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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도사 17암자 순례 8) 서운암

산풀내음 2019. 10. 23. 08:53

12. 서운암

17암자 중 가장 살아 숨쉬고 있는 듯한 그리고 알 수 없는 기운이 충만한 암자를 찾는다면 서운암을 둘러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리고, 건물의 규모와 수라는 관점에서는 취운암이 가장 크다고 하겠지만, 부지 규모라는 측면에서는 서운암이 최고일 것이다. 

많은 이들에게 이미 알려진 서운암의 상징은 크게 3가지 일 것이다. 첫째가 도자삼천불이고, 둘째는 16만 도자대장경이며, 마지막 세번째는 엄청난 규모의 장독들(된장, 고추장 등 전통 장의 개발과 보급)이다. 여기에 또다는 상징이 2개 더 있는데 하나는 대웅전의 석가모니불일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아직 완성된 것은 아니지만 추진 중인 제2 성보박물관이라 할 것이다.

야생차밭으로 유명한 서운암은 고려 충목왕 2년(1346년) 충현대사가 창건하였으며, 이후 별다른 기록은 없고 1859년(철종 10)에 남봉(南逢) 화상이 중창하였다고 한다. 근래에는 현 통도사 방장(가장 큰 어른)이신 성파스님(1939 ~)이 다시 중건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성파스님에 대하여 불교신문 등에 소개된 내용을 잠깐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팔만대장경 도자경판을 조성하고 삼천불상을 직접 도자로 구워 봉안하는 등 20년 이상 도자기를 굽는가하면 법당에 둘러앉을 방석을 직접 만들고, 딱풀을 만들어 선방에 깔기도 했다. 4~5만평 개간터에 감나무를 심고 천연 암반수를 개발하여 된장과 고추장을 만들어 승속에 공양을 베푼다. 쪽물을 들여 옷을 염색하고 1984년부터 시조상을 제정해 시조의 계승과 발전에 공헌하는 시조시인이다.


또한 승파스님은 승좌식(방장 취임식)을 하지 않으시고 그 비용 일체를 불우이웃돕기에 기증하셨다. 승좌식을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하여 승파스님은 “뭐 대단한 일 했다고…. 방장이 어디 식을 치러야만 방장입니까. 형식에 얽매이면 집착밖에 얻을 게 없어요. 다만 능히 할 수 있을 때 하지 않는 게 자제고 실천이니. 구애받지 말자고 했습니다. 특별한 게 아닙니다.” 라고 하셨다.


승좌식은 결코 작은 행사가 아니다. 대한불교 조계종에서 방장은 8대 총림만 있는 자리다. 영축총림 통도사는 그중에도 핵심 사찰로 꼽힌다. 게다가 이런 결단은 아름다운 전통으로 이어졌다. 2019년 5월 통도사 주지로 임명된 현문 스님도 고불식(告佛式)을 거절했다. “어른께서 물리치셨는데, 예의가 아니다”라며. 역시 전액 기부했다. 


성파 스님은 현대인들에게 “자신을 돌볼 줄 알아야 한다. 남 허물 캘 시간에 스스로를 수행하라”고 조언하신다. 뭣보다 역사 공부는 세상을 살아갈 지혜를 길러준다며 적극 권장하신다.


통도사 주지를 지낸 성파스님은 이곳에서 1985년부터 5년 동안 삼천불상을 흙으로 구워내 도자삼천불(陶磁三千佛)을 모셨다. 이어 16만 도자대장경 불사를 1991년에 시작해 10년 만인 2000년 9월에 완성했다. 이후 대장경을 봉안할 장경각을 2012년에 완성하여 16만 도자대장경을 보관하니 대장경 제작부터 장경각 건립까지 총 22년이 걸린 샘이다.


이곳 2층에 도자삼천불이 모셔져 있다


해인사에 팔만대장경이 있다면 통도사 서운암에는 16만 도자(陶瓷)대장경이 있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16만 도자대장경은 해인사의 팔만대장경과 다른 점이 많다. 해인사의 대장경은 8만1천528장의 목판양면인데 반해 도자대장경은 흙을 주재료로 단면 제작해 도판이 16만3천56장에 이른다.

도자삼천불은 입구에 위치한 전각의 2층에 모셔져 있다. 16만 도자대장경을 보기 위해서는 약간의 발품을 팔아야 한다. 도자삼천불이 모셔진 전각에서 내려다 보이는 장독대들이 있는 산길을 따라 5분 정도 걸어 올라가면 축구장보다 큰 터 중앙에 ㅁ자형으로 전각들이 웅장하게 세워져 있다.

정면에 보이는 것이 석가모니불을 모시고 있는 대웅전이고, 뒷편의 ㄷ자형의 전각이 16만 도자대장경을 보관하고 있는 경판고이다. 제한된 경판고의 공간에 16만개나 되는 대장경을 보관하기 위해서는 경판을 첩첩히 쌓아야 함은 물론이고 경판보관함 또한 미로와 같이 꾸며야 겨우 다 보관할 수 있었다. 그래서 16만 도자대장경을 보관하고 있는 곳을 한번 휙하고 둘러보는데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16만 도자대장경을 둘러보면서 누군가가 "성경을 공부하는데 3개월이 걸리고, 사서삼경을 공부하는데는 3년이 걸리며, 부처님 말씀을 정리한 팔만대장경을 공부하는데에는 30년이 걸린다"라고 한 말이 떠올랐다.


16만 도자대장경을 보관 중인 곳 아래로 도자삼천불이 모셔진 전각들이 보인다

정면이 대웅전이고 나머지 전각들이 경판고이다



대웅전에 모셔진 석가모니불은 통상 우리나라 사찰에서 만날 수 있는 석가모니상과는 조금 다른 느낌을 준다. 어쩌면 동남아 나라들에서 볼 수 있는 부처님 상호와 우리나라에서 뵐 수 있는 부처님 상호가 서로 조화롭게 어울려 있다고 해야 할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석가모니불에서 느껴지는 신비로운 힘이다. 그래서인지 나도 다음 날 새벽 이곳을 다시 찾았고, 아침 예불 후 그곳에 계시는 보살님께 들은 말에 따르면 이곳에서 기도를 드리고 부처님의 가피를 받은 분들이 아주 많다고 하신다.



또한 성파스님은 생약재를 첨가한 전통 약된장과 간장을 개발, 보급 중이다. 또 전통 천연 염색인 쪽 염색기법과 전통 한지인 감지를 재현했다. 서운암 주변, 도자삼천불이 모셔진 전각 등이 위치한 하단부와 대웅전과 경판고가 있는 상단부 사이의 15만여㎡의 야산에 100여 종의 야생화 수만 송이를 심어 군락지를 조성했다. 그리고 이곳에 있는 물엉덩이에는 오리 등이 자유롭게 노닐고 있다. 서운암은 인간 만이 아니라 모든 중생들을 위한 사찰이란 생각인 들었다.


서운암에서 첫 날 일정을 마무리할 때, 몸은 다소 피곤하였지만 무엇인지 모를 기쁨이 가슴에 가득했다. 차를 출발하려고 보니 바로 앞에서 소문으로만 듣던 고추장, 된장, 막장 등을 팔고 있었다. 망서림 없이 고추장, 된장, 막장을 하나씩 구입했고, 서울로 돌아와 직접 맛 본 느낌을 한마디로 한다면,,,,"따봉"


 통도사 암자순례

http://blog.daum.net/gmania65/16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