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에 오늘, 6월/6월 30일

트랜지스터 개발 발표

산풀내음 2017. 5. 23. 20:40

1948 6 30,

트랜지스터 개발 발표

 

1948 6 30, 20세기 기술혁명의 단초가 된 트랜지스터가 세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윌리엄 쇼클리(William Bradford Shockley Jr., 1910. 2. 13. – 1989. 8. 12.), 존 바딘(John Bardeen, 1908~1991), 월터 브래튼(Walter Houser Brattain, 1902~1987) 3명의 연구원이 6개월 전에 이미 개발을 끝냈지만 특허획득을 위해 함구해오던 미국 벨 연구소가 이날 그 실체를 공개한 것이다.

 

트랜지스터 개발의 주역인 존 바딘(왼쪽), 윌리엄 쇼클리(가운데), 월터 브래튼(오른쪽)

 

당시 레이더, 라디오, TV, 전자교환기 등에 사용되던 진공관은 유리관에 금속물질을 입혀 만든 것이었다. 하지만 그 큰 부피와 엄청난 전기소비가 부담스러웠을 뿐만 아니라 전구처럼 자주 꺼지기까지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최대의 통신회사 AT&T가 간절히 원한 것은 깨지지 않고 오래가는 고체 반도체였다.

 

1939 12 29일 윌리엄 쇼클리는 진공관을 사용하지 않고 반도체를 사용해 증폭기를 만드는 것이 원리상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머리에 떠오른 생각을 바로 실험노트에 써내려 갔다. 그리고 이 목표는 그로부터 8년 후 뉴욕 머레이 힐에 있는 벨 연구소에서 실현된다. 벨 연구소에서도 관련 연구를 위한 연구팀을 1945년에 조직했으며 쇼클리가 지휘하던 이 팀에는 존 바딘과 월터 브래튼이 참여했다. 진공관을 대체할 수 있는 반도체 기반의 증폭기를 개발한다는 기본 개념은 쇼클리가 고안했지만 그는 어디까지나 기술 고문과 같은 역할이었으며, 이를 실체화하기 위한 연구는 바딘과 브래튼이 주도했다.

 

과학자들은 이미 오래 전에 도체와 부도체의 꼭 중간적 성격을 갖는 반도체를 구성하는 원자구조를 가진 게르마늄과 실리콘이란 물질을 알고 있었다. 벨 연구소의 연구원들은 이 가운데 상대적으로 용융점이 낮아 다루기 쉬운 게르마늄(Ge)을 선택했다. 여기에 불순물을 섞어 최외각 전자의 배열을 바꾸면 말 그대로 '반도체'를 만들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반도체에 양극, 또는 음극 전류를 걸면 물질 속의 전류흐름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게 된다. 반도체 전도율이 변환되면서 벨 실험실의 3총사(윌리엄 쇼클리, 존 바딘, 월터 브래튼)는 결국 증폭기를 개발하기에 이른다.

 

1947 1216일 뉴욕 소재 벨 연구소 실험실에 남아있던 월터 브래튼이 기쁨에 겨워 “나는 찾아냈다”고 외쳤다. 브래튼은 그것이 진공관을 기반으로 한 통신방송의 수신, 증폭의 산업구조를 송두리째 바꿔놓을 혁신적 기술이란 걸 알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전파를 잡아내 이를 골라내고 증폭시켜 라디오세트의 소리가 나오게 해주기 위한 수단으로 진공관이 유일했다. 하지만 41년 만에 이것이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대체될 수 있음이 확인됐다. 이 날 벨 연구소 실험실에는 벨랩 3총사가 함께 모였다. 그들은 트랜지스터의 증폭기능을 재확인했다. 이것이 세계 최초의 트랜지스터인 ‘점접촉 트랜지스터(point contact transistor)’였다참고로 트랜지스터(transistor)라는 이름은 transfer(전송) + resistor(저항)의 두 단어를 합친 것이다.

