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사진/경남

통도사 17암자 순례 4) 자장암

산풀내음 2019. 10. 21. 20:37

5. 자장암

관음전 뒤 바위 위에 삼층석탑이 보인다.

가장 가까이 있는 전각이 취현루이고 정면으로 보이는 전각이 관음전이다. 관음전 오른쪽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수세전과 자장전이 있다.


경남 양산의 영축산은 옛 이름이 취서산이었으나 인도의 영축산과 모양이 닮았다 하여 이름을 바꾸다. 이 연봉이 잘보이는 곳에 자리잡은 것이 자장암이다. 자장암은 통도사의 창건주 자장율사(慈藏律師)가 중국으로 유학가기 전에 이곳의 석벽 아래에서 수도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통도사보다 그 역사가 오래된 곳이다. 창건연대는 미상이나 회봉(檜峰)이 중건하였고, 1870년(고종 7)에 한 차례의 중수를 거쳐 1963년에 용복(龍福)이 중건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자장암은 국내 사찰 중 전망이 좋기로 소문이 났는데, 프랑스 르몽드지 사장이 자장암의 다실에서 바라보는 경치에 최고의 찬사를 보낸 적이 있었다고 한다.

자장암은 멋진 개울을 앞에 끼고 있는데 이곳이 통도8경 중에 하나인 ‘자장동천(慈藏洞天)’이다. 경봉스님(1892~1982)이 '세상에 좋고 궂은 일들 뒤집어보면 원래 흘러가는 물같은 것' 하고 읊조렸던 곳도 바로 여기라고 한다.

통도 8경


제1경: 무풍한송

무풍한송은 무풍송림(舞風松林)으로 부르기도 하는 데, 사찰의 세속 공간인 통도천 계곡이 시작되는 무풍교-삼성반월교(三星半月橋)-일승교(一乘橋)에 이르는 하천 변의 풍광을 표현하는 경관이다. 이곳은 경사가 극히 완만하여 통도천의 유수는 작은 소(沼)와 여울을 이루면서 고여 있는 듯 흐르는 듯하며 흘러간다. 하안(河岸)의 제방과 산록에는 소나무가 제 멋을 자랑하며, 유유히 서 있는 곳으로 승려나 신도를 통도의 불국토로 인도하고 불심을 갖게하는 아름다운 곳이다.


제2경: 안양동대

통도천은 영축산에서 발원하는 많은 냇물이 합류하여 형성되는 하천이다. 많은 냇물이 합류하여 흐르다가 영축산 산록의 구릉인 안양동대에 이르러 2개의 큰 하천이 된다. 하나는 안양동대의 동쪽, 또 하나는 안양동대의 남쪽을 흘러 안양동대의 말단부에서 합류되어 통도천의 동구를 이룬다. 안양동대에 오르면 동쪽으로 통도사의 전경, 무풍한송, 통도사 앞의 시가지(옛 들판)를 전망할 수 있고, 서쪽으로는 자장암이 있는 자장동천을 전망할 수 있다. 결국 안양동대는 통도천 계곡의 전망대이다.


제3경: 비로폭포

비로폭포는 비로암의 서쪽에 발달한 계류(溪流)에 형성된 폭포로 그 소리가 일품이라 하였다. 영축산에서 발원되는 가칭 비로천에는 크고 작은 많은 폭포가 있다. 비로암의 서쪽에는 2~3단의 작은 폭포가 있으나 과거 폭포가 후퇴하지 않았을 때에는 현재보다 높고 유량이 풍부하였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 때의 그 낙수 소리는 비로암과 영축산의 계곡을 삼킬만큼 우렁차고 웅장하였을 것이다.


제4경: 자장동천

자장동천은 안양동대의 서쪽에 발달한 계류, 영축산 산록의 구릉지, 암벽 등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자장암이 있는 작은 불국의 세계가 전개되는 곳으로 자장율사가 암벽 아래에 움막을 짓고 수도하였던 불국의 하늘이기도 하다. 자장암 옆 거암(巨巖)의 구멍에는 개구리가 살고 있어 찾는 관광객과 신도들이 많다.


