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사진/충남

계룡산 사찰 순례, 신원사

산풀내음 2019. 11. 26. 21:04


둘째날 이른 아침, 신원사를 방문하였다. 동학사는 겨울 채비가 한창이었고, 갑사는 가을을 막 보내려 하고 있다면, 신원사는 아직 가을을 보내고 있지 못하고 있다 할 것이다. 또한 신원사는 동학사나 갑사에 비하여 일반 대중들에게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아서, 산사의 아늑함과 고요함을 느끼고자 하는 기도객이 있다면 더없이 좋은 곳이란 생각이 들었다. 


신원사 은행나무에서 여전히 가을을 느낄 수 있다.


신원사(新元寺)는 백제 의자왕 11년(651년)에 열반종의 개산조 보덕화상이 신정사(神定寺)란 이름으로 창건한 사찰이다. 보덕화상은 본래 고구려의 고구려의 승려였지만, 당시 고구려의 보장왕이 도교를 숭상하는 정책을 펴자 이곳 백제로 와서 백제 불교 중흥에 힘쓴 분이다.

신정사는 신라말에는 도선국사가 사찰을 중창하였고 전해지며, 조선시대에 들어서는 무학대사가 태조 3년(1394년)에 사찰을 크게 중창하였고 이때 영원전을 지었다. 정확한 연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신정사(神定寺)는 18세기 전후로 신원사(神院寺)라고 사찰명이 바뀌었고, 조선 고종 3년(1866년)에 지금의 신원사(新元寺)로 고쳤다고 한다. 부속 암자로는 고왕암(古王庵), 등운암(騰雲庵), 남암(南庵) 등이 있다.

대웅전엔 아미타불을 주불로 관세음보살과 대세지보살이 모셔져 있다. 아미타불을 주불로 모시고 있으면서 극락전이라 하지 않고 대웅전이라고 한 것에 대하여는 다소 의아했다.

무학대사가 지은 영원전에는 지장보살이 모셔져 있다.

대웅전과 중악단 사이에는 관음전이 있다. 이곳에는 천수천안 관세음보살님이 모셔져 있다.

관음전에서 바라본 중악단

대웅전 뒷편에 위치한 독성각


신원사는 국내 제일의 산신 기도처로도 유명하다. 이곳에 자리한 ‘중악단(中嶽壇)’은 조선 태조 3년(1394년)에 창건된 것으로 계룡산 산신을 모시는 제단으로 당시 제단의 명칭은 계룡산신 제단이라는 뜻에서 '계룡단'이라고 하였다. 산신각 중에는 최대의 규모를 자랑하며, 이곳에서 열리는 계룡산 산신제는 계룡산 일대에서 열리는 대표적인 축제 중 하나로 매년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중 하나이다.

이곳의 산신제는 조선시대 태조 이성계와 그 관계가 매우 깊다. 옛날, 태조가 조선을 세우기 전에 계룡산을 비롯한 전국의 명산을 돌면서 기도를 드렸는데 그러던 중 무학대사의 꿈에 산신이 나타났다는 이야기를 듣고 처음 제사를 지냈다고 전해진다. 또, 계룡산 자락에 살고 있는 한 신모가 꿈을 꾸고, 후에 태조의 조선 건국을 예언했다 하여 그 때부터 제사를 모셨다고도 전해진다.

산신제를 위해 건립된 계룡단은 효종 3년(1651년)에 철거됐다가 고종 16년(1879년)에 명성황후가 다시 건립해 '중악단'으로 이름을 명명하였다. 이는 고종 당시 묘향산과 지리산 산신각을 각각 상악단과 하악단이라 지칭하고는, 두 산 사이에 있는 계룡산 산신각을 중악단이라 한 것이다. 지금은 상악단과 하악단은 현존하지 않고 중악단만 남아있다.


신원사는 명성황후가 직접 기도를 드린 곳이기도 하다. 한동안 이 곳에서 기거하며 회임을 소망하는 기도를 드렸다고 하는데, 그 기도 덕분인지 후일 조선시대의 마지막 임금인 순종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이렇듯 고종과 명성황후와 깊은 인연이 있는 신원사는 매년 '고종황제·명성황후 천도추모재’를 열고 있다.

궁궐양식을 그대로 축소해 만든 왕실 산신제단인 중악단은 그 가치를 인정받아 1999년 보물 제1293호로 지정되었다. 또 중악단에서 기도를 하면 한 가지 소원은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말이 전해지면서 진급을 앞둔 계룡대 군인과 경찰, 수능시험과 공무원시험 등을 준비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기도객들이 끊임없이 찾아오고 있다.

(출처 : 불교신문, "[가고 싶은 절] <33> 공주 계룡산 신원사")

신원사에는 와불(臥佛, 누어계신 부처님)이 모셔져 있다. 신원사의 와불은 인간이 만든 부처님이 아니라, 자연이 스스로 만들어 낸 것이다. 즉 신원사 뒤의 계룡산 봉우리 들이 마치 부처님이 누워계신 듯한 형상을 하고 있는 것이다. 파란 가을 하늘 아래 누워계신 부처님께 합장하고 소원을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