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사진/강원

정선 민둥산의 억새축제에 다녀오다

산풀내음 2018. 10. 13. 20:22

민둥산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나무가 없는 산을 일컫는데, 고유명사로 민둥산이라고 이름 지어진 곳이 있다. 누구나 한번쯤은 가보고 싶어하는 해발 1,118m의 강원도 정선에 위치한 억새 군락지가 바로 그곳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억새 군락지로는 경기도 포천 명성산(922m), 신불산(1159m), 영축산(1081m) 등 해발 1000m 이상 산 7개가 이루는 일대 지형을 일컫는 영남알프스, 충남 보령 오서산(790m), 전남 장흥 천관산(723m)과 이곳 정선의 민둥산을 꼽는다.

영남알프스의 억새밭은 약 125만평으로 국내에서 가장 넓은 억새 군락지이지만, 그래도 가장 보편적으로 알려진 곳은 민둥산이 아닐까 생각한다. 약 20만평에 억새꽃으로 덮여 있는 민둥산는 9월말부터 억새꽃 축제(2018.9.21-11.4)가 한창이다. 

억새꽃은 10월 중순에서 11월 초순까지 핀다고 하여 오늘(10월 13일) 다녀왔다. 꽤 여러번 정선을 다녀왔지만 민둥산을 올라가 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산행은 많은 사람들이 추천하는 증산초등학교에서 시작했다. 증산초등학교에서는 3개지 루트가 있다. 가장 왼편의 완경사 코스, 중간의 급경사 코스, 그리고 오른쪽의 발구덕 마을로 가서 민둥산 정상으로 향하는 방법이 있다. 나는 오를 때는 완경사로 올라가서 발구덕 마을을 통해 증산초등학교로 내려오는 코스를 택했다. 


1시간 30분 정도 완만한 경사의 오르막길을 오르니 어느 새 억새 군락이 내앞에 성큼 다가 서있다. 활짝 핀 억새꽃으로 정상은 온통 은빛 물결이다. 하늘은 더없이 푸르다.

문듯 이런 글귀가 떠오른다.

三日修心千載寶(삼일수심천재보) 百年貪物一朝塵(백년탐물일조진)

“삼일 닦은 마음은 한없는 보배요, 백년을 탐한 물건은 하루아침에 먼지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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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둥산은 억새 군락지가 된 사연부터 남다르다. 1970년대까지 화전민이 수시로 산에 불을 질러 나무가 남아나지 않았다. 박정희 정부가 화전을 금지하고 산림녹화사업을 벌였지만 민둥산은 예외였다. 워낙 바람이 거세고 자연 산불이 많아 나무를 심기 불가능한 환경이었기 때문이다(전제민 민둥산 억새꽃축제 부위원장). 나라에서도 포기한 민둥산에는 참억새만 무성하게 자랐다. 정상에 펼쳐진 억새 군락의 가치를 주목한 건 90년대 들어서였다. 96년부터 마을 주민이 억새 축제를 열었고, 전국에서 등산객이 몰렸다. 지금은 정선군청이 민둥산 억새를 관리하고 있다. 매년 잡목을 베어내고 억새 증식 작업을 벌인다. [출처: 중앙일보] [커버스토리] 전국 억새 명산 4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