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에 오늘, 4월/4월 11일

지브롤터, 유트레히트 조약으로 영국 식민지에 편입

산풀내음 2017. 2. 22. 20:35

1713 4 11,

지브롤터, 유트레히트 조약으로 영국 식민지에 편입

 

1713 4 11일 프랑스-스페인과 영국-네덜란드-프로이센-포르투갈 사이에 체결된 유트레히트 조약(Treat of Utrecht)으로 스페인령 지브롤터(Gibraltar)가 영국 식민지에 편입됐다.

 

지브롤터는 스페인 남단에서 지브롤터 해협을 향하고 있는 작은 반도로, 높이 425m의 바위산지브롤터 바위가 깎아 지른 듯 서있다. 면적이 우리나라 연평도와 비슷한 6.7 km2 에 불과한 바위산이지만 아프리카 대륙의 북단과 지중해를 가운데 두고 바짝 붙어있어 역사적으로 전략요충지로 중요시되어온 온 지역이다. 영국은 이 지역을 점령함으로써 대서양으로 나갈 수 있는 지중해의 유일한 출구를 장악, 지중해 해상권을 쥐는 기초를 마련하였다. 그래서 제2 세계대전시에도 본국함대에 버금가는 수준의 대함대를 상시 배치할 정도로, 말도 못할 만큼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였다.

 


First edition of the Treaty of Utrecht

 

이 반도가 영국의 손에 들어간 것은 1704년이다. 스페인 왕위계승전에 참가한 영국 해군이 이 근처에서 프랑스-스페인 연합함대를 격파하고, 지브롤터에 영국 국기를 처음으로 꽂은 것이다. 전쟁에서 승리한 영국은 유트레히트 조약을 통해 점령을 공식화했다.

 

스페인은 이 지역이 면세지대라는 특성으로 밀수와 마약거래, 돈세탁이 성행해 스페인 경제가 타격을 입는다며 그리고 조약이 영토의 영구 양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근거 등을 내세워 줄곧 반환을 요구했다. 1964년에는 유엔 식민지위원회에 영토 반환요구를 제출한 바 있고, 1969년과 1981년에는 국경 폐쇄 및 항공기 영공 통과 불허 등으로 현지 주민과 영국의 불만을 증폭시키기도 했다.

 

 

스페인 입장에서는 중요한 요충지임에도 지브롤터 주둔함대만으로도 스페인 함대 전체를 상대하고도 엄청나게 여유가 남는 영국의 막강한 실력, 또한 대부분 영국계인 지브롤터 지역민들이 당연하게도 절대다수가 스페인으로 귀속되기를 거부하는 탓에 속만 끓이고 있다. 영국에선 지브롤터를 돌려달라는 스페인의 요구에 "그럼 너희 스페인도 모로코 안에 있는 세우타멜리야를 모로코에게 돌려줘라."라고 맞대응을 하면서 무시한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추축국은 프란시스코 프랑코 총통에게 참전을 권유하며 승리할 시 지브롤터를 되찾게 해주겠다라는 제안을 하기도 했지만 결국 참전하지 않으면서 지브롤터 회복은 요원해졌다.

 

여기에는 특이하게 유럽에서 유일한 바바리원숭이의 서식지이다. 전해오는 전설로는 여기 원숭이가 있는 한, 절대로 영국의 지배에서 이 땅이 벗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전설을 믿었는지 몰라도 처칠은 한때 지브롤터에 살던 야생원숭이 수가 줄자, 특별보호 정책을 세우도록 강조한 바 있다. 3마리까지 줄어들었기 때문에 다른 방법이 없어서 모로코에서 같은 종의 원숭이를 수입해서 다시 수를 늘리기도 했다.

 

스페인의 요구에 대하여 영국은 1964년 지브롤터에 부분자치를 허용했고, 지브롤터 주민들은 1967년과 2002년 주민들 자체 투표를 통해 계속 영국령에 남겠다는 의사를 재확인함으로써 스페인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1969년부터는 지브롤터 정부가 대부분 내정에 자치권을 행사하고 있다. 이 지역에는 영국의 상주 병력과 스페인계를 포함해 31천명이 살고 있다.

 

계속되는 양국의 정치적 대립으로 이를 바라보는 지브롤터 시민의 마음은 복잡하다.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대부분 시민은 영국령으로 남는 것을 찬성하고 있다. 특히 최근 스페인의 경제위기로 실업률이 40%나 되는 상황에서 완전고용 상태인 현 상황을 바꾸고 싶어하지 않는다. 하지만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영국 주민이 된 것에 대한 열등감도 있다. 이를 의식한 탓인지 지브롤터 정부는 2013 715일 이례적으로 유트레히트조약에 따른 지브롤터 할양 300주년 보도자료를 냈다.

 

이슬람교도와 유대인의 거주 제약이 포함된 유트레히트조약은 구시대적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300년 전 왕정시대에 체결된 조약이 주민들의 자기결정권과 탈식민 권리가 부정되는 수단으로 이용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지브롤터 정부는 이런 이유로 지브롤터 할양 300주년과 관련한 축하의식을 치르지 않고 기념식만 치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유트레히트조약 해석을 둘러싼 스페인과 영국의 논쟁 종식을 위한 심포지엄도 10월에 개최한다고 발표했다.