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에 오늘, 8월/8월 17일

명성그룹 김철호 회장과 상업은행 김동겸대리 구속

산풀내음 2017. 7. 12. 22:29

19838 17,

명성그룹 김철호 회장과 상업은행 김동겸대리 구속

 

1983 8 17일 대검 중수부는 명성그룹 회장 김철호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김철호에게 1천여 억 원의 사채자금을 변칙 조달해 준 상업은행 혜화동지점 김동겸 대리를 업무상 횡령혐의로 구속했다. 검찰에 의하면 김철호는 1979 4월부터 김동겸을 통해 은행예금을 빼내 기업을 확장하기 시작, 1,066억 원에 이르는 거액을 횡령, 재벌회장으로 행세하면서 사기극을 벌였고 탈세액만도 46억 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이어 검찰은 뇌물을 받은 윤자중 전교통부장관 등 10여명의 공무원을 구속했다.

 

명성그룹 김철호 회장은 1938년 전북 임실에서 태어나 전주공고, 한양대 공대를 졸업하고 호남비료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입사 2년 만에 안전과장이 되는 등 고속 승진가도를 달렸다. 그가 사업과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1966년 금강운수라는 택시회사를 차리면서부터 이다. 그는 당시 신진자동차가 생산하던 '코로나' 승용차를 구입했는데, 당시는 어지간한 업자도 코로나 택시 1대를 확보하기 어려웠던 때였다. 김철호는 김제원 신진자동차 회장 집에 매일 아침 찾아가 기다리다가, 출근하는 김 회장에게 매달리는 열정을 보여줬다. 운수업으로 사업에 재미를 붙인 김철호는 서울로 상경, 퇴계로 동양빌딩에 금강개발을 설립하고 건설업에 진출한다.

 

그러나 1969년 자동차사업 면허가 개방되면서 독점기업이던 신진자동차 외에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아세아자동차가 만든 승용차들이 쏟아져 나오자, 코로나 판매중개에 상당부분 의존하던 금강운수가 도산하고 만다. 또 그가 서울에서 벌인 다른 사업들도 다 실패, 한때 빚쟁이들을 피해 잠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철호는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났다. 그가 명성그룹을 일구게 된 직접적 계기는 1979 4 9일 명성관광이 상업은행 혜화동지점에 당좌예금 구좌를 개설한 것이다. 여기서 만난 사람이 바로 김동겸 대리다. 김동겸은 사채중개인인 이명률에게서 사채예금을 끌어들여 가명으로 계좌를 개설하고 입금시킨 후, 김철호에게 그 자금을 융통해줬다. 김동겸이 조성한 사채자금을 활용해 김철호는 1979 9월 당시 자금문제로 공사가 중단된 경기도 오산에 있는 오성골프장을 191300만원에 인수한다. 그는 명성컨트리클럽으로 개명하고, 68억 원을 들여 36 65만평 규모의 국제적 골프장으로 완성했다. 이 무렵부터 재계는 김철호를 예의주시하면서, 한편으로는 의구심을 갖기 시작한다.

 

확실한 자금원을 확보한 김철호는 이후 의욕적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간다. 그 결과 금강개발, 현대중건, 현대미건, 남태평양산업, 명성관광, 명성컨트리클럽, 명성콘도미니엄, ()건축연구소, 남태평양레저타운, 스타월드, 명성엔지니어링, 명성종합특산농원, 명성올림픽레저타운 등 방대한 계열사들을 거느린, 국내 최초이자 최대의 관광레저전문그룹을 형성하게 됐다. 당시는 아직 콘도라는 개념도 생소하던 시절이다. 명성그룹이 설악산, 지리산 등 전국 명승지에 콘도를 집중적으로 건설하면서, 비로소 우리나라에 본격적인 레저문화가 정착됐다.

 

그러나 수기통장을 이용한 사채자금 조달이 발각되면서 김철호는 1983 8 17일 전격 구속되었다. 이 사건으로 명성 그룹은 공중분해 됐고 그의 세계적인 관광레저타운 건설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김철호는 징역 15년에 벌금 923천만 원을, 윤자중은 징역7년에 추징금 8,186만원을, 김동겸은 징역12년을 각각 선고 받았다.

 

한화그룹이 명성콘도를 인수해 만든 한화리조트와 김철호 전회장

1983년 명성그룹과 관련한 세무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모습.

 

이후 1995 9년여 만에 형 집행정지로 풀려난 김 전 회장은 끊임없이 재기를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그는 1990년대 후반 태백 탄광지대를 개발에 나섰지만 2000년 개발을 미끼로 20억 원을 사취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면서 무위로 돌아갔다. 1999년에는 대한생명 인수를 발표하기도 했지만 해프닝으로 끝났다. 2008년에는 여수세계박람회에 맞춰 여수에 해양 호텔을 짓겠다고 발표했으나 이 역시 무위로 돌아갔다. 2010년에는 경남함양에 골프장을 포함한 리조트를 짓겠다고 나섰으나 이렇다 할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