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9년 11월 1일,
유서 깊은 창경궁이 창경원으로 …
창경궁은 성종 15년(1484년), 세조비 정희왕후, 예종비 안순왕후, 덕종비 소혜왕후를 모시기 위해 옛 수강궁터에 지은 궁이다. 유서 깊은 창경궁이 치욕의 역사를 맞는다. 일제는 전각 60여 채를 헐어내고 1909년 11월 1일 동물원과 식물원을 만들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적 동물원이었고 동양에서는 네 번째였다. 1911년 4월 11일에는 박물관을 짓고 이름도 아예 창경원으로 바꿨다.
왕이 농사를 짓던 논은 춘당지라는 연못으로 만들어 여름에는 뱃놀이, 겨울에는 스케이트를 즐겼다. 케이블카, 회전목마 등 위락시설도 설치했다. 궁궐이 종합놀이공원이 된 셈이다. 일본사람들은 봄이면 벚꽃 아래에서 음란한 음주가무도 서슴지 않았다. 대한제국의 국권과 황실의 권위를 말살하려는 흉계였다.
개원 첫해 총 72종 361마리의 동물로 시작한 창경원은 1936년에는 192종 675마리까지 식구를 불렸다. 하지만 광복 직전 미군의 폭격에 따른 맹수류의 피해를 우려한 일제가 1945년 7월 25일 150여 마리를 독살하는 수난을 겪었으며 6.25 전쟁 당시에도 큰 피해를 입었다.
전쟁 통에 폐허가 된 창경원은 1954년부터 재건됐다. 이후 궁궐의 훼손과 좁은 부지의 문제로 1977년 과천으로의 이전 계획이 추진되었고 1984년 5월 1일, 창경원의 동물원은 과천에서 서울대공원 동물원으로 개장됐다. 창경원은 1983년 12월 31일 마지막 관람객을 맞은 후 문을 닫으면서 치욕의 시간을 마감하고 창경궁으로 복원됐다. 일제가 심은 벚나무는 대부분 여의도 윤중로로 옮겨졌다.
일제 강점기 당시 들어선 일본식 건물
1930년대, 동물원 모습
1963년, 동물원과 놀이공원으로 바뀌어 버린 창경원
196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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