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에 오늘, 3월/3월 16일

생수 시판 허용

산풀내음 2017. 1. 14. 09:05

19943 16,

생수 시판 허용

 

먼지가 뿌옇게 일어나는 학교 운동장. 아이들은 저마다 운동에 열을 올리고, 운동장 한쪽에선 땀으로 흠뻑 젖은 아이 몇몇이 수도꼭지에 입을 대고 벌컥벌컥 물을 마시고 있다. 불과 십여 년 전만 해도 전국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이젠 목이 아무리 말라도 그냥 수돗물을 마시는 아이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나라 생수 개발의 역사는 1975 9월부터 시작됐지만, 공식적으로 처음 생수를 판매한 것은 88 서울올림픽 때다. 당시 정부는 올림픽 기간 중 외국 선수들이 국내 수돗물의 안전성에 의심을 보낼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생수 판매를 허용했다가, 올림픽이 끝난 뒤 근거 법률을 폐지했다.


정부는 생수 시판이 자칫수돗물 정책의 포기로 비춰질 것을 우려했다. 또한 돈 있는 사람은 생수를 사먹고 돈 없는 사람은 수돗물을 마시게 돼 국민들 사이에 위화감이 조성되며, 지하수 고갈과 환경오염 등의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며 생수 판매를 허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생수업자들은 생수 판매 허용을 요구하며 줄기차게 소송을 제기했다. 결국생수 판매 금지 조처는 깨끗한 물을 마실 권리(행복추구권)를 침해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94 316일 국내에서 생수 시판이 허용됐다. 그리고 다음해먹는 물 관리법을 제정해 실질적인 생수 시판이 시작되었다.

 

이후 생수 판매업은 꾸준히 성장했고, 현재는 수많은 생수 브랜드와 한 해 약 5000억 원에 달하는 시장 규모를 갖고 있다. 최근에는 해양 심층수를 비롯한 프리미엄 생수가 인기를 끌고 있으며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등의 국가에서 70여종에 달하는 생수가 수입되고 있다. 심지어 커피나 차가 아닌 물을 파는 카페도 생겨났다. 전 세계 다양한 맛의 물을 경험할 수 있다는 데 매력을 느낀 젊은 층에 인기가 높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물의 본질적인 가치보다 상품성에 초점이 맞춰져 무분별하게 지하수 개발을 하거나 암반을 뚫는 바람에 일부 국토에서 사막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물 전문가들은향후 50년 뒤엔 물이 석유보다 비싸게 될 확률이 높다고 경고한다. 우리는 TV를 통해 아프리카 등의 빈국에서 썩은 물로 생명을 이어가는 어린이들의 모습을 보곤 한다. 이제 우리도 물을 아끼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환경캠페인이 범국민적으로 일어나야 할 때라고 말하는 물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들을 때다.

 (경향신문, 2011. 3. 15. 기사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