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에 오늘, 12월/12월 22일

아키히토 일왕, 한국과 혈연관계 언급

산풀내음 2016. 11. 12. 06:24

2001 12 22,

아키히토 일왕, 한국과 혈연관계 언급

 

아키히토(明仁, Akihito, 1933 - ) 일왕이 2001 12 22일 기자회견에서 한국에 대한 생각을 질문받고간무(桓武) 천황의 생모가 백제 무령왕(武寧王)의 자손이라고()일본기에 기록돼 있는 사실에 한국과의 연()을 느낀다며 일왕가()가 고대 한반도와 깊숙이 관련돼 있음을 인정하는 발언을 했다.

 

 

간무는 재위 기간 781∼806년의 제50대 일왕으로, 일왕 자신이 공개적으로 한반도와의 혈연적 관련성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는 매끄럽지 못한 당시의 한일 관계에 비춰 양국우호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이번 일왕 발언이 학문적으로 새로운 사실을 밝힌 것은 아니다. 7세기 후엽 백제 멸망 때 일본 왕실이 대규모 원군을 보내 함께 싸우는 등 고대 일왕가가 백제와 깊은 관계였음은 일본 역사학계에서도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통설이다.

 

하지만 한국이나 일본에서 천황 발언에 대한 후폭풍은 별로 없었다. 일본에서는 아사히신문만이 발언을 보도했고 나머지는 모두 잠잠했다. 천황계는 만세일계(萬世一系)로 전해져 내려와 일본에서 자생했다는 황국사관(皇國史觀)에 젖어 있던 우익들이 민감하게 반응했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서는 “정치적 발언이므로 일희일비할 필요 없다”고 일축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그로부터 3년 뒤인 2004 8 3일에는 아키히토 일왕의 5촌 당숙(아버지의 사촌 형제)이자 일본 왕족인 아사카노 마사히코(朝香誠彦)가 수행원과 친척 2명만 데리고 무령왕릉(충남 공주)을 방문해 일본에서 가져온 술과 과자. 향 등을 놓고 참배를 했고 이어 왕릉을 둘러본 뒤 오영희 공주시장을 만나 향로와 향을 기증하고 간 사실이 이튿날 공주시의 발표로 알려졌다. 이들을 안내한 이석호 전 부여문화원장은 당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백제 무령왕의 후손인 일본 왕족들의 무령왕릉에 대한 관심이 매우 크다. 이번 참배는 일본 내 여론을 의식해 비공식적으로 이뤄졌다”고 전했다.

 

이렇듯 일본 천황가와 백제의 인연은 단순한 전설이나 일부의 주장이 아니라 일본 왕실 스스로가 인정하는 대목이라는 점에서 한일 교류의 역사가 그렇게 간단한 수준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한국과 일본이 더 가까워지려면 보다 오랜 역사로부터 비롯된 깊은 인연에 주목할 이유가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키히토 일왕이 언급한 간무 천황의 생모는 누구일까? 또 무령왕과 어떤 관계가 있는 사람일까속일본기’(789)는 이렇게 전한다.

‘황태후의 성은 화씨(和氏)이고 이름은 신립(新笠)이다. 황태후의 선조는 백제 무령왕의 아들인 순타 태자다. 황후는 용모가 덕스럽고 정숙하여 일찍이 명성을 드러냈다. 고닌(光仁) 천황이 아직 즉위하지 않았을 때 혼인하여 맞아들였다. … 백제의 먼 조상인 도모왕(都慕王)이라는 사람은 하백(河伯)의 딸이 태양의 정기에 감응해서 태어난 사람인데 황태후는 곧 그 후손이다.

여기서 언급된 고닌 천황은 간무 천황의 아버지이다. 그의 부인이자 간무 천황의 생모는 고야신립(高野新笠·다카노노 니가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