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에 오늘, 11월/11월 15일

마이크로 프로세서(MPU) 세계 최초 탄생

산풀내음 2016. 10. 15. 06:59

1971 11 15,

마이크로 프로세서(MPU) 세계 최초 탄생

 

1969년 인텔의 연구개발자 테드 호프(Ted Hoff, 1937- ) 박사는 슈퍼컴퓨터의 중앙처리장치(CPU)를 대신할 수 있는 초소형 연산기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당시 슈퍼컴퓨터는 대규모 연산을 처리하기 위해 레지스터, 멀티플렉서, ALU, 디코더 등 여러 가지 디지털 기능을 수행하는 소자들을 대량 조합해 설계했기 때문에 그 크기가 클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공간도 꽤 차지, 휴대하거나 효율성을 기대하기는 상당히 어려웠다.


Ted Hoff

 

때마침 1969 4 28일 인텔의 경영진들은 일본의 니폰캘큐레이팅머신(후일 비지콤)이라는 계산기를 만드는 전자회사로부터 전자식 탁상시계 CPU 12개의 칩으로 만들어 줄 것을 요구 받았다. 그러나 인텔은 당시 자본금이나 연구인력이 적었기 때문에 12개의 칩을 만드는 것은 상당히 어려웠다. 궁하면 통한다고 했던가? 생각 끝에 호프 박사는 비지컴이 요구한 기능을 하나의 실리콘 칩에 모두 집적화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냈다.

 

이것이 바로 마이크로프로세서(MPU, Micro Processor Unit)의 개념이다. 호프 박사는 곧바로 동료인 페데리코 패긴(Federico Faggin), 스탠리 메이저(Stanley Mazor)와 함께 본격적으로 고집적 회로 프로세서 개발에 들어가 2년여만인 1971 1월 제품 개발에 마침내 성공했다. 세계 최초의 마이크로프로세서 ‘4004’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3월에 수정 완성된 칩이 비지컴으로 보내졌고 열흘 후 테스트 합격이라는 통지가 왔다.

 

4004’는 2300개의 트랜지스터로 구성됐고 속도는 108㎑로 1㎒의 10분의 1 수준이었으며 공정기술은 10㎛에 머물러 반도체 크기도 크고 생산성도 지금과 비교해서는 현저히 떨어지지만 당시 메인 프레임 환경에서 사용됐던 에니악 컴퓨터 만한 성능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인텔의 칩 개발이 늦어진 1년 새 일본 탁상용 계산기 시장 상황이 급변해 제품가격도 곤두박질 쳐 버린 것이었다. 1971 4월 미국 TI의 잭 킬비가 칩 소형화 노력을 반영한 세계최초의 휴대용 계산기를 내놓았다. 1kg이 넘는 큰 사이즈에다가 덧셈, 뺄셈, 곱셈, 나눗셈 등 사칙연산 기능 밖에 없었지만 가격은 150달러에 불과했다. 그래서인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비지컴 등 일본 계산기업체들의 탁상용 계산기는 1천 달러나 했다. 경쟁이 안될 것은 자명한 이치였다.

 

결국 1971 6월 비지컴이 인텔에게 최초의 약속한 가격에 물건을 사기 어렵다면서 칩 가격을 낮춰달라고 통보해 왔다. 인텔은 4004공급가를 4만 달러나 깎아주는 대신 4004칩을 비지컴 계산기용 이외의 용도로 팔 수 있는 권리, 즉 지적재산권(지재권)을 요구했다. 비지컴은 이에 동의했다. 4004는 그 범용성을 바탕으로 계산기는 물론 모든 전자기기에 지능을 더해 줄 원천이 될 보물이었지만 당시 비지컴 내에서는 아무도 그 가능성을 읽지 못한 것이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인텔에게 돌아갔다.

 

집적화된 전자제품의 새시대가 도래했다.

(Announcing a New Era of integrated Electronics.)

1971 11 15일 일렉트로닉스뉴스(Electronics News)에 이 같은 제목의 광고가 떴다.

 

인텔의 경영진들은 고민 끝에 승부수를 던졌다. 4004’를 독자 브랜드로 출시키로 한 것이다. 일러스트로 된 칩 광고의 중앙에서 컴퓨터단말기를 이용하고 있는 여성 앞으로는 캐비넷 만한 미니컴퓨터 4대가 서있었다. 컴퓨터는 좌우로 지네발(리드프레임)이 붙은 마이크로프로세서 형상을 띠고 있었다. 칩 안에 컴퓨터가 들어가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아이디어였다.