 

 

그 고체는 지금까지 유리로 만든 진공관이 교류를 직류로 만들고, 전파를 걸려내 수신하고, 그 수신된 전파를 증폭해 소리나 영상으로 전환하던 기능을 대신할 터였다. 사실 백열전구 안에서 전자가 이동해 전구가 까맣게 되는 이른바 '에디슨 효과'의 발견에서 힌트를 얻은 진공관의 발명은 현대 전자산업의 첫 단추를 끼운 발명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너무 불편했다. 그러나 반도체는 진공관의 모든 단점을 극복했고 너무나 편리했다.

 

이를 세상에 증명하기 이전에 먼저 회사내부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일이 남아있었다. 일주일 후. 크리스마스이브를 하루 앞두고 벨 연구소는 부산한 모습이었다. 벨연구소에서 임시로 만든 트랜지스터에 마이크와 헤드셋이 연결되었다. 그것은 게르마늄과 배터리 삼각형 모양의 플라스틱 고정장치, 금박지 조각, 그리고 서류정리용 클립을 펴서 만든 스프링이 뒤엉킨 작고 볼품없는 물건이었다. 브래튼이 두 개의 전극을 게르마늄덩어리에 갖다 대면서 마이크에 대고 말을 했다. 그의 목소리가 증폭되면서 헤드셋 속에서 울려 퍼졌다. 벨 연구소 중역들이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헤드셋으로 전달된 소리를 들었다. 출력된 소리가 입력된 소리보다 100배는 컸다. 드디어 이들도 벨랩 3총사처럼 지금까지 사용된 진공관이 아닌 반도체에 의해 증폭된 소리를 듣는 희열을 맛보았다.

 

이날 이들이 헤드셋에서 들은 소리는 에디슨 효과에서 시작된 진공관 문명이 고체인 반도체 문명으로 세대교체를 이루는 소리였다. 반도체는 진공관을 대체하는 새로운 발명품으로 소개되긴 했지만 도무지 그 속을 알 수 없는 금속덩어리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들은 고체반도체 내부에서 전자가 이동하고 그 결과 증폭이 이뤄졌음을 멋지게 증명해 보였다.

 

1948 630. 벨 연구소 자체 시연으로 반도체의 성능을 증명해 보인 지도 어느 새 6개월이나 지났다. 벨 연구소는 뉴욕에서 반도체 발명에 대한 공개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들의 ‘획기적 발명품’에 대해 설명하기로 했다.

“우리는 이것을 트랜지스터라고 부르기로 했습니다. 저항장치, 즉 반도체 장치이기 때문입니다. 전류가 입력단자에서 출력단자까지 이르는 동안 이 작은 부품조각 안에서 증폭됩니다. 하지만 이 장치는 진공상태나 필라멘트 혹은 유리관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트랜지스터는 오직 차가운 고체물질로만 이뤄져 있습니다.

기자들 앞에서 열변을 토하고 있는 사람은 벨 연구소의 랄프 브라운 소장이었다. 하지만 기자들은 진공관의 220분에 1로 줄인 이 세기의 발명에 대해 믿으려 하지도 않았고 흥미도 별로 느끼지 못하는 듯 했다.

 

하지만 쇼클리가 1950년에 최초의 개량형 트랜지스터를 들고 나오자 이 신개발품이 가져올 혁명적 변화를 실감하기 시작했다. 에너지 소비가 적고 수명도 몇 배나 길며 덩치도 작은 트랜지스터의 등장은 진공관 시대의 막을 내리게 했고, 최초의 전자계산기 `에니악`도 현역에서 퇴장시켰다. 개발은 미국이 했지만 정작 재미를 본 것은 일본이었다. 1955년에 소니사가 세계최초의 트랜지스터 라디오 `TR-55`를 시장에 내놓았기 때문이다.

 

Sony TR-55

 

이 발명으로 벨 연구소의 3총사는 1956년 노벨 물리학상을 거머쥐는 영광을 누리게 된다. 이들은 이후 소련의 인류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의 발사(1957 104)로 위축돼 있던 미국의 과학계로부터 찬사를 한 몸에 받으며 국가적 영웅으로 추앙 받게 된다. 이렇게 발표된 반도체는 현대의 연금술이자 이후 전세계의 산업을 바꾸고 이어 정보산업혁명을 가져오는 진정한 전자산업혁명의 신호탄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