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에 오늘, 5월/5월 23일

미국 81세 노령 산악인, 국립공원 요세미티 엘캐피탄봉 (2307m)에 올라 사상 최고령 등반기록 수립

산풀내음 2017. 4. 13. 20:45

1999 5 23,

미국 81세 노령 산악인, 국립공원 요세미티 엘캐피탄봉 (2307m)에 올라 사상 최고령 등반기록 수립

 

미국 뉴저지주 우즈베리에 사는 아마추어 산악인 게리 블로치(Gerry Bloch, 81) 할아버지가 23일 오후 5(현지시각) 11일간의 사투 끝에 깎아지른 듯한 암벽으로 악명 높은 캘리포니아주 요세미티 국립공원 엘캐피탄봉(해발2270m) 정상 정복에 성공, 요세미티 사상 최고령 등반기록을 세웠다. 블로치가 택한 코스는 엘캐피탄(El Capitan) 봉 최난코스인아쿠아리안 월스’. 정상까지 750m에 걸쳐 가파른 암벽을 타야 한다.

 


 

블로치가 19989월 미 캘리포니아주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엘캐피탄 등정계획을 밝혔을 때 그의 친구들은 "농담 말라" 며 웃었다. 이제 휴식을 취하며 공원산책이나 할 나이가 아니냐는 것이었다. 더욱이 빙하에 깎여 만들어진 엘캐피탄의 아슬아슬한 절벽은 전세계 암벽등반가들을 유혹할 만큼 위험했다. 그러나 블로치는 속으로 '너희들의 콧대를 꺾어주겠다" 며 결의를 다졌다.

 

8개월간 턱걸이 등으로 체력을 다지는 등 만반의 준비 끝에 블로치는 12일 오후 4, 오렌지색 헬멧과 무릎보호대로 무장하고 요세미티 계곡 베이스캠프를 떠났다. 엘캐피탄만 50여회 등반한 가이드 마이크 코빗 (45) 과 역시 베테랑 등반가인 NBC 카메라기자 크레이그 화이트 (48)가 그와 동행했다.

 

눈보라가 몰아치는 악천후가 겹쳤다. 음식과 물의 무게도 만만치 않았다. 등반 도중 암벽에서 미끄러져 천식 약병을 절벽으로 떨어뜨린 블록 할아버지는 약 없이 11일간 등반을 계속했다. 갈비뼈 부근에 멍이 들어 고생도 했다. 1주일 내에 정상에 오르겠다던 목표는 접어야 했다. 그러나 마지막 한 걸음까지 블로치는 동료의 도움을 받지 않았다.

할아버지를 취재하기 위해 동행한 NBC카메라 기자 크레그 화이트도 밧줄이 끊어져 3m 아래 바위땅에 곤두박질하는 등 몇 차례 위기를 넘겼다.

 

Taking painfully slow steps, 81 year old Gerry Bloch tops out at the top of El Capitan on Sunday, 10 days after starting the climb. The trio started out on the climb last Thursday, May 13th. Bloch broke his own record of being the oldest to scale the 7569 foot granite rock.



 

오렌지색 헬멧을 쓰고 무거운 배낭을 멘 채 정상에 도착한 블로치는 쉬운 코스로 올라와 미리 기다리고 있던 손자 샘(Sam Bloch 20)과 힘찬 포옹을 나눴다. 그는 환호하는 기자들을 향해 “16살 때 산을 타기 시작한 이래 가장 어려운 등반이었다, 그리고  “날씨가 추웠고, 배낭 무게 때문에 시간이 예상보다 오래 걸렸다면서중간에도저히 안되겠다는 생각이 여러 번 들었지만, 그때마다 묵묵히 계속 걸었다”고 말했다.

 

블록 할아버지의 이번 엘캐피판봉 최고령 등반기록은 자신의 기록을 스스로 갱신한 것. 86 68세 나이로 정상에 올라 영예를 안았다. 최근 한 69세 노인이 엘캐피탄봉 등반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최고령 기록을 내줄 수 없다는 생각에 다시 도전했다.

 

뉴저지주 () 의 화학공학자였던 블로치가 처음 암벽등반을 시작한 것은 16세 때. 사실 그가 바란 것은 암벽을 타다 어딘가에서 떨어져 죽는 것이었다. 2세 때 어머니를 잃은 블로치는 어렸을 때부터 외롭게 자랐다. 백내장 수술을 받기 전까진 두툼한 렌즈의 안경을 꼈고 집에 틀어박혀 소설을 읽으며 지냈다. 대학 졸업조차 바라지 않던 그였다.

불행은 친구에게 일어났다. 블로치의 21번째 생일을 며칠 앞둔 39 4 3, 함께 암벽 등반에 오른 친구가 밧줄을 뒤에 묶고 내려오던 중 실수로 암벽에서 퉁겨져 나갔다. 암벽 모서리에 걸린 밧줄에 매달려 숨진 친구를 발견한 그는 다시는 암벽등반을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나 3개월 후 그는 바로 그 암벽에 다시 올랐고, 혼자 무사히 내려왔다. 친구의 비극으로부터 생긴 모든 고민을 털어내는 길은 암벽등반을 계속하는 것뿐이라고 느꼈던 것이다.

그리고 60여년간 미국 전역의 암벽을 누볐다.

 

블로치는 지난해 11 55년간 동고동락해온 아내를 폐병으로 잃었다. 암벽등반을 '미친 짓' 이라고 말리면서도 그가 가는 곳이면 항상 따라와 베이스캠프에서 무사귀환을 빌어주던 아내였다. 하지만 그는 이제 죽는다는 것이 두렵지 않다. 아내 대신 베이스캠프에서 초조히 기다리던 그의 오랜 친구 켄 생마스터 (78) 와 헤이즐 (74) 부부는 그의 정상정복 소식을 듣자 이렇게 말했다.

"그에게 나이는 전혀 문제되지 않았다. 그는 뭔가 하겠다고 결심하면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