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에 오늘, 6월/6월 30일

KBS `이산가족찾기` 생방송 시작

산풀내음 2017. 5. 23. 20:52

1983 6 30,

KBS `이산가족찾기` 생방송 시작

 

한국방송공사(KBS)에서 1983 6월 30부터 동년 11월 14까지 138, 453시간 45분 동안 방송했던 프로그램. 단일 생방송 프로그램으로는 세계 최장기간 연속 생방송 기록을 갖고 있다. 이 당시 KBS 내부인력(아나운서, PD, 조연출, 음향, 조명스태프 등)과 전화를 받는 대학생 아르바이트까지 합하면 이 기간 동안 동원된 인력만 1천 명에 육박한다.

 

 

휴전 30주년인 1983 6.25 특집주간에 공영 미디어인 TV의 파급력을 이용하여 남한 안에서만이라도 흩어져 사는 이산가족을 찾아보자는 의도의 프로그램이 기획된다. KBS는 그 이전부터도 당시 냉전하에서 미수교지역이라 교류할 수 없었던 소련사할린, 중국, 북간도 등의 동포들과도 이산가족 라디오 방송을 주선해 오고 있었는데, 이것을 6.25 휴전(혹은 정전(停戰)) 30주년을 기념하여 국내에서도 추진해보자는 기획이었던 것.

 

그리하여 라디오를 통해 '아직도 내 가족을 못 찾았소'라는 기획이 6.25 주간 중에 방송되었는데 청취자들의 반응이 뜨거웠다고 한다. 그래서 이를 TV방송을 통해서도 한 번 추진해 보자는 기획이 나왔고, "스튜디오 830"에서 이산가족 찾기 방송을 진행해서 아홉 가족을 방송에 초대했으나, 여기서는 단 한 명의 상봉도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러자 이에 자극 받은 담당 PD가 이들 이산가족 찾기 방송을 따로 특집방송으로 편성하자는 기획안을 내놓았고, 그 결과 6 30일이라는 애매한 날짜에 편성된 것이다. 원래 이 프로그램은 단발성 6.25 전쟁 33주년(휴전 30주년) 특별기획 2부작 "지금도 이런 아픔이"라는 특집방송 중 제2부에 해당되는 "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라는 코너로, 1시간 30분 정도 가량 진행한 후 마감뉴스를 내보내고 0 30분경 그 날의 방송을 종료할 예정이었다.

 

KBS에서는 1983 6 30일 생방송으로 '이산가족을 찾습니다'라는 제목의 이산가족찾기 프로그램을 방송했다. 9시 뉴스와 정규 프로그램이 끝난 10 15, 부조정실의 큐 사인과 함께 생방송이 시작되었다. 초기 방송포맷은 사전에 신청 받은 이산가족 중 150여 명을 공개홀에 모셔 놓고 한 분 한 분의 사연을 자세히 소개하는 형태였다. 또한 각 지역 국을 연결하여 지방 소재 이산가족의 사연도 소개하고, 양측 방송국에 있는 사연을 대조하여 맞을 경우 전화통화 및 지역 국 간 이원중계를 해 보는 방식이었다.

 

애초에 약 3시간 가량 방송하려고 했던 이 프로그램은 예상을 뛰어넘는 많은 사람들이 KBS를 찾아오면서 모든 정규 방송을 취소하고 5일 동안 이산가족찾기 특별 방송을 진행하였다. 5일 동안 약 5만 여명의 이산가족이 여의도 KBS 방송국을 찾았고, 500여명이 이산가족을 찾았다.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라는 이 프로그램의 주제곡이 흐르는 방송국에서 30여 년 만에 만난 이산가족들이 흘리는 눈물은 전 국민의 심금을 울렸다.

 

프로그램은 그 해 11 14일까지 138일간 릴레이 연장 방송되었다. 이산 가족을 찾고자 하는 신청건수는 무려 10만 건이 넘었다. 여의도 방송국에는 생사를 모르는 가족의 특징을 적은 대자보가 더 이상 붙일 틈도 없을 정도로 가득 했고, 방송국 앞에는 플랜카드를 들고 하염없이 잃어버린 가족이 찾아주기를 기다리며 앉아있는 이들로 가득했다.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이들은 서로를 찾기 위해 찾아간 여의도에서 즉석으로 만나기도 했고, 이원 생방송으로 멀리 떨어져 있던 이들이 방송을 통해 서로를 확인하기도 했다. 떨리는 목소리로 기억을 더듬고, 서로의 기억이 합쳐져 가족임을 확인했을 때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오열하는 장면은 전 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얼마나 보고 싶고, 부르고 싶었던 가족이었을까?

 

6.25전쟁, 1.4 후퇴 때 손을 놓쳐 찾지 못한 가족들이 많았고, 어려운 시절에 먹고 살기 위해 양자로 보냈다가 연락이 끊긴 가족도 많았다. 신혼 때 헤어져 33년 동안 보지 못했던 부부가 만나기도 했고, 30여 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나 형제는 찾았지만 부모님은 돌아가셨음을 확인한 자식들의 눈물은 스튜디오를 눈물 바다로 만들었다. 138일간의 방송 기간 동안 10,189명의 이산가족이 상봉하였고, 프로그램은 453시간 45분의 세계 최장기간 생방송 기록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다.

 

연속특별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는 텔레비전을 활용한 세계 최초, 최대 규모의 이산가족찾기 프로그램으로 전쟁과 분단 상태 속에서 이름 없는 민초들이 겪어야 했던 구구절절한 사연들을 생생한 영상으로 전달했다. 혈육들이 눈물로 재회하여 얼싸안고 울부짖는 장면은 분단된 한민족의 아픔을 치유해 주었고, 남북이산가족 최초상봉(1985.9)의 촉매제 역할을 하며 냉전체제의 긴장완화에도 기여하였다. 또한 더 이상 지구상에 이와 같은 비극이 생겨나서는 안 된다는 평화의 메시지를 세계에 알림으로써 보편적 인류애를 고취시켰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제6차 세계언론인대회에서 “1983년의 가장 인도적인 프로그램”으로 선정되었으며, 세계평화 기여자에게 수여하는 골드머큐리 국제상(1984)을 수상했다. 더 나아가 2015년에는 조선시대 유학자들의 저작물을 간행하기 위해 판각한 목판인한국의 유교책판과 함께 ‘KBS 특별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이번 등재로 한국은 1997훈민정음’ ‘조선왕조실록을 시작으로 세계기록유산 13건을 보유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