제5경: 극락영지

극락영지는 극락암에 있으며, 영축산의 산봉과 산록의 그림자가 연못에 비친다고 하여 부르는 이름이다. 극락영지의 수면에는 수련이 자라고, 홍교(虹橋)인 극락교[무지개다리]가 세워져 있으며, 극락영지의 극락교를 건너면 아미타부처의 극락 세계로 들어갈 수 있는 불심을 갖게하는 아름다운 경관이다.


제6경: 백운명고

백운명고는 흰구름이 영축산을 휘감는 백운암의 북소리를 이미지화하여 표현한 경관이다. 사찰의 북은 법고(法鼓) 또는 홍고(弘鼓)라고 부르며, 인간의 윤회에 의하여 현생한 축생을 위하여 치는 북이다.


제7경: 단성낙조

단성낙조는 영축산의 산릉을 중심으로 축조된 단성에서 바라보는 낙조의 아름다운 경관이다. 맑은 날의 낙조는 서쪽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주위의 산과 들도 붉게 조망된다. 산성을 수호하던 장수와 병사가 산성의 장대나 망루에 올라 낙조를 조망하였을 때 낙조의 방향과 같은 위치에 있는 산성의 일부가 온통 붉게 물들었을 것이다.


제8경: 취운모종

취운모종은 취운암의 범종 소리가 영축산의 산록과 수많은 계곡에 확산되는 소리로 사찰의 경내 모습과 조화를 이루어 아름답게 느껴지는 경관을 말한다. 수도자들은 하루의 시작과 끝을 마감하며 사찰의 종루에 걸려있는 범종, 법고, 운판, 목어 등을 타종한다.​

장동천, 사진으로 그 아름다움을 다 담을 수 없음이 안타깝다.


자장동천 따라 올라가다 보면 왼편에 있는 '108계단'을 오르면 자장암이 나온다. 보통의 계단보다는 매우 낮아 오르는 힘은 50여 계단이겠지만, 속세의 번뇌를 모두 다 벗어 놓고 오라는 의미에서 108개를 만든 듯하다. 


108계단을 올라 고인돌을 닮은 문을 지나면 자장암이라는 현판이 붙은 문이 나오고 그 양옆에는 금와(개구리)가 자리하고 있다. 자장암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금와보살을 상징화한 것인 듯하다. 금와는 이곳 뿐 만아니라 자장암의 주불전인 관음전 옆에 있는 요사채 입구 등에도 있으니, 금와가 곧 자장암의 상징인 듯하다. 


문 양옆의 금와보살님이 자장암을 지키고 있다


문을 들어서면 높이 약 4m의 마애불이 우리를 반긴다. 통도사에는 유일한 마애불이라고 한다. 중앙에는 아미타불좌상이 그 좌우에는 대세지보살과 관세음보살이 새겨져 있다. 왼쪽 면의 대세지보살 아래쪽에 있는 기록에 따르면 고종 즉위 33년(1896년)에 조성됐음을 알 수 있으며, 당시 조선 앞에 닥친 현실을 극복하고자 하는 염원이 담겨 있는 듯하다. 이 마애불 앞에는 3층 석탑이 있다.​


자장암의 주법당은 석가모니불과 관세음보살을 모시고 있는 관음전이다. 관음전은 거북바위라는 암반 위에 지었는데 암반을 깨지 않고 그대로 건물을 지었기 때문에 법당 바닥에 바위가 살아있다. 관음전 앞에는 거북의 꼬리 부분, 법당 안에는 거북의 몸통 부분 일부, 관음전 뒤에는 거북의 머리 부분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법당인 관음전 오른쪽에 수세전(壽世殿), 자장율사의 영정을 봉안한 자장전(慈藏殿)이 있고, 그 옆에 요사채가 있으며, 암자 입구 쪽에는 최근에 지은 선실(禪室)인 취현루(醉玄樓)가 있다. 이 곳의 또다른 특징이라고 하면 다른 절에서는 인간의 수명과 길흉화복을 관장한다는 칠성신을 봉안하고 칠성각이라고 하는데 이곳에서는 수세전이란 편액을 달았다는 것이다.