오른쪽 광고문안의 설명은 ‘칩 안에 프로그래밍 할 수 있는 소형 컴퓨터가 들어있다(A Micro-programmable computer on chip!)’였다. 세계최초의 CPU인 인텔 4004(미국특허 3,821,715)의 등장을 알리는 광고였다.

 

프로그램만 바꾸면 다양한 연산기능을 수행할 수 있고 전혀 다른 용도의 제품 개발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알려지면서 이 조그만 마이크로프로세서는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경영진의 결정이 맞아 떨어진 것이다. 이후 ‘4004’는 ‘4040’으로 발전했고 이듬해인 1972년에는 8비트 마이크로 프로세서인 ‘8008’이 등장했다.

 

오늘날처럼 마이크로프로세서가 대중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1973 8비트 상용제품인 ‘8080’이 나오기 시작한 이후부터다. 8080’은 버클리대학 컴퓨터공학과 교수였던 게리 킬달이 인텔에 입사하면서 개발한 전용 운용체계 CP/M이 보급 확대되면서 각종 연산기기의 CPU로 널리 사용됐다. 8085’라는 후속모델도 나왔다.

이처럼 ‘8080’이 본격적인 상용화의 길을 걷자 이를 개발한 인텔 인력 중 일부가 자일로그로 자리를 옮겨 ‘8080’의 완전 상위호환 CPU인 ‘Z80’을 개발, 내놓았다. Z80’은 운용체계 CP/M에서 작동하고 5V 단일 전원만으로도 구동이 가능해 강력한 성능을 발휘했다.

 

이즈음 모토로라도 ‘6800’이라는 8비트 마이크로프로세서를 개발, 내놓았고 다양한 연산기능이 가능한 ‘MC6809’도 개발했다. 또 모스텍도 자체 개발한 ‘6502’를 내놓아 마이크로프로세서 시장에도 경쟁체제가 도입됐다.

 

마이크로프로세서가 인텔의 ‘80’계열과 모토로라의 ‘68’계열로 나뉘기 시작한 것도 바로 이 때부터다. 그래도 당시에는 자일로그의 ‘80’시리즈가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했다. 업체들간 시장경쟁이 본격화되면서 기술발달도 급속도로 이뤄졌다. 1978년에는 16비트 마이크로프로세서인 인텔의 ‘8086’과 모토로라의 ‘MC68000’이 첫 선을 보였다. 또 자일로그도 이듬해 16비트 ‘Z8000’을 내놓았다.

 

이 가운데 인텔은 자사의 칩을 활용한 새로운 개념의 컴퓨터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었다. 한 엔지니어가 인텔의 창시자인 고든 무어를 찾아와 일반 가정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키보드와 모니터를 장착한 컴퓨터를 내놓자고 제안했다. 그 때까지만 해도 무어 회장조차 가정에서 어떤 용도로 컴퓨터를 쓸 수 있을 지 명확하게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1981년 인텔은 IBM과 함께 16비트 ‘8088’ 마이크로프로세서를 탑재한 최초의 개인용컴퓨터 ‘PC 5150’을 내놓으면서 PC혁명을 일으켰다. 인텔의 ‘8088’은 계산 능력 면에서는 8비트 CPU보다 4000배 이상 빠른 반면 8비트의 외부 확장기기까지 모두 사용할 수 있었으며 IBM의 ‘PC 5150’은 마이크로소프트의 MS DOS 버전 1.25를 운용체계로 탑재했다. 이 최초의 컴퓨터는 이후 인텔 마이크로프로세서와 IBM PC 그리고 MS 운용체계 호환이라는 세계 표준을 급부상 시키는 역할을 했다.

 

이에 앞서 1976년부터 애플컴퓨터에 ‘M6800’을 공급, 마이크로프로세서 시장에서 세력확대를 꾀해 왔던 모토로라는 인텔의 공략에 대응하기 위해 91년 애플, IBM과 공동으로 고성능 프로세서인 ‘파워PC’ 개발에 돌입,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출처 : 전자신문, “<마이크로프로세서 30>마이크로프로세서의 탄생-초소형 연산기 혁명은 계속된다”, http://www.etnews.com/200107190187?m=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