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에 오늘, 7월/7월 30일

문고본 대명사 ‘펭귄북스’ 출간

산풀내음 2017. 6. 22. 20:11

19357 30,

문고본 대명사 ‘펭귄북스’ 출간

 

1934년 어느 날, 영국의 한 기차역. 한 남자가 기차역 가판대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기차 안에서 읽을만한 책이 없나 가판대를 살펴보던 남자는 이내 실망하고 만다. 가판대에 잡지와 빅토리아 시대의 소설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남자의 이름은 앨런 레인(Allen Lane, 19021970). 출판사 편집장인 그는 인기 추리소설 작가 애거사 크리스티를 만나고 런던으로 돌아가던 길이었다. 기차 안에서 그는 누구나 손쉽게 사볼 수 있는 양질의 책을 내기로 결심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바로 문고판(페이퍼백)의 대명사 '펭귄북스'. 1935 730일 애거사 크리스티의 '스타일즈 저택의 죽음',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무기여 잘 있거라' 10권이 1차분으로 나왔다. 평귄북스의 가장 큰 업적은 페이퍼백의 보급으로 책의 대중화라 할 것이다.

 

앨런 레인(Allen Lane·19021970).

 

당시 영국 노동자 하루 임금의 20분의 1에 불과한 권당 6펜스라는 저렴한 가격에 품위까지 갖춘 펭귄북스의 등장은 초판 2만부를 순식간에 동 낼 정도로 대중의 독서열을 자극했다. 읽을 만한 책은 으레 고급 양장본인데다 가격도 부담스러웠고, 값싼 문고본은 주로 모험소설이나 싸구려 대중소설 만을 취급해 대중의 관심을 끌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펭귄북스는 이듬해 말까지 70여권에 300만부 이상이나 팔려나가 구텐베르크 활자 이래 전례가 없는 독서의 대중화를 촉진시켰고, 문턱이 높은 서점을 피해 주로 가게 등에서 판매하는 새로운 마케팅 기법도 선보였다. `종이표지의 보급판 책`이라는 뜻을 가진 `페이퍼백(Paper Back)`이라는 용어가 만들어진 것도 이때였다. 펭귄북스의 성공은 미국의 포켓북(1937), 프랑스 쿠세즈(1941), 독일의 로로로(1950)로 발전돼 세계는 바야흐로 문고본 시대를 맞았다.

 

문고본(文庫本)은 독자가 많을 것이라고 예상되는 도서를 값이 싸고, 가지고 다니기에 편리하도록 작게 만든 책이다. 세계 각국에서 대량 판매와 지식의 대중화를 목표로 출범한 문고본의 역사는 한 세기 이상을 거슬러 올라간다. 독일의 ‘타우크니츠 문고’가 1841년에, 미국의 ‘에라스터스 비들 문고’가 1860년에 발간을 시작했다. 독일을 대표하는 ‘레클람 문고’는 1867년에 발간을 시작해 1만호를 훌쩍 넘겼다.

 

독일의 대문호 토마스 만이 “레크람이 독일의 정신적 자산임을 부정할 자 누구겠냐”고 찬사를 보냈을 정도다. 한국에서 나온 첫 문고본은 1909년 육당 최남선이 창설한 신문관(新文館)을 통해 펴낸 ‘십전총서(十錢叢書)’다. 십전총서는 단돈 10전으로 책 한 권을 구입할 수 있다는 뜻이다. 첫 번째 책은 ‘걸리버 유람기’. 육당이 직접 번역해 54, 200자 원고지 135장 분량의 책으로 나왔다. 일본의 이와나미가 1927, 영국의 펭귄 문고가 1935, 프랑스의 크세즈가 1941년에 간행되기 시작했으니 늦은 출발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