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사진/서울

관악산 연주암에서 ....

산풀내음 2018. 9. 27. 21:19


관악산 연주대에서 ....


5일간의 추석연휴. 많은 사람들이 귀향과 해외여행으로 바쁜 때지만 나는 근교 산을 다니며 휴식을 취했다. 토요일인 첫날은 강화도 마니산과 전등사를 다녀왔고, 추석 차례를 지내고 다음날은 북한산 백운대와 도선사를, 그리고 마지막 날은 관악산 연주대와 연주암을 다녀왔다. 5일내내 화창한 날씨에 진정으로 가을을 만끽할 수 있었다.

​이정표 마다 조금씩 다르게 표기된 거리에 조금 당황도 했지만, 과천향교를 기준으로 관악산 연주대(631m)까지는 약 3.3km로 보는 것이 맞는 듯하다. 연주암에서 연주대까지가 600m 정도이니 연주암까지는 2.7km이며, 연주대까지 총 산행시간은 편도 기준으로 1시간 40-50분 정도면 충분할 듯하다.




9월 26일에 느낀 관악산은 하늘은 청명한 가을 하늘이지만 숲의 느낌은 진한 녹색의 늦여름이랄까? 간혹 몇몇 나무에서 단풍의 시작을 알리는 듯한 모습도 보이긴 했지만. 한마디로 산행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날씨였다.


연주대에서 바라본 서울

연주대 바위 틈에서 핀 꽃...


연주대와 연무암에 얽힌 이야기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신라 문무왕 17년(677년)에 의상대사는 관악산에 의상대(지금의 연주대)를 세우고 수행하였으며 그 아래에 관악사를 창건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조선왕조 개국 초에 태조 이성계는 무학대사(無學大師)의 권유를 듣고 도읍을 한양으로 정함에 즈음해서 이 연주대에 친히 올라 국운장구를 빌었으며 의상대를 중건하였다고 한다.

이후 태종의 맏아들인 양녕대군과 둘째인 효령대군은 아버지 태종이 셋째아들인 충녕대군, 즉 세종에게 왕위를 물려주려고 하자 유랑 길에 나섰다가 관악사를 찾아와 수행을 하며 왕위에 대한 미련을 떨쳐버리려고 하였다. 하지만 관악사의 원래 위치에서는 왕궁이 멀리 내려다보여 옛 추억과 왕좌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괴로워하여 왕궁이 안 보이는 현재의 위치로 절을 옮겼고, 의상대 위에 나한전(응진전)을 세웠다고 한다. 이후에 사람들이 두 대군의 심정을 기리는 뜻에서 의상대를 연주대(戀主臺)로 관악사를 연주암(戀主庵) 으로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의상대가 연주대로 불리게 된 것에는 또 다른 이야기가 있다. 즉, 고려말 충신이었던 강득룡, 서견, 남을진 등이 고려왕조가 멸망하자 관악산 의상대에 은신하였는데 여기서 멀리 송도(현 개성)를 바라보며 고려 왕조를 그리워했기에 '주인을 그리워한다'는 뜻으로 연주대(戀主臺)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영험한 나한기도도량인 연주암 응진전의 기도 가피 이야기를 하나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어느 날 한 불자 꿈에 부처님이 나타나 ‘배가 고프다’고 했단다. 그는 절에 가본지도 오래되고 해서 ‘쌀공양을 올리겠다’고 맘먹었다. 당시엔 삭도도 없어 오롯이 공양물은 신도가 지고 메고 산을 올라야 했다. 그는 공양물을 올린 뒤 그리고 출장을 가기 전날 밤 꿈을 꿨다. 법당 앞에 있던 그에게 큰 구렁이가 위협적으로 다가오던 찰나, 뭔가 구렁이를 때려 물러나게 했다. 놀란 그는 잠이 깼다. 꺼림칙한 마음으로 출장길에 올랐고,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던 길이었다. 일이 잘 마무리돼 편안했다. 전날 꾼 꿈은 안중에도 없었다. 그 때, 마주보며 달려오던 차가 중앙선을 넘어 그가 탄 승용차로 맹렬히 돌진해 왔다. 차는 길 아래로 굴러 떨어졌고 그는 정신을 잃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깨어보니 기사와 자신의 몸에 상처 하나 나지 않았다고. 이후 그는 연주대 응진전을 제집 드나들 듯 다닌다고 한다.


출처 : 법보신문(http://www.beopbo.com)



대웅전 앞뜰에는 효령대군이 세웠다는 고려시대 건축양식으로 된 높이 3.6m의 3층석탑이 있다.

종무소와 요사채

종루

연주암 효령각, 태종이 셋째 아들인 세종에게 왕위를 물려주자 효령대군은 양녕대군과 함께 한동안 연주암에 머물렀다. 유신(儒臣)들의 반대에도 회암사와 원각사를 일으키는데 큰 힘을 쓴 효령대군은 불교중흥에 혁혁한 공로를 세운 인물이다. 효령각은 1996년에 지어졌으며 현재 경기도 지방문화재 81호로 지정돼 있다.

연주암에서 연주대로 올라가면 중간쯤에 포토존이 있다. 이곳에서 바라 본 깎아지른 바위 위에 있는 응진전의 모습

연주대 응진전. 응진전에는 현세불 석가모니 부처님 좌우로 미래불 미륵불과 과거불 제화갈라보살이 자리했다. 그 뒤편엔 16나한이 모셔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