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에 오늘, 4월/4월 1일

이라크에 잡힌 미국 여군 ‘린치 일병 구하기’ 전격작전

산풀내음 2017. 1. 29.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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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에 잡힌 미국 여군린치 일병 구하기전격작전

 

카타르 소재 미군 중부사령부는 이라크 동남부 도시인 나시리야의 한 병원에서 이라크군에 포로로 잡혀 있던 제시카 린치(Lynch·19) 일병을 구출하는 데 성공했다고 2일 발표했다. 워싱턴 포스트 등 미국 주요 언론은 이를 대서 특필했고, 미군 장병과 가족들은 환호했다.

 

린치 일병 구출작전은 지난 1일 저녁(한국시각 2일 새벽)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작전에는 해군 특수부대(Seal)와 육군 레인저부대가 투입됐고, 미국 중앙정보국(CIA)도 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가 지자 미군 해병대는 나시리야 시내의 바트당(·이라크 집권당) 건물을 공격, 이라크군의 주의를 분산시켰다. 이틈에 육군 레인저부대가 린치 일병이 있던사담병원을 둘러쌌고, 해군 특수부대원들이 문을 박차고 건물에 침투했다. 구출된 린치 일병은 미군 병원으로 후송됐으며, 특수부대원들은 작전 현장에서 시신 11구를 함께 발견했다. (Washingtonpost)

 


 

그러나 이 모든 것이 거짓인 것으로 판명되었다. 2003 5월 영국의 공영방송인 BBC의 보도에 따르면, 당시 린치 일병의 몸에는 총과 칼로 입은 상처가 없었으며, 그녀의 총은 고장이 나서 발사도 되지 않는 상태였다는 것이다. 더 우스운 것은 미 특수부대가 맞서 싸웠다는 그 이라크군은 아예 그곳에 존재하지도 않았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린치일병을 보호하고 있던 의료진들이 그녀를 미군부대로 데려다 주려고 하자 총을 쏘면서 그들의 접근을 막았다는 것이다. 이들의 발포가 오히려 린치일병의 목숨을 위태롭게 할 수도 있었다는 것이 목격자들의 증언이다. 이런 행동을 보이던 미군이 갑자기 밤에 병원을 기습해서 린치 일병을 '구출'해냈다는 것이다. 그들은 빈총을 들고 폭발음까지 내면서 카메라 앞에서 '구출작전쇼'를 벌인 것으로 밝혀졌다.

 

사태의 전모가 밝혀지자 당시 기사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던 <워싱턴 포스트>는 오류를 인정하고 정정보도를 내보냈지만 독자들의 항의는 그치지 않고 있다. 다른 언론사들도 이 '국민을 기만한 사기극'을 비판하고 나섰다. <뉴욕타임즈> 20일 이 사건을 언급하면서, 린치 일병 보도는 대량파괴무기(W.M.D)나 바스라의 봉기처럼 과장되고 왜곡된 보도로 국민을 우롱한 대표적인 예라고 밝혔다. <시카고트리뷴> 19일 사설을 통해 "이 사건이야말로 국민들이 이라크 전쟁에 대해 제대로 된 정보를 얻고 있는지를 회의하도록 요구하는 하나의 상징적 사건"이라고 논평했다.

 

영국의 <가디언>지는 <워싱턴포스트>가 오류를 인정하기 이전부터 애국주의와 결합한 상업주의 보도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비판해 왔다. <가디언>지에 5 15일 실렸던 "제시카의 진실(The Truth about Jessica)"이라는 제목의 기사의 일부를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그 구출작전은 더 없이 절묘한 시점에 수행되었다. 부시의 협조요청이 거절당하고, 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던 그 순간에 말이다. 린치일병 구출사건은 미디어가 낳은 가장 놀라운 보도사례의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 이 사건은 헐리우드 영화제작자가 미 국방부의 미디어 담당관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이는 미국이 앞으로 개입할 전쟁에 대해 미디어가 어떤 방식으로 보도하기를 원하는지를 일러주는 잣대이기도 하다." <가디언> 2003. 5. 15.

 

그리고, 미국 ABC방송의 유명 앵커 다이안 소여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우익 언론들의 현란한 포장술로 ‘이라크 전쟁 영웅’으로 만들어진 제시카 린치(Jessica Lynch, 1983 - ))“내가 람보 스타일의 영웅으로 묘사된 것은 미국 언론과 군부가 꾸며낸 것”이라고 고백했다.

 

 

그럼 왜 미국 정부는 전쟁영웅이 필요했었던 것일까?

 

미국이 유엔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라크 공격을 시작했을 때, 미국의 대학가는 온통 반전시위로 들끓었고, 부시행정부의 호전성을 비판하는 세계여론의 목소리도 날로 높아져 갔다. 전쟁이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미군의 사상자가 늘어가자 전쟁 찬성론자들의 목소리도 힘을 잃기 시작했다.

 

부시가 연합군의 수를 늘려 난국을 타개하고자 이곳 저곳에 협박에 가까운 '협조요청'을 보내고 있을 때, 미군의 오폭으로 수십 명의 이라크 민간인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이 오폭사건은 미국 내의 반전여론에 휘발유를 끼얹었다.

 

그러나 며칠 후 <워싱턴 포스트>를 통해서 전해진 뉴스 한 토막은 사태를 바꾸어 놓기에 충분했다. 이라크군에 포로로 잡혀 있던 한 미군병사를 미군특수부대의 치밀한 작전을 통해 무사히 구해냈다는 것이다. 이 보도가 전해지자 미군들의 사기는 하늘을 찔렀고 국민들의 여론 역시 찬성론쪽으로 크게 기울었다.

 

‘나도 군인이다: 제시카 린치의 이야기(I am a soldier, too: The Jessica Lynch story.)’라는 제목의 이 책은 린치씨와 뉴욕 타임스 기자 출신 퓰리처상 수상작가인 릭 브래그가 공동 집필했고, 린치씨가 공동집필자와 함께 100만 달러를 저작권료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