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사진/경기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고찰, 전등사

산풀내음 2018. 9. 23. 10:11



마니산 등산 후 가을맞이가 한창인 전등사를 찾았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고찰이라는 빛나는 명성과 함께 정화궁주의 슬픈 사연도 함께 가지고 있는 전등사. 동문을 들어서자 수령 350년의 느티나무가 가장 먼저 우리를 반겨주었고, 길 옆에서는 가을을 알리는 코스모스와 꽃무릇이 한창이었다. 



전등사는 중국 진나라에서 건너온 아도 화상이 고구려 소수림왕 11년(381년)에 의해 건립되었고, 그때의 이름은 ‘진종사(眞宗寺)’였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고구려에 불교를 전한 분은 순도화상이셨고, 불교가 국교로 정식으로 인정받은 것은 소수림왕 2년(372년)이었다. 이 당시에도 사찰을 세운 기록은 있지만 현재 그 소재를 알 수 없기에 전등사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사찰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아도화상은 신라에 불교를 전파하신 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서역 사람이라는 설도 있고 아버지는 위나라 사람 아굴마이고 어머니는 고도령이라서 아도라고 이름한 것이며 서쪽의 옛서울 평양 사람이라고 하는 설도 있다. 하여튼 아도화상은 중국에서 들어와 고구려에 불교를 전파하였고 다시 신라에 들어와 부처님 말씀을 알리는데에 큰 역할을 하셨다는 것만은 자명한 사실이다.

고구려 다음으로 백제가 침류왕 1년(384년)에 인도의 고승인 마라난타가 중국 동진을 거쳐 서해로 들어오면서 불교를 공인하였고, 신라는 이보다 150년이 지난 법흥왕 14년(572년)때 이차돈의 순교로 불교를 공인하였다. 하지만 신라 눌지왕(재위 : 417~458) 때 이미 고구려에 불교를 전한 아도 화상이 ‘묵호자(墨胡子)’라는 이름으로 모례 장자의 집에 머슴살이를 하며 불교를 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당시 눌지왕의 딸 성곡공주가 병이 들어 백방으로 노력하였으나 고치지 못하였는데, 아도가 향을 피우고 정성껏 기도하니 공주가 자리에서 일어났으므로 그 때부터 눌지왕에게 크게 인정받았다. 그래서 아도는 눌지왕의 도움으로 흥륜사 등 7개 사찰을 신라 땅에 세울 수 있었다. 하지만 눌지왕이 세상을 떠나자 신라 조정에서는 다시금 불교를 박해하기 시작해 아도는 하는 수 없이 금수굴(金水窟)이라는 토굴에서 숨어 지내야만 했다. 그리고 이후 모례 장자의 시주로 지은 절이 구미의 도리사(桃李寺)이다. 그 때 시주하였던 모례(毛禮)는 우리말로는 ‘털례’다. 털례가 뎔례가 되고, 줄이면 뎔이 되고, 뎔이 절이 되었다고 전해진다.

고려는 몽골의 침략에 대비하기 위하여 1232년 강화도에 임시 도읍을 정하고 궁궐을 지었다. 1270년까지 계속된 임시 도읍 기간 중 고종 46년(1259년)에 진종사 경내에 가궐(假闕)을 짓기도 하였다. 1266년 진종사는 크게 중창되었으며, 충렬왕 8년인 1282년 충렬왕의 정비 정화궁주(貞和宮主)가 진종사에 시주한 것을 계기로 전등사로 이름이 바뀌었다. 전등은 ‘불법(佛法)의 등불을 전한다’는 뜻으로, 법맥을 받아 잇는 것을 뜻한다.

정화궁주는 충렬왕의 태자비로 17년로 보내고 슬하에 세명의 자식도 두었지만 왕비가 되지도 못하고 자신의 아들 역시 부왕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르지 못한 기구한 운명의 연인이었다. 원의 지배 하에서 부마국이 될 수 밖에 없었던 현실에서 정화궁주는 원나라 제국대장공주에게 지아비를 빼앗겼고 왕비의 자리도 약탈당한 것이었다. 별궁으로 내쳐지고 충렬왕도 만나지 못하게 된 정화궁주는 슬픔을 달래기 위해 부처님께 귀의했고 옥등과 대장경을 전등사에 시주했다.

정화궁주가 바친 옥등은 단순히 옥으로 만든 등잔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불법을 널리 전하는 등불과도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즉 등불을 밝혀 어둠을 물리치는 것처럼 불법을 널리 펼쳐 이 세상을 돕고자 함이 옥등에 담겨 있었다. 이후 절 이름을 진종사에서 전등사로 바꾼 것이다.



단청의 빛바랜 모습이 아름다움을 더한다.

하지만, '정화궁주께서는 대웅전에서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리며 부처님전에 기도를 올렸을까?'하는 생각에 가슴이 먹먹하다. 이 모든 것이 전생의 인연에 기인한 것일텐데 ....


석가모니 부처님을 중심으로 아미타불과 약사여래불을 모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