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에 오늘, 10월/10월 18일

세기의 스파이 리하르트 조르게(Richard Sorge) 체포

산풀내음 2016. 10. 5. 21:54

194110 18,

세기의 스파이 리하르트 조르게(Richard Sorge) 체포

 

1941 10 18일 밤, 독일의 적국 소련을 위해 스파이로 활약한 독일인 기자 리하르트 조르게가 일본에서 체포됐다. 일본에서 1년 동안 정을 나누었던 무희의 집에서였다.

 

 

리하르트 조르게(Richard Sorge, 1895 10월 4 ~ 1944 11월 7)는 당시 러시아 제국의 영토였고, 현재 아제르바이잔바쿠 근처인 사분치에서 유전 기술자인 독일인 아버지와 러시아인 어머니 사이에 9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증조부는 공산주의 창시자인 카를 마르크스의 개인 비서였고 그가 처음 읽은 책 중에는 할아버지로부터 선물 받은 마르크스의 저서 자본론이 있었다.

 

1차 세계대전 당시 고교를 중퇴하고 독일군으로 참전한 조르게는 3번이나 부상을 당할 정도로 용감하게 싸운 독일의 군인이었다. 그러나 병원에서 만난 의사를 통해 공산주의 사상에 빠졌고, 이내 그는 소련을 찬양하는 골수 공산주의자가 됐다.

독일어와 러시아어는 물론이고 영어와 프랑스어도 유창하게 구사했다. 1924년 조르게는 소련 공산당원이 됐으며, 이듬해에는 소련 국적도 취득했다.


 

Sorge (left) and chemist Erich Correns during the First World War in 1915


Richard Sorge in the hospital, during World War I

 

1927년 조르게에게 부여된 첫 임무는 미국 영화산업계(할리우드)에 침투해 공산주의 하부조직을 설립하는 것이었다.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1929년 귀국한 조르게는 이내 소련군 총참모부 산하 제4(정보국, GRU)을 만든 얀 베르친 장군의 눈에 띄어 GRU 소속 정보원으로 발탁됐다.

이후 조르게의 주 활동 무대는 극동이었다. 베르친은 조르게에게 극동 지역 임무를 부여하면서 우선 중국 상하이(上海)로 옮겨 중국 내 GRU 첩보망을 구축할 것을 지시했다. 스파이 교육 기간에 배운 중국어와 일본어도 큰 힘이 됐다.

 

할리우드와 중국에서 첩보활동을 벌이던 조르게는 1933 9, 독일의 유력지 기자 신분으로 일본에 입성했다. 그는 일본에서의 첩보활동을 통해 세기의 스파이로 불릴 만큼 정확하고 전쟁상황에 유리한 정보들을 소련에 제공했다. 비록 스탈린이 무시해서 대비하지 못했지만 독일의 소련침공 일자를 알린 것도 조르게였다.


 

일본 정부가 발행한 조르게의 독일 특파원 신분증

 

1941 6. 독일은 소련을 침공했다. 독일군은 파죽지세였다. 동쪽 시베리아에 소련군 대부대가 있었다. 소련의 스탈린은 그 부대를 빼내지 못했다. ·일 전쟁(1904) 패배 악몽 때문이다. 접경에 일본 관동군이 주둔했다. 그 무렵 일본은 고심했다. 북방(소련)이냐, 남방이냐. 그 해 9 6일 일왕 주재 어전회의에서 정해졌다. 선택은 남방(인도차이나) 침공. 조르게의 정보망에 포착됐다.

그는 10 4 1급 기밀을 크렘린에 보냈다. 스탈린은 시베리아 40개 사단을 이동시켜 모스크바 방어전에 투입했고 독일군의 공세는 저지되었다. 이것으로 역사의 흐름은 극적으로 바뀌었다.

 

1941년 일본 경찰이 조르게의 조직원들을 속속 잡아가는 등 포위망이 좁혀왔지만 조르게는 끝내 일본을 벗어나지 못하고 10 19일 붙잡힌 것이다. 결국 그는 소련의 혁명기념일이었던 1944 11 7, 49세의 나이로 사형에 처해져 도쿄에 묻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