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에 오늘, 4월/4월 25일

조선조 마지막 왕 순종 승하

산풀내음 2017. 3. 8. 21:12

19264 25,

조선조 마지막 왕 순종 승하

 

"일명을 겨우 보존한 짐은 병합 인준의 사건을 파기하기 위하여 조칙 하노니 지난날의 병합 인준은 강린(일본)이 역신의 무리(이완용 등)와 더불어 제멋대로 만들어 선포한 것이요, 다 나의 한 바가 아니라.

오직 나를 유폐하고 나를 협제하여 나로 하여금 명백히 말을 할 수 없게 한 것으로 내가 한 것이 아니니 고금에 어찌 이런 도리가 있으리오. 나 구차히 살며 죽지 않은 지가 지금에 17년이라. 종사의 죄인이 되고 2천만 생민의 죄인이 되었으니, 한 목숨이 꺼지지 않는 한 잠시도 잊을 수 없는지라, 유인에 곤하여 말할 자유가 없이 금일에까지 이르렀으니…."

 

1926 425(314) 오전 6 15, 대한제국 마지막 황제 순종(純宗, 1874 3 25 ~ 1926 4 25)은 피맺힌 한을 토하는 유언을 남기며 창덕궁 대조전에서 53세로 숨을 거뒀다. 고종에게 전위 받은 지 20, 일제에 국권을 피탈 당하고 17년의 세월이 흐른 때였다.

 

조선왕조의 마지막 임금이었던 순종은 1874년 고종(高宗) 황제(1852~1919)와 명성황후 민씨의 2남으로 태어났다. 순종은 1875 2월 세자에 책봉되었고 1897년 대한제국이 수립되면서 황태자로 격상되었다. 1907년 고종이 헤이그 밀사 사건으로 일본의 강압에 의해 양위하면서 27대 마지막 황제로 즉위해 연호를 융희(隆熙)로 삼았다.

 

고종과 순종

 

그 해 일제는 한일신협약(정미7조약)을 강제로 체결했다. 1906 2월에 이미 통감을 설치해 국정을 간섭하게 됐으니 조선은 망국의 길에서 돌이킬 수 없는 사태에 이른 시점이었다. 통감 설치 이후 일본인이 정부 각처의 차관으로 임명되고 행정력을 모두 장악하는 차관정치를 실시한다. 이어 일제는 1908년 경제 수탈을 위한 동양척식주식회사를 설립한다. 1909년 법부와 군부를 각각 폐지해 사법권과 군수통수권까지 일본에 넘어갔다.

 

결국 1910 8 29일 총리대신 이완용이 한일 합병 조약에 서명하면서 국권이 피탈돼 조선왕조는 27 519년만에 막을 내렸다. 이후 순종은 일제에 의해 창덕궁에 머물게 됐으며 황제에서 왕으로 강등되어 이왕(李王)이라 불렸다.

 

순종의 비는 순명효황후(純明孝皇后) 민씨(1872 11 20 ~ 1904 11 5), 계비(繼妃)는 순정효황후(純貞孝皇后) 윤씨(1894 9 19 ~ 1966 2 3)가 있었으며 슬하에 자녀는 없어서 이복동생인 영친왕(英親王) (·1897~1970)을 황태자로 삼았다.

 

황실가족사진 (1922): 오른쪽부터 이진, 영친왕, 순종, 순정효황후, 영친왕비, 덕혜옹주 순이다. 영친왕 내외가 귀국했을 때 창덕궁 실내에서 촬영한 것으로 추정.

 

일본 내각은 순종이 승하하자 궁중상을 선포했으며 장례 절차는 국장으로 치르기로 결정됐다. 그리고 순종의 인산일인 6 10일에는 6.10만세운동이 일어나 3.1운동 이후 최대 규모의 항일 독립운동이 펼쳐졌다. 6.10만세운동으로 일본 경찰에 붙잡힌 학생들은 서울에서만 210여명이었고, 전국적으로 1000여명에 달했다. 순종의 승하로 인해 촉발된 6.10만세운동은 3·1운동과 1929년 광주학생운동의 가교 역할을 함으로써 독립운동사에 커다란 궤적을 남겼다.

 

6 11일 해시(亥時·21~23)에 순종은 일제에 국권을 빼앗긴 한을 풀지 못하고 유릉에 순명효황후와 합장됐다. 조선의 황제 순종은 국권을 빼앗긴 울분에 눈을 감지 못했으리라.

 

순종황제 국장 발인 모습(1926 610)


순종의 마지막 가는 길을 보러 상복차림으로 나온 시민들

 

순종의 계비 순정효황후(1894~1966) 윤씨는 1906년 황태자비로 책봉되고 1907년 순종의 즉위로 조선 최후의 황후가 된다. 순정효황후는 최후까지 황실의 기품을 잃지 않고 황실의 어른으로 지내다가 한국전쟁을 겪고 낙선재에서 1966 2 3 73세로 한 많은 일생을 마쳤다. 조선왕조에서 마지막으로 왕릉에 잠든 순정효황후는 유릉에 순종과 순명효황후와 합장돼 유일하게 한 무덤에 황후 둘과 황제가 한 무덤에 있는 능이 됐다.

 

순정효황후는 국권이 피탈될 당시 병풍 뒤에서 어전회의를 엿듣고 있다가 친일파들이 순종에게 합방조약에 날인할 것을 강요하자 치마 속에 옥새를 감추고 내놓지 않았다고 한다. 황후의 치마 속을 누가 조사할 수 있으랴. 친일파였던 숙부 윤덕영이 들어와 강제로 이를 빼앗아 갔다는 이야기의 주인공이 순정효황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