝 놀랄 일이 벌어집니다. 탤런트 정태우가 KBS 드라마 ‘대조영’의 분장 그대로 말을 타고 그라운드에 올라 시구를 한 것입니다‘대조영’에서 대조영의 아들 ‘검이’로 출연하는 정태우는 시구  한화 1루수 김태균에게 견제구를 던지는 재치 있는 동작으로 관중을 즐겁게도 했습니다.

게임채널 아나운서인 양한나 씨의 탈의 시구도 있습니다

양한나 아나운서는 2014 6 19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의 시구자로 나왔습니다붉은색 원피스를 입은 채 마운드로 올라와서는 갑자기 원피스를 벗기 시작한 것입니다. 관중들은 깜짝 놀라며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원피스 안에 가슴라인이 드러나도록 리폼한 SK 유니폼 상의에 흰색 핫팬츠를 입어 아찔한 시구 패션을 선보인 것입니다양한나 아나운서가 시구를 마치자 이날 중계를 담당한 SBS 스포츠 중계진은 "방송사고가 난 줄 알았다"며 당시의 놀라움을 전했습니다.

7. 패대기 시구

2012 5 12일에는 새로운 시구가 등장합니다. 바로 소녀시대 멤버 제시카의 ‘패대기 시구’ 입니다제시카는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 프로야구 LG트윈스와 삼성 라이온스의 경기에서 시구자로 나서 화려한 포즈로 공을 던졌으나 곧바로 잔디밭에 꽂혔던 것입니다. 이에 관객들의 웃음이 터져 나왔고 자신도 머쓱해 하며 웃음 지었습니다.

이렇게 아름답게 마무리된 경우도 있지만공을 패대기 쳤다가 욕을 패대기로 얻어먹은 경우도 있으니바로 방송인 장성규의 시구였습니다장성규는 2019 10 26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4차전 두산 베어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에 시구자로 나섰습니다. 당시 그는 공을 잘못 던지며 '패대기 시구'를 선보였고, 이후 키움 히어로즈가 패하자 해당 구단 팬들을 중심으로 엄청난 악플에 시달렸습니다. 그리고 장성규는 27일 자신의 SNS "어제는 나 자신이 싫었다. KBO에서 귀한 자리에 불러 주신 만큼 그 자리를 빛내고 싶은 욕심과 히어로즈를 제대로 응원하고픈 마음에 시구를 일주일간 연습했는데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간 것이다"라고 적으며 사과의 뜻을 전했습니다.

8. 아찔한 순간

2002년 프로야구 올스타전에서는 아주 아찔한 사고가 일어날 뻔도 했습니다. 당시 장나라가 시구를 했는데초구(?) 엉망으로 날아가자 MC 이창명이 2구를 던지게 했습니다당시 시타자였던 이종범은 보통 헛스윙하는 관례를 어기고  공을 타격하는데 타격한 공이 장나라 근처로 날아가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진 것입니다다행히도 다치지 않아서 망정이지 다치기라도 했으면 아마 프로야구 역사상 최고의 악몽으로 기억됐을 것입니다.

9. 잔잔한 감동

야구의 시구 행사는 화려한 연예인들을 통한 재미 만을 추구한 것은 아닙니다. 일반 시민들이 출연하는 경우도 많으며, 스토리 텔링과 함께 잔잔한 감동을 주는 경우도 많습니다.

수많은 스토리가 있지만, 오늘 소개할 내용은 최동원 선수의 이야기입니다

 

최동원은 1984년 한국시리즈 삼성과의 경기에서 혼자 4승을 올려 롯데의 팀 창단 첫 우승을 이끈 전설적인 투수였습니다. 최고 시속 155 Km/h의 강속구로 얻은 '무쇠팔'의 별명과 함께 프로야구에서 수많은 기록을 남겼지만, 1988년 말 선수협 파동으로 결국 1990년 시즌을 마치고 현역에서 은퇴하였습니다. 그리고, 1991년 미국으로 지도자 연수도 다녀오기도 했지만, 대장암으로 2011 9 14일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2017 9 14, 故 최동원 6주기를 맞아 부산 사직구장에서 최동원 선수의 어머니 이신 김정자 여사가 시구를 하였습니다. 롯데 선수들은 모두 최동원 이름과 고인의 선수시절 등번호인 11번을 마킹한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왔고경기 시작 전에는 전광판을 통해 추모영상을 상영하고 전 선수단과 입장관중이 함께 묵념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경기 중 이벤트 타임 역시 최동원 선수를 추억할 수 있는 콘텐츠로 채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