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사진/서울

승가원과 개운사

산풀내음 2018. 11. 30. 19:59

보타사. 개운사의 사내 암자 중에 한 곳으로 마애불로 유명한 곳이다.


오늘은 휴가를 내고 4년 전부터 인연을 맺어 오고 있는 승가원(장애아복지시설)에 갔다. 작년에 찾아 갔을 때 "경기가 좋지 않아 기업 후원이 줄어 걱정입니다"라고 하신 승가원 원장님의 말씀이 생각나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리기 위해 찾아 뵈었다. 아니나다를까 기업 후원도 줄어들어 걱정이지만, 2017년 11월 22일 착공한 새로운 보금자리가 민원으로 힘들다고 하신다.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고 그 중 일부는 부모에게도 버려진 하지만 너무나도 소중한 아이들에게 좀더 나은 환경을 주기 위한 불사가 중생들의 욕심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하니 마음이 안타까웠다.


승가원 홈페이지 : http://www.sgwon.or.kr/

장애우들과의 따뜻한 동행을 위한 많은 후원 부탁드립니다.


승가원에서 나와 바로 옆에 있는 개운사와 사내암자 두곳을 들려 부처님과 관세음보살님께 인사를 올렸다.

개운사(開運寺), '운명을 연다'라는 의미가 될터인데 아마도 이곳에 오는 모든 중생들에게 좋은 운을 개척하길 바라는 마음이 아닐까 생각한다. 개운사는 나에게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곳이다. 인생에서 가장 어려웠던 대학 시절,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수시로 찾아가 부처님께 응석을 부렸던 곳이다. 대웅전에서 108배를 올리며, 어떨 때는 대웅전에 멍하니 앉아서 부처님을 바라보며, 때로는 '제발 도와주십시요. 길을 인도하여 주십시요'하며. 때로는 '지금 저가 겪고 있는 현실이 꿈이기를 ...'라고 하면서 부처님께 기도를 드렸던 곳이다. 지금의 개운사는 그때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많이 변모했지만 그래도 부처님의 자애로운 모습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듯하다.

개운사는 조선 태조 5년(1396년)에 왕사 무학대사께서 안암산 기슭(현 고려대학교 이공대학 인근)에 영도사(永導寺)라는 이름으로 창건하였다. 그후 정조 3년(1779년)에 정조의 후궁 원빈 홍씨가 세상을 떠나자 영도사의 자리에 묘소를 정하고 영도사는 현재의 자리로 옮기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영도사가 개운사로 이름을 바꾼 시기는 확실하게 알려진 바가 없다고 한다.

근대에 와서는 정호(鼎鎬)께서 불교전문강원을 개설하여 불교계 지도자를 양성했는데 이것이 훗날 중앙승가대학교(中央僧伽大學校)가 되었다. 개운사에 있었던 중앙승가대학은 현재 김포로 이전했다. 이렇듯 개운사는 중앙승가대학과 더불어 20세기 이후에 한국 교육불사와 불교의 진보적인 운동을 주도해 왔다. 개인적으로도 80년대 모셨던 스님께서 승가대학 재학 시절, 함께 공부하시던 스님들과 함께 '민주화를 위한 전두환 정권 퇴진 운동'을 하시다가 투옥되시는 고초를 겪은 기억이 뚜렸하다. 지금은 열반에 드신 정일 스님의 극락왕생을 기원드린다.


개운사 일주문


개운사 관세음보살님





개운사는 대원암과 보타사 두개의 암자가 있다. 그 중 하나인 보타사는 창건연대가 정확하게 알려진 바가 없으나, 대웅전 뒤편 암벽에 조각된 마애보살좌상의 조성시기로 미루어 볼 때 고려시대에 창건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보타사에는 2개의 주요 문화재가 있는데 보물 제1818호 서울 보타사 금동보살좌상(普陀寺 金銅菩薩坐像)과 보물 제1828호 서울 보타사 마애 보살좌상(普陀寺 磨崖菩薩坐像)이 그것이다. ​

보타사마애좌상(普陀寺磨崖坐像)은 보타사의 대웅전 뒤쪽에 있다. 자연화강암 암벽에 돋을새김으로 보살상을 조각했는데, 머리에 뿔이 있는 보관을 썼고 뿔끝에는 복잡한 타원형의 장식이 늘어져 있다. 이 상은 보물 제1820호 ‘서울 옥천암 마애보살좌상’과 함께 여말선초에 유행한 보살상의 한 형식을 보여주는 중요한 문화재로 꼽히고 있으며, 볼륨 있는 얼굴이 고려시대 불상 조각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목에는 삼도가 있고 커다란 두 귀에는 노리개가 달려 있다. 

보타사 금동보살좌상은 기록이 남아있지 않아 언제 조성되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양식적 특징으로 15세기 후반에서 16세기 전반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재 보타사에는 대웅전 옆에 관음전 불사가 진행 중이다. 그래서 금동보살좌상은 대원암 주불전에 유리를 부착한 장방형의 불감(佛龕)내에 봉안되어 있다. 내가 방문한 시간에 비구니 스님의 기도가 한 창이어서 뒤에서 조용히 108배를 올리고 사진 대신 가슴에 관세음보살님을 담았다.

대원암. 개운사에서 고려대 후문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승가원으로 가는 골목길이 나온다. 

승가원을 지나 조금 더 올라가면 대원암이 있다. 이곳에 금동보살좌상이 모셔져 있다.



대원암 바로 뒤에 보타사가 있다.

대웅전. 대웅전 옆에 전각이 새롭게 불사 중인 관음전이다.

보타사 부처님이 너무나도 자애롭다. 대웅전에서 보타사마애좌상을 뵐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