관음전 뒤로 즉 관음전과 마애불 사이의 좁은 틈을 따라 돌아가면 금와보살이 살고 있다는 석벽이 있다. 자장암이 유명하진 것은 금개구리 때문이다. 암벽에서 맑은 석간수(石間水)가 흘러나온다. 그 위의 석벽 가운데에는 엄지가 들어갈 만한 작은 구멍(지름은 3cm 정도이고 깊이는 30cm 정도된다고 한다)이 하나 있다. 그 속엔 몸이 청색이고 입이 금색인 한 쌍의 개구리가 살고 있다고 하며, 벌과 나비로도 변신하는 이 개구리는 자장암 밖으로는 절대 나가지 않는다고 한다.

아직 불심이 부족해서인지 금와보살님은 나에게 모습을 보이시지 않으신다.


자장율사가 움막을 짓고 공부할 때다. 계곡에서 공양미를 씻는데 개구리 한 쌍이 늘 물을 흐려 귀찮게 했다. 개구리를 죽일 수 없어 저 멀리 갖다 놓으면 어느새 또 찾아 왔다고 한다.  겨울에는 잠을 자러 갈 줄 알았는데 눈이 오고 얼음이 얼어도 개구리가 늘 샘물 속에서 놀고 있는 것을 본 자장율사는 예사 개구리가 아님을 알고 특별하게 대했다. 입가에 금테가 두른 것을 보고 이름을 금와(金蛙)라 짓고 ‘세세생생 자장암을 지키며 살아라’는 수기와 함께 신통력으로 석벽에 구멍을 뚫고 개구리를 들어가 살게 하였다고 전한다.

​​

금와를 둘러싼 신기한 일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6·25 때 통도사는 전국 각지에서 피난 온 스님들이 모여 살았다. 금개구리 이야기를 듣고 신기해서 바루에 넣어 통도사 보광전에 왔는데 바루 안에 들어있어야 할 개구리가 없어졌다. 다음날 자장암에 갔더니 그대로 있었다고 한다.

이능화(李能和)의 『조선불교통사(朝鮮佛敎通史)』 하권(下卷) '승유어급변화금와(僧遺魚及變化金蛙)' 조에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고 한다.

“축서산 통도사의 자장암 곁의 커다란 암벽에 손가락 하나가 들어갈 만한 구멍이 있는데 그 속에 작은 개구리가 있다. 몸은 청색이고 입은 금색인데 어떤 때는 벌이 되기도 하여 그 변화하는 것을 헤아릴 수 없다. 여름철에 바위가 과열되면 뜨겁기가 솥과 같으나 그 위를 자유로이 뛰어다닌다. 사승(寺僧)이 이를 일러 금개구리라 하더라. 그런데 이 금개구리는 도무지 산문(山門) 밖을 나가지 아니한다고 하므로 한때 어떤 관리가 그 말을 믿지 아니하고 그 개구리를 잡아 함 속에 넣어 단단히 닫고서 손으로 움켜쥐고 돌아가다가 도중에 열어보니 없어졌다. 세간에 전하기를 그 개구리는 자장율사의 신통(神通)으로 자라게 한 것이라 말한다." ​

많은 참배객이 금와보살이라고 부르면서 친견(親見)하고자 한다. 아마도 금와보살을 친견하면 행운이 온다는 속설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암혈 속의 개구리를 보는 사람도 있고 보지 못하는 사람도 있어서 이로써 불심(佛心)을 측량하기도 한다.​


 금와보살 출연 기사

http://​https://weekly.donga.com/List/3/all/11/64011/1



통도사 암자순례

http://blog.daum.net/gmania65/16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