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에 오늘, 3월/3월 8일

김영삼 대통령, 하나회 숙청 시작

산풀내음 2017. 1. 7. 10:21

1993 3 8,

김영삼 대통령, 하나회 숙청 시작

 

김영삼 대통령이 취임 10일 만인 1993 3 8일 박정희 정권 이래 군부 내 핵심 사조직인 하나회 출신의 김진영 육군 참모총장과 서완수 국군 기무사령관을 전격 교체함으로 군 사조직 하나회 숙정을 시작했다. 이는 특히 1980년 신군부세력 등장 이후 군 요직을 독점하다시피 해온 육군 내 하나회 인맥의 대수술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3공 이후 군부를 주름잡아 왔던 하나회 출신 제거는 김영삼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와 과감한 결단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김영삼 대통령은 이보다 앞서 3 4일 육군사관학교 졸업식 연설에서 하나회 숙청의 뜻을 우회적으로 표현하였다.

 

“… 임무에 충실한 군인이 조국으로부터 받는 찬사는 그 어떤 훈장보다도 값진 것입니다그러나 올바른 길을 걸어온 대다수 군인에게 당연히 돌아가야 할 영예가 상처를 입었던 불행한 시절이 있었습니다. 나는 이 잘못된 것을 다시 제자리에 돌려놓아야 한다고 믿습니다. 실추된 군과 육군의 명예를 바로잡고, 나는 오늘 이 자리에서 국군의 명예와 영광을 되찾는 일에 앞장설 것을 여러분에게 다짐합니다. …”

 

1993 3 5, 육군사관학교 졸업식

 

김영삼은 당시 권영해 국방장관(육사 15)와 함께 이후 5개월 동안 숙군(肅軍)작업을 강행했다. 권영해는 하나회 숙청과 율곡 및 진급인사 비리척결, 12.12 관련자 예편 조치 등 군부 대수술을 집도했다.

 

김영삼 대통령과 권영해 국방부장관

 

4 2, 하나회 출신이던 안병호 수방사령관(육사 20)과 김형선 특전사령관(육사 19)을 전역시킨 후 교체했고, 4 8일에는 하나회 출신들이 득세하던 1군 사령관, 2작전 사령관, 3군 사령관까지 모조리 전역 조치시키고, 곧바로 非 하나회 출신의 후임자들을 보임시켰다. 또 바로 며칠 후인 4 15일에는 하나회 출신 군단장, 사단장들 인사까지 벌여서 하나회 출신 장군들을 강제로 전역조치 시키며 몰아냈다. 4개월 동안 벌인 기습적인 세 번의 교체로 군 주요 보직에서 하나회 인사들은 순식간에 싹 다 밀려났다.

 

이런 일이 이어지는 중인 1993 4 2일 당시 백승도(육사 31, 당시 교육사 근무. 2004년 준장 예편) 대령이 하나회 명단을 군인 아파트를 비롯한 곳곳에 뿌리는 일을 벌였고, 이것이 4 13일 언론에 보도되면서 하나회의 깊은 뿌리가 제대로 알려지기도 했다.

 

사실 이 사건은 1993년 초 육사 31기생들이 동기회장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하나회와 비 하나회로 나뉘어 물리적 충돌까지 빚어진 사건에서 비롯되었다. 사태는 양측이 한 술집에서 맥주병을 던지고 난투극까지 치르는 소동을 벌인 뒤에야 다소 진정되었지만 동기들 간의 앙금은 씻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결국 사건이 터진 것이었다.

 

먼저 1973년 윤필용 사건 이후 26기를 끝으로 명맥이 끊어진 줄 알았던 하나회가 36기까지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는 사실에 모두가 놀랬다. 그리고 장성급까지의 하나회 구성원들은 어느 정도 드러나 있었고 그래서 그들을 대상으로 숙청이 진행되었는데, 이 하나회 명단 살포와 그 후 명단 확인을 통해 142명 중 105명이 하나회 회원으로 확인되어 하나회 소속 영관급 장교들까지 전부 드러나게 되었다. 이후 이들 하나회 출신 영관급 장교들은 이전과 반대로 하나회 출신이라는 이유로 진급에서 지속적으로 불이익을 받으며 차례차례 밀려나게 되었다.

 

전단지 내용은 이랬다. "정치군인 몰아내자! 하나회가 왠말인가! 문민정부 시대에 아직도 지난날의 정치군인이 고위직을 점하고 있는가? 군이 진정 새롭게 태어나려면은 순수한 야전군 지휘관이 필요하다! 우리 모두 하나회를 몰아내자!"

 

백승도 대령은 징계위원회에서 파면되지 않고 연대장으로 보직을 받았고 1998 2월 초급장교시절 함께 근무했던 임동원(육사 13) 외교안보수석 비서관에게 선발돼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실 육군담당관으로 갔다. 그리고 2004 10월 소장 진급에서 탈락하면서 2005 2월 육군 준장으로 예편하였다.

 

한편 1993 7 9, 하나회 소속 이충석 합참 작전국장(계급은 소장)이 합참 간부 회식석상에서 하나회에 대한 제거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품고, 대통령이 군을 함부로 대한다며 술기운을 빈 끝에 술병을 집어 던지는 등 난동을 부린 사건이 발생하였다. 이 소식을 듣고 김영삼 대통령은 크게 노했으며, 이충석 소장은 다음날 가차없이 보직해임 되었다.

 

이후 하나회 출신의 주요 장성들은 진급에서 멀어진 것도 모자라 아예 강제 전역까지 당하는 2차 숙청을 당했으며 그렇게 하나회 출신 장군들은 군을 완전히 떠나게 되었다. 또한 전군에서 하나회 출신 영관, 위관급 장교들을 색출하라는 지시를 내려 하나회 출신 들은 대부분 예편조치 또는 좌천되었다.

 

결국 육군참모총장, 1군사령관, 2작사령관, 3군사령관, 기무사령관, 특전사령관, 수도방위사령관이 줄줄이 전역하면서 건군이래 최초로 "공군" 출신 이양호 공군참모총장이 합참의장이 되었고 더 나아가 국방부장관까지 오르는 일까지 벌어졌다.


김영삼 대통령과 이양호 합참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