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ST Seller 바비인형 등장

1959년 3월 9일,

BEST Seller 바비인형 등장

 

 

 

 

1959년 3월 9일, 39-18-33 사이즈의 성인여성을 축소한 30cm 크기의 섹시한 ‘바비(Barbie)인형’ 이 뉴욕박람회에서 첫 선을 보였다. 바비는 흑백 줄무늬 수영복 차림에 선글라스와 링귀걸이를 하고 하이힐을 신고 있었다. 그때만 해도 인형 시장의 절대 강자는 아기 모습을 본뜬 인형들이었다. 완구업계 관계자들이 바비의 실패를 점쳤던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흑백의 줄무늬 수영복을 입은 바비는 업계의 예상을 뒤엎고 그 해의 ‘대박 상품’으로 등극했다. 1959년 한 해 동안만 무려 30만개가 팔렸다.

 

 

 

1959년 최초의 바비인형

 

당시 미국 경제는 30년대 실시된 뉴딜 정책과 제2차 세계대전 덕분에 호황을 누리고 있었다. 계층간 소득 격차가 줄었고 구매력을 가진 중산층이 전례 이 대폭 증가했다. 이는 자녀에게 바비 인형(59년 기준 1개당 3달러)과 액세서리(59년 기준 개당 1~5달러)를 사 줄 만한 여유가 있는 부모들이 늘었다는 뜻이기도 했다.

 

바비를 창조한 사람은 남편과 함께 마텔을 설립한 여성 기업인 루스 핸들러(Ruth Handler)다. 핸들러는 1956년 스위스를 여행하다 우연히 ‘빌트 릴리’라는 인형을 알게 됐다. 빌트 릴리는 독일 일간지에 연재되던 만화의 주인공이었는데 옷을 거의 입지 않은 채로 남자들한테서 돈을 뜯어내는 게 직업이었다. 어린이들이 갖고 놀기엔 많이 부적절한 인형이었다.

 

 

 

1952년부터 함부르크의 신문 빌트 자이퉁에 연재되었던 만화 ‘빌트 릴리’

 

그러나 핸들러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빌트 릴리에서 영감을 얻어 성인 여성의 신체를 가진 인형을 개발하기로 했다. 미국의 소녀들이 인형 놀이를 통해 자신의 미래 모습을 상상하기 바랐던 것이다. 이렇게 해서 허리가 잘록하고 가슴이 나온 글래머 인형 바비가 탄생했다. 이름은 핸들러의 딸 바버라에게서 따왔다.

 

바비가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마텔의 독특한 마케팅에 있다. 마텔은 바비에게 이야기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여타 ‘근본 없는’ 인형들과 차별화를 시도했다. 실존하는 인물인 것처럼 바비에게 가족과 친구, 이력을 만들어준 것이다.

 

 

 

 

1945년 마텔을 창업한 엘리엇 핸들러(오른쪽)와 그의 부인 루스 핸들러.

 

 

 

 

 

 

마텔에 따르면 바비의 실제 이름은 바비 밀리센트 로버츠((Barbara Millicent Roberts)다. 미국 위스콘신주 윌로스 출신이며, 졸업을 했는지는 확실하지 않으나 윌로스 고등학교에 다녔다. 부모는 없고 여동생이 4명 있다. 패션 모델로 데뷔했고 의사, 군인, 발레리나, 우주인 등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108차례 전직했다. 버락 오바마가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되기 4년 전인 2004년 이미 흑인 후보로 대선에 출마하기도 했다(흑인 바비와 히스패닉 바비는 80년대에 출시됐다). 남자친구로는 1961년부터 교제한 켄이 있으나 2004년 2월14일 공식 결별했다.

 

 

 

1980년에 탄생한 흑인 바비와 바비 남자 친구 Ken

 

바비의 인생사가 복잡해질수록 어린 딸을 둔 부모들의 지갑은 얇아졌다. 바비에게 동생이 생기면 동생 인형을 사야 한다. 바비가 발레리나가 되면 무용복을, 의사가 되면 가운을 사야 한다. 바비가 1989년 걸프전에 참전했을 때 입은 군복은 심지어 미 국방부가 공식 인증한 것이었다. 바비의 열성 팬들에겐 탐나는 소품이 아닐 수 없다. 소비욕을 끊임없이 자극하는 전략으로 마텔은 현재까지 바비의 의상과 액세서리를 제외하고도 인형만 10억여 개를 팔아 치웠다.

 

바비인형은 첫 등장 이후 우주비행사, 외과의사, 패션모델, 야구선수 등으로 끊임없이 변신하면서 인기를 끌었다. 제조회사인 마텔사는 바비의 남자친구 ‘켄’(1961년)과 여자친구 ‘밋지’(1963년)를 만들기도 했으며, 38마리의 애완동물도 만들었다. 바비인형은 1968년에는 영어와 스페인어로 말까지 하고 1976년에는 100년 뒤 열어볼 타임캡슐에 포함되기도 했다.

 

바비의 성공 뒤에는 여성에 대한 미적 기준을 왜곡하고 백인지상주의 문화를 대표한다는 이유로 여성운동가와 제3세계에게 비난을 받기도 했다. 너무 이상화되어 오히려 기이한 바비의 몸은 성역할에 관한 고정관념을 강화한다는 이유로 논쟁의 대상이 됐다. 패션과 쇼핑에만 몰두하는 바비의 생활양식도 어린 소녀들에게 악영향을 미친다는 비판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