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에 오늘, 3월/3월 13일

최은희, 신상옥 부부 서방으로 탈출

산풀내음 2017. 1. 10. 23:03

1986 3 13,

최은희, 신상옥 부부 서방으로 탈출

 

1978 1월과 7월에 홍콩에서 각각 납북돼 북한과 동구국가들에서 영화제작 활동을 해오던 최은희-신상옥 부부가 1986 3 13일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에서 미국대사관을 통해 극적인 탈출에 성공했다. 이들은 2 14~15일 양일간 서베를린에서 열린 베를린영화제에 참석한 후 파리를 거쳐 3 12일 빈으로 와 하룻밤을 지낸 후 일본 교토통신 기자와 식사를 한다며 북한 감시원을 따돌리고 탈출했다.

 

탈출 기자회견

 

그들이 북한 공작원들에 의해 납치된 시점은 1978년이었다. 당시 영화 '양귀비' 제작을 협의하기 위해 홍콩을 방문한 최은희 씨는 지인들과 함께 해변을 산책하던 중 어디선가 나타난 장정들에 의해 보트에 옮겨졌다. 최은희는 공포에 질려 몇 차례 반항했지만 마취제를 맞고 정신을 잃게 되고, 그렇게 그녀가 항해 8일 만에 도착한 곳은 북한의 남포항이었다. 최은희 씨의 증언에 의하면 심한 멀미와 죽음의 공포로 질려있던 자신을 남포항에서 직접 마중한 사람은 키 작은 사람, 즉 김정일이었다.

 

최은희가 실종되자 이 소식을 접한 신상옥 감독은 바로 홍콩으로 날아가게 됐고, 다시 최은희 씨를 찾아 프랑스, 일본, 동남아 등 세계 각국을 6개월 동안 돌게 된다. 빈손으로 다시 홍콩으로 되돌아 온 신 감독을 북한 공작원들이 납치하여 평양으로 끌고 오게 되었다. 그러나 신상옥 감독과 최은희가 북한에서 재회한 것은 납치된 지 5년이 지나서였고 이는 북한에 협력할 것을 요구하는 김정일의 지시를 거부했기 때문이었다.

 

최씨는 5년여의 세월을 가택 연금 상태로 보내야 했고, 신 감독은 탈출을 감행했다는 이유로 감방이나 다름없는 감금시설에서 지내야 했다. 마침내 북한 영화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서약서는 받아 낸 1983년 여름, 두 사람은 평양에서 운명적인 재회를 하게 된다. 그로부터 2년 동안 최은희와 신상옥 감독은 북한에서신 필름이라는 개인영화사 이름으로 '돌아오지 않은 밀사', '소금', '탈출기' ‘홍길동’, ‘철길 따라 천만리’, ‘사랑, 사랑 내 사랑’ ‘불가사리등 다수의 영화를 제작하며 국제무대에서 인정을 받기 시작한다.

 

 

1985년 신 감독이 연출한 북한영화 '소금'에 주연 배우로 출연한 최은희는 그 해 구 소련에서 열린 모스크바 국제영화제에서 여우 주연상을 수상했으니 비록 북한 영화로 출품됐지만 한국 인 최초의 여우주연상 수상인 셈이다. 김정일은 신 필름을 격려하기 위해 자주 파티를 열곤 했었는데 그 기회에 최은희가 몰래 녹음한 김정일의 음성파일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김정일과 신상옥, 최은희 사이에 있었던 첫 녹음 대화는 1983 1019일 저녁 6시부터 3시간 동안 평양 시내 노동당 중앙 당사 내 3층 김정일의 집무실 바로 옆 접견 실에서 이루어졌다. 최은희씨는 소형 녹음기를 핸드백 안에 넣고 가서는 그것을 발 밑에 두고 몰래 녹음을 했다고 한다. 테이프를 바꿔 낄 수가 없어 3시간의 대화 중에서 45분 정도만 녹음되었다.

 

이렇듯 김정일의 신임으로 국제무대에서 활동할 기회가 생기자 두 사람은 탈출을 감행하기 위해 치밀한 계획을 세우게 된다. 마침내 그 결심을 실행 할 기회가 찾아왔다. 1986년 베를린 국제영화제에 신 감독 부부가 북한 영화인 자격으로 참가하게 된 것이다. 영화제를 마치고 북한으로 돌아가는 길에 1986 3 13일 오스트리아 빈 공항을 향해 달려가던 택시가 미국 대사관을 지나는 순간 그들은 택시 안에서 구르듯이 뛰쳐나왔고, 이들은 이내 대사관 안으로 사라져 정치적 망명을 요청했고, 미국은 워싱턴에 망명 처 제공을 약속했다.

 

이들이 바로 한국 최고의 여배우와 감독으로 활동하다 북한에 납치됐던 최은희, 신상옥 부부라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국제사회는 김정일의 범죄에 또 다시 경악하게 된다. 납북 8년 만에 극적으로 탈출에 성공한 것이다.

 

탈출 후 신상옥 감독은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마유미등 여러 영화를 제작하다가 2006 4 11일 밤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고, 한국정부는 대한민국 영화계에 끼친 지대한 공로를 인정하여금관문화훈장을 추서했다. 최은희 씨는 남한에서 자신의 파란만장한 삶을 뒤돌아 보는 회고록을 냈다.

 

김정일이 사망했을 때 최은희 씨는 기자들 앞에서 "그를 생각하면 분노는 치밀어 오르지만 사람이 세상을 떠난 데 대해 일단 조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납치 범죄자인 김정일은 신상옥, 최은희 씨에게 사죄도 않고 죽었는데 최 씨는 자기의 운명을 농락한 김정일이지만 한 생명의 죽음으로 조의를 표한 것이다.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1961, 신상욱 감독, 최은희, 김진규 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