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사진/경남

영축산 통도사에 다녀오다.

산풀내음 2018. 4. 25. 20:49

올해부터는 뭔가 새로운 것을 해보고 싶어 선택한 것이 사진과 여행이었다. 하지만 막연하게 여행을 하니 좀 무미건조한 듯한 느낌이 들어 선택한 주제가 '기도가 있는 여행'이었다. 그 시작으로 오래 전부터 다시 가보고 싶었던 남해 보리암과 여수 향일암을 다녀왔고 다음으로 선택한 곳이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시고 있는 5대 적멸보궁이었다. 5대 적멸보궁 중에 불보사찰이기도 한 통도사를 가장 먼저 가보고 싶었지만, 4월 19일에 울산 출장이 잡히게 되어 정선의 정암사를 먼저 방문하고 통도사는 20일로 연기했다.

4월 20일은 정말 바쁜 하루였다. 울산에 온 김에 그 유명한 간절곶 일출도 보고 싶어서 아침 4시부터 분주하게 서둘렀다. 일출의 감동을 뒤로하고 아내와 나는 통도사로 향했다. 통도사는 선덕왕 15년(646년) 자장율사가 중국 당나라에서 가져온 부처님의 진신사리, 가사, 대장경 등을 금강계단에 봉안하고 창건한 불보사찰로 영축산 곳곳에 17곳의 산내암자를 가지고 있는 한국 최고의 사찰이라 할 수 있다. 산내암자들은 저마다의 특색과 소중한 사연이 있기에 암자를 제대로 보지 않고서는 통도사를 제대로 봤다고 할 수 없었지만, 전작이 있는 상태라 암자 순례는 다음 기회로 미룰 수 밖에 없었다.

산문을 들어서면 제일 먼저 우리를 맞이하는 곳은 무풍한송로(舞風寒松路)라고 하는 솔밭길이다. 한자를 직역하면 '춤추는 바람결에 물결치는 찬 소나무 길'이라고 한다. 소위 통도사 계곡이라 일컷는 청류동을 끼고 이어지는 솔밭 길을 걷고 있으면 그 자체로 마치 해탈의 경지에 도달한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봄 햇살 사이로 은은하게 풍겨지는 솔향과 잔잔하게 흐르는 계곡 물소리에 내려 놓음의 행복감을 느끼게 한다.








일주문과 천왕문을 지나 대웅전으로 향했다. 대웅전에는 불상이 없다. 다만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모셔져 있는 금강계단을 향한 작은 문만 있을 뿐이다. 금강계단의 금강이라는 말은 어떤 물건에도 깨뜨려지지 않지만 모든 것을 깰 수 있는 금강석을 의미하는 것으로 불경(佛經)에서는 이러한 금강석의 강인한 특징을 반야(般若)의 지혜를 표시하는 비유로 써왔다. 그리고 금강계단이란 금강과 같은 보배로운 계(戒)를 받는 장소를 의미한다.

아내와 나는 108배를 하고 들뜬 마음으로 금강계단(金剛戒壇)으로 향했다. 작년에 들렸을 때는 행사 관계인지 금강계단으로 향하는 문이 굳게 닫혀 있어 친견할 수 없어 아쉬움을 뒤로하고 돌아 설 수 밖에 없었지만, 이번에는 다른 행사가 없는 듯하여 당연히 친견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로 가득했다. 그런데 문은 여전히 굳게 닫혀 있었다. 너무나도 실망스럽고 의와했다. 문 앞에 있는 참배시간으로 봐도 지금 가능해야 하는데 .... 근처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계시는 신도분께 '오늘 금강계단 친견을 할 수 없는지'를 여쭤보았다. 아이쿠 .... 참배할 수 있는 날이 정해져 있다고 한다. 음력 초하루에서 초삼일, 음력 보름, 지장재일(음력 18일)과 관음재일(음력 24일)날 만 참배 가능하고 시간도 오전 11시에서 오후 2시까지만 가능하다고 한다.

미리 확인을 해보고 올 껄이라는 후회가 밀려 왔지만 어쩔 수 없었다. 다음을 기약하며 돌아섰다. 










♡ 통도사 이름에 깃든 의미

해동의 이름난 명승지, 영축산 통도사는 신라 제27대 선덕여왕 15년(646)에 대국통 자장스님에 의하여 창건된 국내 제일 대가람(大伽藍)이다. 영축산이란 부처님 당시 마가다국 왕사성의 동쪽에 있던 산의 이름이다. 이 산은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법화경(法華經)』을 설한 곳으로 유명하며 수행자와 독수리들이 많이 모여 살고 있었기 때문에 영축산이라 불렸다. 그래서 이 산의 모양이 불법을 직접 설하신 인도 영축산과 통한다(此山之形 通於印度靈鷲山形) 해서 통도사라 한다.

또한 “승려가 되려는 사람은 모두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금강계단에서 계를 받아야 한다(爲僧者通而度之)”는 의미에서 통도사라 한다. 이는 통도사의 근본정신을 말한다. 인간과 하늘의 스승이 되고자 출가하려는 자들은 부처님께서 행하시고 손수 실천하신 계율을 통도사 금강계단에서 익히고 배워야만 승려가 된다는 의미이다. 곧, 한국 불교 계율의 중심지로서 모든 승려들은 이곳에서 계(戒)를 받아서 산문(山門)에 들어서라 하였다.

그리고 “모든 진리를 회통하여 중생을 제도한다(通萬法度衆生)”는 의미의 통도(通度)는 모든 방편을 동원하여 중생들을 행복하게 하고자 하셨던 부처님의 자비사상을 잘 표현한 이름이다. 보살과 수행자들의 존재 이유는 자기만의 깨달음을 구하는 데 있지 않다. 깨달음을 향하여 진리의 세계로 나가는 동시에 고통 받는 중생들과 함께하는 대비(大悲)의 마음이 있어야 함을 표현한 것이다.

통도사의 탑 · 석등을 위시한 무수한 문화재들 그리고 천혜의 자연과 입지조건 등등. 그리고 그 속에서 불법을 꽃피운 위대한 고승들과 수행자들, 어느 하나 불보살님의 가피력과 창건주이신 신라의 대국통 자장스님의 원력에 의하지 않은 것이 없는 소중한 불연(佛緣)의 이름이다.

- 통도사 홈 페이지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