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1년 5월 4일,
전시 연합대학 설치
1950년 발발한 한국전쟁은 해방 후 우후죽순처럼 번창하던 국내 고등교육계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왔다. 6·25 전쟁으로 받은 고등교육계의 인적· 물적 피해는 초·중등교육에 비해 훨씬 심각했으며 고등교육 인구 대다수가 군대에 소속되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특히 1951년 5월 4일 문교부령 제19호로 공포된 ‘대학교육에 관한 전시 특별 조치령’(이하 조치령)은 세계 교육계 어디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대학 운영에 관한 특별한 사례를 남기며 전시연합대학 체제를 출범시켰다.
1952년 전시연합대학 강연 모습(국가기록원)
전시 부산에 세워진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중등교원
양성소
이는 당시 문교부장관이던 백낙준이 유진오를 중심으로 결성된 ‘대한민국 교수단’과의 협의에 따라 발족된 것으로 유진오는 이 전시연합대학 학장에 임명돼 체제를 세워갔다. 이 ‘조치령’은 전화(戰禍)로 인해 정상적인 수업을 실시할 수 없는 대학생들이 그 기간 중 타 대학에서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한편 단독으로 수업을 실시할 수 없는 대학은 전시연합대학에서 합동수업을 받도록 함으로써 중단 없는 교육을 위한 선각자들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었다.
‘조치령’은 특히 대학생의 총 수업시간을 7백20시간까지 단축할 수 있게 하고, 매학기 3∼4학점의 군사훈련을 이수토록 했으며, 연합대학에서 이수한 과정은 재적대학의 수업과정으로 인정한다는 것이었다. ‘조치령’은 공포일로부터 시행되었는데 먼저 부산에서 발족하여 점차 광주·전주·대전으로 이어졌다. 특히 부산전시연합대학에는 4천2백68명의 학생이 수업을 받았으며, 대전 3백77명, 전북 1천2백83명, 광주 5백27명 등 참여 학생이 6천4백55명에 이르렀고, 강의를 담당한 교원이 4백44명에 달했다. 전시연합대학은 그 해 9월 이화여대가 단독 개강을 하고 10월 중순부터는 부산대가 이탈하면서 1952년 3월에 해산됐다.
백낙준 문교부장관은 한 언론과 당시 상황에 대한 인터뷰에서 “전시연합대학은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이화여대 등이 임시교사를 만들 때까지 계속되다가 1952년 3월말 문을 닫았다”며 “비록 전쟁 중이었지만 면학의 열기는 뜨거웠다”고 회고했다.
전시연합대학 출범을 위한 ‘조치령’은 그러나 학생의 군 입대가 완화되고 이공계의 경우 전면 입대가 유보되는 제4조의 조항에 따라 사실상의 병역 연기 혜택을 부여한 기초 법령이 됐다. 전쟁이 발발하면서 당시 학생들은 모두 학도병으로 징발되거나 자원해 전사하는 현실에서 전시연합대학에 들어가면 군사훈련을 받는 대신 징집을 피할 수 있다는 여론이 확산된 것도 이 때문이다.
학생들의 징집 문제는 이후에도 끊임없이 사회문제로 대두돼 1951년 11월7일 개최된 제11회 임시국회에서는 ‘재학생의 수업 계속에 관한 특별조치 요강’을 정부측에 건의했으며, 정부는 이를 받아 학생군사훈련 실시령과 개정령, 시행규칙 등을 잇따라 만들어 학생들의 징집 유보나 연기 조치를 위한 법적 장치를 마련해 나갔다. 이에 따라 1951년 11월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군사훈련에는 2만4천7백여 명의 학생이 참여해 ‘전시학생증’을 받았고, 이들에게는 병역 의무가 일단 연기됐다.
결국 한국전쟁은 대학생에 대한 병역 연기와 면제 혜택을 가져오면서 대학생수의 급격한 증가를 부채질했으며, 무리하게 진학률을 높이는 부작용도 가져왔다. 그러나 이 당시 대학교육은 교양이나 인격을 갖추기 이전에 ‘생존’을 위한 선택이었으며, 사회적 지위를 획득하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되면서 점차 교육 열정이 퇴색했다는 지적도 받았다.
이처럼 6·25전쟁 중에도 교육열은 식지 않았고, 피란지의 노천학교, 야외학교의 모습은 눈물겨웠다. 다음은 당시 미국의 뉴욕타임스지 보도. "남한에서는 정거장, 약탈당한 건물 안, 천막, 묘지에서까지 수업을 하고 있다. 어느 시골에 가도 나무 밑에 학생들이 모여 앉아 나무에 흑판을 걸고 책을 돌려가며 공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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