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에 오늘, 6월/6월 13일

한국 축구대표팀, 토고 꺾고 월드컵 사상 첫 원정 승리

산풀내음 2017. 5. 7. 15:21

2006 6 13,

한국 축구대표팀, 토고 꺾고 월드컵 사상 첫 원정 승리

 

한국 축구대표팀이 2006 6 13일 프랑크푸르트 월드컵스타디움에서 열린 토고와의 2006독일월드컵 G조 첫 경기에서 이천수와 안정환의 연속골로 21 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는 한국이 해외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거둔 사상 첫 승리였다.

 


토고전 승리 후

 

한국은 2002년 한일월드컵대회에서 4강에 올랐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안방에서 얻은 영광이었다. 집밖에서도 잘 싸워야 하는데 한국은 지난 50여 년 동안 그렇지 못했다. 한국은 1954년 스위스 대회 이후 2002년 한일 대회를 뺀 다섯 차례 대회에서 410패의 초라한 성적을 거뒀다. 1986년 멕시코 대회와 1994년 미국 대회를 뺀 유럽지역 대회에서는 1 7패로 전패에 가까웠다.

 

1948 9 4일 대한축구협회(KFA)의 출범과 함께 국제축구연맹(FIFA)에 가입했고' 1954년에 아시아축구연맹(AFC)의 정식 회원국이 됐다. 그리고 1953년 한국전쟁 종전과 함께 1954년 스위스 월드컵에숙적일본을 꺾고 첫 본선 진출의 역사를 썼다. 한국 축구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 김용식 선생을 감독으로 한 한국 대표팀은 스위스로 가는 여정에 모든 체력을 소진했다. 헝가리와의 역사적인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1차전에서슈퍼스타페렌츠 푸스카스에게 유린당하며 0-9로 참패를 당했고 이어 터키와의 2차전에서도 0-7로 패하며 쓸쓸하게 돌아와야 했다.

 

1954년 스위스월드컵

 

그리고 32년 동안 무골의 역사는 계속되었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첫 골과 첫 승점의 대기록(?)을 세우며 비록 조별 리그에서 탈락했지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는 계기가 되었다. 천신만고 끝에 본선행 티켓을 거머쥔 한국은 김정남 감독' 김호곤 코치 체제에 독일 분데스리가 무대에서 아시아 축구 선수 사상 최고의 활약을 펼친 차범근을 비롯해 최순호' 김주성' 허정무' 조광래' 박창선' 김종부 등 아시아 무대를 호령하던 초호화 군단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디에고 마라도나가 활약하던우승후보아르헨티나와 조별리그 1차전을 치른 한국은 발다노에게 두 골, 루게리에게 한 골을 내주며 패색이 짙었지만, 후반 28분에 시원스런 중거리슛으로 한국 축구의 월드컵 무대 사상 첫 골을 성공시키는 감격을 이뤘다1-3으로 패한 한국은 동유럽의 강호 불가리아와 2차전에서 전반 11분에 토프에게 선제골을 내줬으나 후반 26분에 김종부의 동점골로 무승부를 이루며 월드컵 무대 첫 승점을 따냈다.

 

디에고 마라도나가 1986 62일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1986 멕시코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 아르헨티나-한국 맞대결에 앞서 한국 주장이자 월드컵 첫 골의 주인공인 박창선과 사진을 찍고 있다.


1986 6 2일 멕시코월드컵 아르헨티나와의 경기에서 김용세의 분전하는 사진이 뉴스위크지 표지를 장식했다.

1986 6 2일 멕시코월드컵 아르헨티나와의 경기에서 축구신동 디에고 마라도나를 태클로 저지하는 허정무.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한국은 이제 '원정 월드컵' 무승이라는 창피한 성적표를 더 이상 받아 들지 않게 됐다. '원정경기'라는 별도의 구분 없이 월드컵 통산 성적을 정리해도 누가 뭐라 할 일이 없게 됐다.

 

한국은 토고와의 경기 초반 박지성, 조재진, 이천수를 최전방에 포진시킨 3-4-3 포메이션을 구사했다. 하지만, 전반 31분 토고의 카데르에 어이없는 선제골을 허용했다.

한국은 후반 들어 안정환을 공격형 미드필드로 투입하고, 4-3-3 포메이션을 구사했다. 활기를 되찾은 한국은 후반 7분 박지성이 상대 미드필드를 돌파하며 토고 아발로의 퇴장을 이끌어냈다. 그리고 이천수의 환상적인 프리킥 동점골이 이어졌다. 후반 9분 이천수가 아크 서클에서 감아 찬 공은 상대 골키퍼가 전혀 손 쓸 수 없는 빈틈을 향해 아름다운 궤적을 그렸다. 주도권을 잡은 한국은 파상공세를 펼쳤고, 후반 27분 안정환이 역전골을 뽑아냈다. 안정환은 미드필드에서 연결한 공을 이어 받아 페널티 지역 바깥 오른쪽에서 통렬한 중거리 슛으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이날 경기는 MBC TV 30.9%, KBS 1TV 24.2%, SBS TV 15.9%의 시청률을 기록 지상파 채널이 함께 71%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71%의 시청률은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74.1%의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폴란드전, 72,4% 이탈리아전보다 낮지만 66.6%의 스페인, 69.1%의 독일전보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토고전을 응원하기 위해 시청앞에 모인 붉은 악마들

상암월드컵 경기장에서 토고전을 응원하고 있는 붉은 악마들

전라도 광주에서도 붉은악마의 함성이

 

그런데 이 경기는 한국에서만 뜨거웠던 것은 아닌 것 같다. 중국의 웨이() 모씨 (당시 43)가 한국-토고 전을 시청하다가 한국의 연속 골에 너무 흥분한 나머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녀는 한국의 골에 환호하며 기쁨을 만끽했지만 어지러움을 느껴 샤워를 한 뒤 침대에 누워 경기가 끝난 새벽 1시쯤 수면을 취했다. 웨이 여사는 편히 누워 휴식을 취하는 듯 했으나 옆에 누워있던 남편이 상태를 아무리 물어도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뜻하지 않은 일이 발생했다고 판단한 남편은 놀라서 불을 켜고 아내를 살펴봤으나 눈은 감겨있고 코와 입 속에서 하얀 거품이 멈춤 없이 뿜어져 나왔다고. 20분 후 연락을 받고 달려온 120긴급구조대에 의해 웨이 모씨는 항저우 시내의 중의병원 중환자실로 후송됐으나 병원 도착 후 이미 혼수상태로 동공이 열려있었고 호흡과 심작박동이 멎어 세상을 떠난 상태였다.

 

G 조는 토고가 승점 자판기가 된 상태에서 프랑스라 어느 정도 앞서있는 건 사실이었지만 다른 경쟁국인 한국, 스위스에 압도적 우위를 지닌다고 보기엔 어려운 상태였다. 역시나 프랑스는 스위스와 0:0으로 비겼고, 뒤이은 한국과의 경기에서 티에리 앙리의 선제골로 98 월드컵 결승전 이후 4경기 연속 무득점을 깨고 살아나는 모습을 보였으나 후반 집중력 부재로 박지성에 동점골을 허용하는 바람에 다잡은 승리를 눈앞에서 놓쳤다. 결국 16강의 운명을 건 마지막 날, 한국은 오심 논란 속에 스위스에 0:2 패배를 당하며 조별 리그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2006 6 9일부터 7 9일까지 12개 도시에서 개최된 2006 독일 월드컵은 이탈리아가 우승을, 프랑스가 준우승을 그리고 주최국 독일이 3위로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