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에 오늘, 8월/8월 29일

미국의 한 부부가 유전자 검사를 통해 딸의 질병치료(팬코니 빈혈)에 쓰일 동생을 출산하자 윤리논쟁 가열

산풀내음 2017. 7. 23. 08:23

20008 29,

미국의 한 부부가 유전자 검사를 통해 딸의 질병치료에 쓰일 동생을 출산하자 윤리논쟁 가열

 

미국의 한 부부가 딸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유전자 검사를 통해 부모가 원하는 ‘조건’을 갖춘 아이를 골라 낳아, 윤리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지금까지 유전병을 피하기 위한 유전자 검사는 있었지만, 다른 사람의 질병치료에 쓰일 아이를 낳기 위해 유전자검사가 실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콜로라도 잉글우드에 사는 잭 내시와 리사 부부의 6세난 딸 몰리는 선천적 골수 결핍증인 ‘팬코니 빈혈(Fanconi Anemia)’이라는 치명적인 유전병을 앓는 있었다. 그런데 이 병에 걸리면 출혈과 면역체계 이상으로 7살 때 백혈병 등의 합병증으로 목숨을 잃게 된다. 몰리의 경우 1년이 채 남지 않은 상태였다.

 

팬코니 빈혈`을 치료하는 유일한 방법은 가족 중 팬코니 빈혈 유전자를 보유하지 않은 건강한 사람의 세포를 골수에서 이식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몰리의 부모는 모두 팬코니 빈혈의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었기에 자신들의 세포를 골수에 이식할 수 없었다. 게다가 이들이 아이를 낳을 경우 또다시 팬코니 빈혈에 걸린 아이가 태어날 확률은 25%나 되었기 때문에 이들 부부는 더 이상 아이를 낳을 생각도 차마 못했다. 그러나 1년 뒤에 닥칠 몰리의 죽음을 두려워한 부모는 몰리를 구하기 위해 팬코니 빈혈 유전자를 갖지 않은 건강한 아이를 낳을 방법을 강구했고 찾아 냈다.

 

이들의 고민을 해결해 준 곳은 일리노이주의 메이스닉 의료센터. 이곳 의학자들은 몰리와 조직체계는 같지만 건강한 조직을 이식해줄 수 있는 아이를 낳기 위해 수정란의 유전자 검사를 실시, 팬코니 빈혈 유전자가 없는 것을 골라 몰리의 어머니 자궁에 착상시키는 방법을 시도했다. 몰리의 부모는 지난 해 4차례나 복잡한 검사를 실시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그러던 중 의료진은 1999년 크리스마스 때 부부의 15개 수정란 중 2개가 팬코니빈혈 유전자도 없으면서 몰리의 체질과도 정확히 일치한다는 결과를 얻었다. 이중 좀 더 건강한 수정란을 몰리 어머니의 자궁에 착상시켜 임신이 되었고 2000 8 29일 건강한 아들 애덤이 태어났다. 어쩌면 애덤은 몰리의 치료를 위한 도구로 태어난 것이었다.

 

애덤의 탯줄 혈액 세포는 2000 9 26일 의료진에 의해 누나 몰리의 골수에 이식됐다. 의무를 충실하게 이행한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의료진들은 몰리와 애덤이 모두 건강한 상태며, 몰리의 병이 완치될 가능성은 80~90%에 달한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유전자 시험을 통한 시험관 아기의 탄생은 ‘목적을 위한 선별적 인간의 재생산’이란 윤리적 문제를 야기시켰다. 14개의 배아를 죽이면서 선택된 15번째 배아가 인격체라기 보다 의학적 상품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다.

 

미 미네소타대 제프리 칸 교수는 “유전자 선택을 위한 검사가 만연할 경우 앞으로 출산과정이 새 차를 살 때 선택사양을 주문하는 것과 같아질 것”이라고 비난했다. 아이의 눈 색깔은 물론, 지능지수까지 선택하려고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시카고대의 찰스 스톰 박사는 “사람이 임신하는 이유에는 부부 사이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것부터 노동력을 얻으려는 것까지 다양하다”면서 “이번 일은 윤리적으로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차병원의 이숙환 유전학연구소 소장은 “현재 한국에서도 유전병을 피하기 위한 유전자 검사는 실시되고 있다”며 “애덤의 경우처럼 자신은 나쁜 유전병을 피하고, 누나의 병까지 고쳐줄 수 있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