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에 오늘, 4월/4월 10일

폴란드, 대통령 전용기 추락 사고

산풀내음 2017. 2. 21. 20:53

20104 10,

폴란드, 대통령 전용기 추락 사고

 

2010 4 10일 오전 10 56(현지시각) 러시아 서부 스몰렌스크 공항 근처에서 레흐 카친스키(Lech Kaczynski, 1949-2010) 폴란드 대통령이 탑승한 대통령 전용기가 추락, 탑승객 96명 전원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러시아 측은 당초 탑승자 인원을 87명으로 발표했다가 최종적으로 96명이 탄 것으로 정정했다. 추락한 비행기에는 카친스키 대통령 부부를 비롯해 대통령 비서실장, 외교차관, 육군참모총장, 중앙은행 총재 등 고위 정부 인사과 의원들, 역사가들이 탑승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The death toll from the plane crash included the country's president and wife, its central bank head and the country's military chief along with other senior government and military figures


 

사고는 스몰렌스크 일대의 기상악화에도 불구하고 수 차례 무리하게 착륙을 시도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측된다. 2015 4 7일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가디언 등에 따르면 폴란드 라디오 방송국 RMF FM은 당시 전용기를 조종하던 두 조종사가 상관으로부터 기내 경보시스템을 무시한 채 위험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착륙할 것을 강요 받았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폴란드 군 검찰의 추락사 조사 과정에서 입수한 조종석 녹취록을 인용해 당시 항공기의 착륙 시점에 폴란드 공군 사령관이 조종석 안에 있었다고 전했다. 당시 조종사는 안개 탓에 우회를 시도했으나 이 사령관이 추락 41초 전에 조종사들에게 "쉽게 착륙에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으며, 그보다 15분 전에는 외무부 고위 관리가 "성공할 때까지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조종석 부근에서 여러 사람들이 술을 마시고 있었으며 승무원이 이들에게 조용히 해달라거나 조종석에서 나가달라고 거듭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디언은 이번 녹취록 공개가 당시 항공기 사고와 관련해 널리 퍼졌던 러시아 개입 음모설의 신빙성을 약화시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카친스키 폴란드 대통령은 1980년대 자유노조 운동으로 폴란드의 민주화를 이끈 레흐 바웬사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정치에 입문한 뒤 보안장관과 법무장관, 바르샤바 시장 등을 거쳐 지난 2005 10월 대통령에 당선됐다. 특히 카친스키는 부시 행정부 시절 미국의 미사일방어(MD) 기지를 자국 내에 건설하는 데 동의해 러시아의 반감을 사기도 했지만 폴란드 국민들로부터는 큰 지지와 존경을 받아온 인물이다. 한편 폴란드의 대통령 권한은 헌법에 따라 보르니슬라브 코모로브스키 하원의장이 대행하게 되었다.

 

카친스키 대통령은 이날카틴 숲 학살 사건’ 70주년 추모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러시아를 방문하는 길이었다. 카틴 숲 학살사건이란 1940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옛 소련 비밀경찰(NKVD)이 서부 스몰렌스크 인근의 산림 지역인 카틴 숲에서 폴란드인 2 2000여 명을 처형, 암매장한 사건이다.

 

옛 소련은 이 학살이 나치의 소행이라고 주장했으나 사건의 진상이 드러나면서 지금까지 폴란드와 러시아 간 분쟁의 불씨로 남아있다. 폴란드는 카틴 숲 학살을 국제범죄로 규정하고 러시아에 관련자료 공개와 범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 정부는 대량학살이 아니라고 반박하면서 완전한 자료 공개를 꺼리고 있다.

 

한편 이날 추락한 러시아제 Tu(투폴레프)-154 비행기는 러시아 투포레프사가 제작한 중단거리 여객기로, 미국 보잉사의 히트 여객기인 보잉 747기와 거의 흡사하게 만든 복제판 항공기다. 특히 레흐 카친스키 폴란드 대통령이 탄 비행기는 20년이 넘은 낡은 비행기로 밝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